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지 2주 만에 중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 제한에 나섰다.
'3차 감염'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검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할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일 국무총리 주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열고 이런 내용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상황 및 조치계획' 등을 논의했다.
우선 오는 4일 0시를 기해 중국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감염증 유입 위험도가 낮아질 때까지 입국을 금지키로 했다. 내국인 입국은 허용하되,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확인한 후 14일간 자가 격리한다.
후베이성뿐만 아니라 중국 전 지역에서 들어오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입국절차를 신설해 중국 전용 입국장을 별도로 만들고 국내에서 연락이 되는 사람만 입국을 허용키로 했다.
동시에 국내에선 확진 환자 접촉자를 밀접과 일상 구분 않고 모두 14일간 자가 격리한다.
중국 입국자도 종전에는 폐렴 진단을 받아야만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검사가 가능했지만 앞으론 의심환자가 아니어도 발열, 기침 등 증상만 있으면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중국 입국자 제한이나 적극적인 검사 대상 등에 미온적이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검역을 더 강화해서 국적에 관계없이 증세가 있거나 병력이 있는 분들을 걸러내는 게 맞는 방법이지, 특정한 국가의 국적을 기준으로 금지하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사람과 물품 이동 제한을 두고 비효율적이며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들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정부는 설 연휴 기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 24시간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자체들과 함께 모든 단위에서 필요한 노력을 다하고 있으므로 국민들께서도 정부를 믿고 필요한 조치에 따라 주시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이달 들어 급변했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수가 1만4380명, 사망자도 304명(2일 오전 9시 기준)에 달한 데다, 한국을 경유해 일본을 가려던 첫번째 확진 환자 이후 처음으로 이달 1일 중국인 환자가 12번째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열흘만(2일 기준)에 66만명을 넘어섰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20일 첫번째 확진 환자 발생일로부터 14일이 지나 중국 입국자 제한과 조사 대상 확대 등을 결정했다.
그 사이 국내에선 확진 환자 수가 15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는 2차 감염(3번째→6번째, 5번째→9번째)은 물론, 3차 감염(3번째→6번째→10·11번째)까지 발생했다. 정부도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3차 감염까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특히 3차 감염이 시작된 3번째 환자는 문 대통령이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한 그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3차 감염 사례가 확인되고 확진 환자들이 증상 시작 이후 대중교통과 다중이용시설 등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역사회 전파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안일한 대응 탓에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할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주 초부터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려면 사례 정의를 중국 입국자 중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 등으로 확대했어야 하는데 '골든 타임'을 놓쳤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환자는 하루가 다르게 유입되고 있는데 여전히 보건소 등의 지침은 4판(지난달 28일 개정) 그대로니까 선제적으로 격리하려고 해도 검사를 할 수가 없었다"라며 "진단키트가 불충분한 일이 없도록 대량 생산해 선별 진료소 등에 배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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