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기자협회] 최근 인공관절 등 의료기기 구매를 대행하는 업체와 대형병원들이 짜고 수억 원대 리베이트를 챙겨온 사실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정부합동 의약품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병원에 매달 수천만 원씩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의료기기 구매대행사 대표와 종합병원원장 등 15명을 기소했다.
수사결과에 따르면 A사는 2010년 11월부터 1여 년간 B의료원을 포함한 6개 종합병원에 8400~5억6000만원씩 총 17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으며 C사는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D대병원 등 3개 병원에 2억47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리베이트는 합법적인 절차를 가장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구매 대행업체들은 의료기기 납품가를 건보공단이 제시해놓은 '보험 상한가'까지 부풀려 청구한 다음 차액을 병원 측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현재 건보공단은 환자를 치료하는데 꼭 필요한 약이나 치료재료는 품목별로 정해둔 상한가만 넘지 않는다면 병원이 청구하는 대로 지급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이 이런 교묘하고 뻔뻔한 방법을 통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했다는 게 기가 막힐 뿐이다.
사실 제약사와 의사-병원 간 의약품 리베이트는 많았지만 의료기기 영역에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급여 과다청구와 리베이트가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는 걸 감안하면 업체와 병원들이 짜고 챙긴 돈은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즉 적발되지 않았을 뿐 리베이트 불법행위는 암묵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리베이트 적발이 회자가 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일부 병원에서 리베이트 분배와 보관 방식을 두고 의대 교수들끼리 주먹다짐을 벌인 것이다. 이로 인해 의사의 도덕성까지 시비가 붙으며 자질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결국 의료계는 그토록 강조하던 도덕•윤리성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꼴이 되면서 최근 포괄수가제 반대, 의사노조건립 등을 통해 내세운 주장의 신뢰도까지 바닥을 드러냈다. 그간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밖으로는 정당성을 요구하며 안으로는 불법을 자행하는 이중성을 행해왔던 것이다.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의료계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의 살 길을 위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의료현안이 있을 때에만 반짝하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에서 말로만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사건을 덮으려고 쉬쉬하는 뻔한 반응 대신, 의료계 스스로 불법행위를 고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단 아직도리베이트를 범죄가 아닌 관행으로 여기는 일부 의사들의 자세를 바로 잡는 게 선행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