기독교의 중심축이 서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하면서, 한국 내부에서도 한국형 선교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5일(수, 현지시간) 오후 3시 30분 한정국 목사(KWMA 사무총장)의 발제로 ‘한국 개신교 125년에 나타난 하나님의 선교행적 찾기 포럼’이 선택 포럼의 하나로 개최됐다.
한정국 목사는 “한국형, 한국적 선교 및 선교학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한국 기독교가 25%대(기독교 인구)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한국적 선교학 모델의 부족에 있지 않는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참석한 현지 선교사들은 함께 ‘선교 모델의 현지화’와 ‘성경의 상황화’를 논의하면서, ‘상황화’를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영역이라고 무조건 배제하지 말고, 복음을 각 문화에 최적화 시키는 작업들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한 목사는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봐야 한다. 성경의 콘텐츠로 돌아가야지, 성경이 쓰여진 당시 문화적 틀까지 가져올 때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다음은 포럼의 주요 발언들이다.
한정국 목사: 한국 사람들은 아무래도 교회 개척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OMF 한 선교사가 파송돼 교회를 개척하고 싶어했다. 서양 지도자들이 교회를 어떻게 개척할려고? 물었더니, 내가 개척하겠다. 어떻게? 저와 제 아내와 자녀가 개척하겠다. 어디서? 우리 집에서라고 대답했다. OMF 역사상 가정에서 교회 개척해 본 역사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와서 처음으로 가정교회를 세운다고 한 것이다. 서구 선교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인 선교사와의 충돌이 있어서 결국에는 한국 이사장이 중재하러 갈 정도가 됐다. ‘한국에는 이런 경우도 있다. 실험적으로 봐 다오.’ 그래서 결국 교회가 개척됐는데 지금은 많이 커졌다. 그런 점에서 (서구형 개척 모델만 고집하던)OMF가 한 수 배운 것이다.
한국형 선교모델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한국형 모델은 참고 모델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지 지도자와 서양 지도자, 한인 선교사 3자가 모여서, 한국형 모델을 소개하면서 이 현지 상황 속 어떤 것이 최적한가 연구해 결정하면 그것이 현지형 선교 모델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다. 이런 현지 리더들과 협력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랑스 선교사: 제가 섬기는 교회에는 프랑스, 벨기에, 유럽, 독일, 중부 서부 아프리카 불어권 사람들도 있고,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있다. 결국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각자 자기 문화, 언어, 종교, 신학의 틀을 갖고 들어온다. 여기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각 지역 각 나라의 신학이나 어떤 문화는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한정국 목사 : 결국 통합된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 선교사: 그래서 어떤 모델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성경을 놓고 풀어보자고 접근한다. 맨 마지막에 결론적으로 성경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한국적인 것은 그 일부분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왜 그런 생각이 드냐면 프랑스에 계시는 분들이 프랑스적인 시각에서 외국인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한정국 목사: 한국형을 주장하지 말고 살고 있는 곳에서 거기에 맞는 형으로 개발해야 한다. 새로운 현지형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한국 교회의 선교형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 교회가 종족 교회로서 생성이 됐다는 면에서 자립 자취 자존하는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한가지 부족한 것은 자 신학과 자 선교학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것이 잘 갖춰졌다면 한국교회가 더 뿌리를 내리고 더 부흥할 수 있지 않았는가, 25%대를 돌파할 수 있을 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한국에서 6천만원 들여 갤럽에 의뢰해 10년 전 결과를 냈다. 한국 기독교인이 단 천만명이 넘지 않았다. 25%의 벽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는지, 여기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인지, 기로에 서서 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필리핀 선교사: 필리핀에서 교회 개척 사역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식으로 간판을 붙이고 시작해 3개월 됐는데 교회가 꽤 부흥됐다. 그러다 3개월이 지나고부터는 사람들이 안왔다. 6개월 후에는 문을 닫고 말았다. 교회 개척을 한국식으로 하다가 실패한 것이다. 성경으로 돌아가서 사역자들과 예수님이 직접 빌리지 다니며 전도하듯이 그렇게 다시 시작했다. 그랬더니 부흥이 되기 시작했다. 성경적이지만 한국형으로 해야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한정국 목사: 필리핀 신학을 논할 때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논의를 경계하고 싶다. 한국 신학을 이야기할 때 문화의 틀을 많이 이야기한다.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콘텐츠와 성경이 쓰여진 당시의 문화의 틀이 있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의 좋지 않은 병폐는 성경 그대로를 받아들여서, 성경에 쓰여진 문화의 틀까지 받아들이는 것이다. 콘텐츠를 받아들여야지 틀을 받아들이면 안된다. 단적인 예로 성경에 일부다처제는 성경적이지 않지만, 당대 문화상 행해졌다. 보수주의자들의 큰 함정 중 하나가 그것이다.
성경으로 돌아가자 vs 성경의 방법으로 돌아가자 의 구분이 필요하다. 성경은 콘텐츠가 있지만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성경에 나왔던 방법이 다 성경적이냐 봤을 때 (예: 일부 다처제, 구약 특정 동물을 먹지 않는 것 등)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필리핀 선교사: 필리핀의 경우는 평신도들도 강단에 서서 나눌 수 있는 평신도 중심으로 바꿨더니 부흥이 됐다. 장로교에서 평신도들을 강단에 설교로 세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필리핀식 장로교를 만들어야 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도 장로로 세우고, 목사님 이란 말도 쓰지 않기로 했다. 필리핀의 사회 정황 상 목사가 돈 받고 일하는 삯꾼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짙기 때문이다.
프랑스 선교사: 저희도 평신도 설교자가 있고, 절기를 안지키고, 성탄도 안한다. 사도신경도 안하고, 간증예배로 설교가 없는 예배도 있다. 집단지배 체제라고 해서 그것을 추구한다. 한국형 모델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장로교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틀에 선교를 가두게 될까 우려되기도 한다.
미주 선교사: 자유주의신학자들에게만 토착화신학이나 여러 전통 문화와의 접목을 맡길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부터 서구 선교의 틀을 벗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로 추수감사예배 보다 추석감사예배를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추수감사와 추석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서양의 옳은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서 우리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
태국 선교사: 방법을 추구하다가 원리를 잃어버리는 것을 조심해야한다. 태국 사람들은 심각하게 이야기 하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해야 오래 기억에 남긴다. 문화를 이해하고 복음을 상황에 맞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음주의에서는 상황화를 터부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선교지에서 몸소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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