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나라를 살리겠다는 광화문 거리에서의 목소리가 점차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20일 낮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는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10월 국민항쟁 평가 및 향후과제"라는 주제로 10월 국민항쟁 평가세미나를 개최했다. 국민통합연대창립준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행사에서 기조발제한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국민의 힘으로 보수 통합의 물꼬를 틀 때,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준 교수는 먼저 "국민항쟁을 많은 언론들이 진보 보수의 대결로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말하고, "이는 "대한민국 도덕과 정의, 원칙, 상식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념적 논쟁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80년대 민주화 운동처럼 향후 큰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그는 "개천절과 한글날 집회의 가장 큰 정치적 함의는 '대중집회의 균형화'"라 밝히고, "그간 장외 집회는 진보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10월 항쟁 속에서 보수도 이런 대중집회에 참여해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정치적 효능감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많은 분들이 착각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이념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며 "진보와 보수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체감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좌우 균형이 '펙트'(fact)란 것이다. 그는 "이런 균형적 시각에도 불구, '보수가 몰락했구나' '새로운 대한민국을 보수가 이끌 수 없다' 등의 생각을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탄핵으로 말미암아 보수가 위축됐었는데, 이것을 다시 회복시켰다는 것에서 10월 항쟁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투쟁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말하고, "공감과 대안 없는 투쟁은 지속가능성이 없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보수가 분열되지 않으면 지금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해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언제든지 현 상황과 관련해서 변화가 가능하다. 이것은 희망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투쟁의 효과가 언제 드러나게 될까. 김 교수는 그것을 2020년 총선에서 드러난다고 봤다. 그는 "10월 국민항쟁이 국민들로부터 어떻게 평가받는가는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10월 항쟁은 (진보를 지지하던) 중도층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현 정부와 관련된 투쟁이나 정권 교체 등을 논한다면 과학적이고 실증적이며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보수의 철학화가 필요하다"고 하고, "자유와 성장 등 보수 정신을 말하는 가치들이 얼마나 내재화될 수 있느냐를 말해야 한다"면서 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함과 동시에 나아가 정권이 바뀌었을 때 투쟁에 참여했던 개개인들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갈 것인지까지 생각해 줘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때문에 김 교수는 큰 우산을 펼쳐 그것으로 보수 우파를 결집시키는 '빅-텐트' 이론을 펼쳤다. 이 부분에 있어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고 나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알려진 분들로 상층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사람은 들어가지 말자"고 했다. 총선 후에는 당 대표 제도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모든 사람들이 기득권이 없는 상황에서 각자 들어와 미국 식의 대선 선거 제도를 따라가야 한다. 실질적으로 국민참여로 뽑을 수 밖에 없게"를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진보 정권이 10년을 잡고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하고, "그것을 깨뜨릴 유일한 길은 국민 참여에 의해 뽑힌 대선 후보가 진보 후보와 경쟁하는 것 외에는 없다"며 "또 다시 누군가 특정 인물이 주도해 간다면 어렵다"고 봤다.
덧붙여 "한국 보수 우파가 제일 부족한 것이 '도덕화'"라 지적하고, "도덕 가치를 가장 강조하는 것이 보수"라며 "이번에 일반 시민들이 가장 참여했던 이유가 무엇이냐면,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던 진보 세력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 했다. 그는 "진보가 보수보다 낫다는 식으로 도덕적 우월을 자랑했지만, 이번에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한국의 보수, 자유한국당이 갖고 있는 도덕적 가치가 얼마나 되는가? 그것에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라 했다.
