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지난 12일 고양시는 ‘제24회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을 개최했다. 고양시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한 행사였다. 그러나 이 행사에 참여했던 여성들에게 나눠준 홍보물에는 양성평등이 아닌 성 평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됐다. 홍보물은 경기도 여성 비전 센터가 만들었는데, 이 단체 관계자는 경기도 성 평등 조례 개정안에 양성평등과 성 평등이 같다고 나왔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 나아가 경기도 성 평등 조례 개정안에는 종교단체에도 성평등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항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교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단체들에게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먼저 '제24회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 참석한 어린이집 교사 이민지씨는 “그날 받은 홍보물은 황당했다”며 “양성평등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시상한 자리였는데, 정작 참가자들은 성 평등 홍보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개된 홍보물에는 “세상에는 남성과 여성뿐만 아닌 많은 성이 있습니다”라며 “성소수자도 존중받을 수 있는 열린사회 동참하기”로 표기됐다. 다른 홍보물은 치마바지 착용을 권유하면서 “성 평등에서 성은 불특정 다수의 선택적 성을 의미 한다”고 적혀있다.
또 다른 홍보물에는 성 평등을 “여자 또는 남자 그리고 소수자라는 이유로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제약받지 말아야한다”며 “성별에 관계없이 개성을 존중받으며 살아야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여성가족과 여성정책팀 지선욱씨는 “이는 경기도 여성 비전 센터에서 제작된 홍보물”이라며 “고양시는 이번 행사의 홍보 물품을 경기도 여성 비전센터에서 공급받아 썼다”고 전했다.
또 그는 “행사 당일에 홍보물을 받았는데, 바빠서 홍보 문구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고양시 여성정책과 입장은 홍보물에 적혀 있는 대로 생각하지 않다”며 “고양시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기도 여성 비전 센터에 연락을 해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여성 비전 센터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인터뷰를 요청했다. 경기도 여성비전 센터 여성 활동 지원 K팀장은 “양성평등은 말 그대로 생물학적 성이고, 성 평등은 사회적 성”이라며 “우리 경기도 여성 비전 센터는 후자의 입장을 지지 한다”고 밝혔다.
기자는 “남·여 성별 간 차별 없는 양성평등 주간인데,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성 평등을 지지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K 팀장은 “굳이 성소수자를 전면에 세워 지지하자는 건 아니”라며 “그러나 사회적 개념의 성(Gender)의 입장에서, 그들(성소수자)까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는 “양성평등과 성 평등이 같다는 얘기 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K 팀장은 “양성평등과 성 평등은 차이가 없다"며 "양성평등기본법 제 3조와 경기도 성 평등 조례에 그렇게 나왔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경기도 성 평등 조례 개정안에서 정의가 이렇게 됐기 때문에 부적절한 표현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기자는 “양성평등 기본법에서 말하는 평등은 성(Gender)이 아닌 성별(Sex)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K 팀장은 “(경기도 성 평등 조례) 개정안에서 양성평등과 성 평등이 같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끝으로 기자는 “만일 양성평등과 성 평등이 같다면, 양성평등 주간을 성 평등 주간이라 써야 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K 팀장은 “홍보물을 배포한 30여개 시군 현황을 파악해서, 통일을 위해 관계자들과 검토를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16일에 경기도 성 평등 기본조례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공무원에게서 나온 발언이었다. 성 평등 조례 개정안에서 "양성평등과 성 평등이 같다"고 나왔기 때문에, K 팀장은 "양성평등 주간에 성 평등을 써도 된다"는 입장으로 해명한 것이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옥분 도의원(더불어 민주당)은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는 오히려 남·녀의 성 역할을 고정시키는 용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개정안에 성 평등이라는 문구를 담았다”며 “이번 조례 개정이 양성평등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말처럼, 이번 조례 개정안도 양성평등을 위한다면서 성 평등을 썼다. 개정안 18조의 2의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른 양성평등 참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노력하여야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남·여 구별이 명확한 양성평등을 제 ‘3의 성’도 포함하는 성 평등인 것처럼, 착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법을 통해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 젠더 등 LGBT의 평등권을 강제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사실상 성경적 입장에 의거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들을 타깃으로 하는 차별금지법 조례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성 평등 조례 개정안 제 18조 2는 “경기도 내의 기업, 종교단체, 학교 등의 모든 사용자는 성 평등위원회를 설치 운영할 것”을 규정했다. 또 개정안 제5조는 “행정기관의 장 및 공공기관의 장, 사용자 '등'은 차별로 인하여 특정성별의 참여가 현저히 부진한 분야에 대한 합리적 범위에서 해당 성별의 참여를 촉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개정안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 뿐만 아니라 종교단체, 교회, 신학교 등 비영리단체 등이 행하는 계속적인 활동도 근로기준법상의 사업에 해당되고, 사업을 책임지고 경영하는 주체가 사업주이다. 사업주는 개인이든 법인이든 모두 될 수 있다.
개정 성평등 조례 제2조 제3호는 근로기준법 제2조 2호와 동일하게 사업주를 사용자로 규정했다. 따라서 유급종사자를 고용하고 있는 교회, 성당, 사찰, 신학교, 선교단체는 모두 성평등 조례의 직접 적용을 받는 사용자가 된다. 조례가 종교 단체들에게 성평등 위원회를 만들도록 강제할 수 있기 때문에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및 32개 기독교단체 연합은 12일 성명서를 통해 “경기도 성 평등 개정안의 ‘사용자’에는 교회, 사찰, 성당, 신학교, 기독학교, 선교단체가 모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종교 단체에게 설립이념과 종교교리에 반하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채용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채용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우려 된다”고 역설했다.
경기도도의회 사무처 입법정책관도 경기도 성평등 조례안의 ‘사용자’를 공공기관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검토의견을 냈다.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도의회 입법 정책 담당관은 “이번 조례 개정안은 지방자치법 제 22조 단서를 위반할 수 있기에, ‘사용자’를 공공기관의 사용자로 국한시켜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은 “양성평등 이념을 따르는 헌법은 남녀차별금지를 보장하지만, 경기도 성평등 조례는 LGBT(동성애, 트랜스젠더)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상위법을 벗어나는 위법한 조례”라고 반발했다. 또 이들은 “이번 조례 개정안은 상위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했기에, 지방자치법 제 22조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상임위원회와 본 의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여러 번 제기됐지만, 수정 검토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심지어 본 의회에서 도의원 142명 중 조례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이번 성 평등 사업에 경기도 세금 2조 7천억 원이 사용될 예정이라고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기독교 및 시민단체들은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을 결성해, 조례 폐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특히 22일 도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기점으로, 앞으로 대규모 집회도 예고하고 있어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경기도 만들기 도민연합 측은 "29일에는 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학부모 단체들이 합류해, 경기도 만들기 도민연합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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