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은 6.25 69주년 기자간담회를 한교총 회의실에서 21일 오전 10시에 개최했다. 이날은 평화통일연대 이사장 박종화 목사,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원 겸 평화한국 상임대표 허문영 박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먼저 박종화 목사는 “6.25전쟁은 분명 북한의 남침에 의해 촉발됐다”고 못 박았다. 다만 그는 “6.25전쟁은 전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 돼야한다”면서 “분할점령을 행한 미국과 소련이 1차 배후이고, 상황적 원인은 일제 식민 지배와 2차 대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독교는 사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닌,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6.25전쟁이란 사건에 매몰될 게 아니”라며 “미래를 향해 평화국면으로 나아가는 것이 의미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교회는 남북한의 평화국면을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남북한 평화는 동북아 평화 체제를 견인 한다”며 “결국 평화의 진면목은 그리스도의 평화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북한식 적화통일은 전쟁이며, 남한 식 흡수통일도 어쨌든 적화에 기반 했다”고 진단했다. 이 부분에서 그는 “적화는 민족주의가 개입될 수 있는 반면, 하나님의 교회는 평화를 추구 한다”면서 “교회는 종말론적 시각을 견지하며,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 따라 원수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수 사랑을 놓고, 그는 “북한이 원수인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원수 맺으면 원수는 곧 나의 주인이 될 것”이라며 “원수사랑은 원수 관계를 없애는 적극적 행위”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그는 “원수사랑은 곧 자유인이 되는 것”이라며 “북한과 계속 원수 맺는다면, 북한의 모든 행정·정책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는 “우리와 북한은 주종 관계 안에 묶이는 것”이라 했다.
더불어 그는 “이 땅에 완벽한 평화는 불가능하다”며 “다만 단계적 평화를 통해 6.25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단계적으로 평화를 이루는 과정 자체가 곧 평화”라며 “이런 과정은 6.25 전쟁의 적폐를 청산케 할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그는 “교회가 추구하는 평화 통일은 악을 악으로 되갚는 게 아니”라며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이라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선이 악을 이기기 위해서, 선은 힘을 갖춰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평화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남북의 체제가 정의·인권·평화 증진을 위한 경쟁 체제여야 함”을 말하며, “힘에 의한 경쟁 즉 흡수통일은 지양돼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한은 정의·인권·평화 등의 인간 기본 가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협력해야한다”고 역설하며, “적당한 협의, 전쟁이 아닌 복음이란 공통분모로 남·북한이 묶일 때 가능함”을 밝혔다.
평화한국 상임대표 허문영 박사는 “보통의 통일 모델로 독일을 본받자는 담론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독일은 먼저 정치 통일을 이뤄낸 후, 사회통합을 꾀하려 했기” 때문에 “동·서독 사람들 간 사회적 분열이 어느 정도 잠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교회는 복음을 통해, 남북한 사회통합 이후 정치통일을 시도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단순 자유민주주의를 북한에 이식하는 것”에서 “남·북한이 복음통일을 이뤄내는 것을 지향하자”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군사적 힘에 의한 평화를 내려놓고, 영성적 섬김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자”고 밝혔다. 또 그는 “남·북한은 극한 군사 대립으로, 동북아 평화는 점점 쇠퇴하고 있다”며 “남·북한 복음 통일은 동북아 평화로 이어지는 발판”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중 패권 전쟁으로 동북아와 세계 질서는 위태롭다”며 “힘의 대결에 기초한 외교질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동북아는 미·중·일·러시아 등 강대국의 패권 전장이 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그는 “남·북한이 영성적 섬김을 기초로 한, 복음 통일을 이뤄내자”고 제안하며, “기독공동체인 교회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남·북 평화와 동북아 공동번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장문석 선교사 등이 돌아오도록, 한국 교회는 노력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자국민 보호 방침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들을 구출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최근 삼척항에 북한 어선이 무단 정박한 사건을 놓고,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은 남을 침략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며 “도리어 자국의 안보를 발판삼아, 남·북의 적극적 평화를 이뤄가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사야서에는 ‘이집트의 군사력을 의지하기보다 하나님을 의지하라’고 나왔다”면서 “강대국의 군사력, 패권, 힘에 앞서, 하나님을 의지하기 위해 기도하자”고 촉구했다.
논찬 시간이 이어졌다. 전 연변 과기대 정규재 교수는 “시진핑이 북한에 자주 방문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을 중국의 속국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그는 “힘의 대결에 기초 한 통일은 이런 한계를 내포 한다”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관하시는 평화통일을 적극 주창해야 함”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쥬빌리 기도회 같은 통일 기도회는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좋은 단계”라며 “이 과정 중, 전쟁 당사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긍정했다.
평통 연대 사무총장 윤은주 박사는 “전쟁 없는 통일이 두 분 발제 핵심”이라며 “이것만 이뤄내도 충만한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쟁 없는 통일론이 구체적 정책으로 자리하길 바란다”며 “한국교회가 이런 중추적 역할을 할 때,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예장통합총회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는 “평화통일은 30여 년 전, 금기어였다”며 “이제는 그런 금기에서 자유로운 시대”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두 분 발제는 동북아·민족·세계가 잘 살기 위한 큰 틀”이라며 “하나의 방향 제시로, 구체적 정책은 없는 탓에 붕 뜬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정신은 교회에서만 익숙한 얘기”라며 “한국 사회 전반에 이런 생각이 널리 침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보수·진보가 접점을 이루는 오늘의 자리”라며 “접점을 이루는 연결고리는 바로 평화통일 정신”이라고 역설했다.
교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교계 기자는 “보수·진보가 같이 갈 수 있는 방안”을 물었다. 박종화 목사는 “보수·진보는 정치적 개념이 아니”라며 “정치적 개념을 끌어들여, 양극단의 얘기를 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극좌, 극우적 발언은 자유 민주체제 하에서 모든지 오케이”라며 “그러나 정책에 반영되는 건 분명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합리적 보수·진보가 통일 문제에 앞장서면 좋을 것”이라 제안했다. 이를 위해 그는 “단순히 보수·진보라는 정치적 균형에서 탈피해, 복음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것”을 강조했다.
다른 교계 기자는 “청와대에서 6.25 전사자 가족들을 초청했는데, 한 유가족은 ‘먼저 북한이 사과해야한다’고 발언했다”며 “6.25전쟁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먼저 있다면, 화해의 길은 곧장 뚫릴 것”이라 말했다.
이에 허문영 박사는 “북한이 남한을 먼저 침략한 건 역사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전쟁 당시, 북한 주민 900만 명 중 300만이 목숨을 잃었다”며 “남한도 북한에게 많은 사상자를 낸 만큼, 용서를 구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그는 “북한이 먼저 남침한 사실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자세는 언제나 선행돼야 함”을 역설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한 교계 기자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 한국 교회가 방치한 부분이 크다”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교회가 노력해야 할 부분”을 꼬집었다.
변창배 목사는 “예장통합 측은 꾸준히 조그련(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인도주의적 사업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가령 그는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북한 예배당 2개 신축, 신학교 건립 등”을 제시하며, “합동·고신·성결교단 등도 여기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대북인도주의 지원을 오랫동안 해왔던 노력의 결실은, 북한 주민들에게 최소한 ‘남한 교회는 적이 아니’라는 인식을 준 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런 사업에서, 잃어버린 점은 북한에서 공개적인 예배를 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때문에 그는 “북한 인권과 대북인도주의와 같이 갈 수 있는 방안을 꾸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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