그는 "서민적 보수, 서민의 가치는 진보의 가치가 아니"라 말하고, "서민들을 진보라 착각하지만, 어떻게 서민이 진보일 수 있겠는가. 단언코 이야기 하지만 박정희의 진보는 서민적 보수였다"며 "대한민국 보수의 치명적 한계는 금수저 보수가 많다는 것"이라 했다. 나와 같은 식의, 나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보수'가 아니라, 멀리 동떨어져 보이는 모습들이 보이니 서민들과 멀어진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도덕적 보수, 서민적 보수에 대한 것들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지점에서 다시금 "공감과 대안이라는 것을 어떻게 갖고 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투쟁에 있어 많은 부분들이 변화될 것"이라며 "분노와 투쟁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내가 이것을 같이 참여했을 때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정권이 교체되었을 때 현 정권을 대안할 수 있는 경제모델, 신 평화모델 등 미래 가치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고 정립해야 한다면서 "국민들에게 울림을 주고 공감을 주고 함께 같이 할 수 있고 나라가 바뀌면 어떠한 모습이 될 것이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한국 정치과정을 보면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돌발변수들이 발생한다"고 말하고, "예측불가능한, 가장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전략"이라며 "보수가 어느 상황이 오면 끝까지 잘못해서 몰락할 수 있겠느냐는 상황까지 전제를 해야지만이 지혜로운 전략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또 "선거는 과학인데, 투쟁도 과학적으로 가자"며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 정말 피부에 와 닿는 공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대한민국 정치과정에서 보면 미숙한 것이 정치일정에 관한 이해"라 지적하고, "정기국회를 마친 12월 중순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한 달 싸움"이라며 "이 기간 통합 방향성이 나오지 않으면 각자의 길을 가야할 것"이라 했다. 그는 "보수 지도자들이 원탁회의를 빨리 만들어 황교안이든 유승민이든 홍준표든 많은 이들이 모일 때 (국민들이) 희망을 볼 수 있다"고 말하고, "그 한 달(12월 중순~1월 중순)을 잘 준비해 대한민국 보수와 더 나아가 나라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을 토대로 뭉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될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변화는 확신에서 오는 것이다. 그런 확신을 심어줄 수 있었던 계기가 10월 국민항쟁이었다. 그것에 대해 나름 역할을 강화해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명지대 최창규 교수의 사회로 열린 행사에서는 김형준 교수의 기조발제 후 전여옥 작가, 현경병 전 국회의원, 경희대 김민전 교수,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 등이 토론자로 함께 대화를 나눴으며, 이재오 전 장관이 총평을 전했다. 또 10월 항쟁을 이끌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인사말을 전했으며, 홍준표 전 의원과 최병국 전 의원 등이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6월 시국선언을 했었는데, 국가와 한국교회를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고자 설립된 한기총의 제25대 대표회장으로써 그냥 지나갈 수 없어 발표했던 것"이라며 "짧은 시국성명이 10월 혁명을 불붙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전국에서 일어났는데, 이렇게 될줄 몰랐다"고 밝히고, "제일 먼저 기독교가 일어나고, 불교와 천주교도 일어났는데, 누구 한 사람이 주도해서 될 일은 아니"라며 "본능적으로 국민들이 알고 나온 것"이라 했다.
전 목사는 "인류 역사에 없던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운동장이 6:4로 기울어져 자유 우파에게 불리했는데, (10월 혁명으로 말미암아) 뒤집어진 것 같다"며 "혁명은 성공했는데 이것을 어디에 인수인계 해야할지 고민 중"이라 했다. 그는 이 지점에서 자신이 직접 정치를 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혁명세력이 대한민국을 이끌 주도세력에 (이 힘을) 인수인계 해야하는데, 이것을 이끌어 갈 중심세력은 자유한국당인데, 자유한국당을 보면 처절함이 일어난다"며 "기도하고 고민 중인데, 오늘 이곳에 모인 분들이 제가 인수인계 할 수 있도록 앞장서 달라"고 했다.
홍준표 전 의원은 "좌파에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있다면, 우파에는 전광훈 목사가 있다"고 말하고, "탄핵 중심 세력은 민주노총과 전교조이고, 그 둘이 중심되어 촛불 사태를 이끌어 탄핵과 정권교체를 이뤘는데, 10월 항쟁의 의미는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탄핵 이후 구심점을 잃고 헤매던 보수 우파들이 뭉친 것"이라 했다. 또 "일반 국민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었던 원인은 조국사태였다"고 말하고, "좌파의 민낯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보여준 조국사태가 일반국민들의 동기부여와 참여를 이끌어냈다"면서 "앞으로 10월 항쟁의 의미를 계속 가져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있어야만 전광훈 목사가 시작한 이 운동이 열매를 맺을 수가 있을 것"이라 했다.
이어 홍 전 의원은 "전 목사 말씀대로 누구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분노를 담아 어떻게 조직화하고 어떻게 대한민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갈 수 있는가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하고, "지난 연초부터 옥고를 겪으면서 까지 고생한 전 목사, 그리고 이재오 전 장관 등 10월 항쟁 주역들에게 감사 말씀을 드리고, (이 운동이) 새로운 국민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