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 2부는 16일 평화적 신념으로 현역 입대 거부한 오경택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양심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같이 선고했다.
여호와의 증인 같은 종교적 병역거부가 아닌, 평화적 신념으로 현역 입대 거부한 사례는 오경택씨가 처음이다. 지난해 2월 “전쟁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오경택씨는 현역 입대를 거부해 1심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양심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1심 재판과 동일하게, “피고인이 병역 거부 근거로 내세운 양심은 상황에 따라, 병역 회피 하려는 전략적인 주장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민간 살상 자체는 반대하지만, 모든 폭력에 반대할 수 없다”거나 “국가의 모든 무력행사는 그 동기·목적에 따라서 정당화 될 수 있다”는 피고인 진술을 놓고, 다음과 같이 항소기각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폭력에 대한 피고인의 신념과 정의가 일관성이 없다”며 “상황에 따라 폭력에 대한 진술이 달라지기 때문에, 피고인의 양심은 유동적, 가변적”이라고 판결했다. 때문에 재판부는 “진실한 양심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은 현 병역법은 위헌”이라는 판결 이후, 여호와의 증인 같은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어졌다. 그해 11월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 같은 ‘양심’을 이유로 입영 거부한 병역 거부자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바 있다. 올해 5월 15일 수원지법 형사항소8부는 종교적 신념으로 군 입대 거부한 A(23)씨를 비롯한 7명의 여호와의 증인에게 무죄 선고했다.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수원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교리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양심은 신념이 확고하다”며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해당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일각에선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의견도 있다. 평화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거부한 오경택 씨는 1년 6개월 원심 유지 판결을 받았지만, A씨를 비롯한 7명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무죄 판결 났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만의 양심이 진실하다는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양심’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탓에, 가뜩이나 병역거부자의 신념을 입증하기 어려운데, A 씨의 무죄판결이 특정 종교 편향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장은 “이번 판결은 양심에 대한 판단기준이 주관적이라는 반증”이라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 합의체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 내렸다”며 “종교적 병역 거부자의 99.4%가 여호와의 증인인 이상, 이는 종교 특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양심은 주관적인데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이유 하나에 기대어, 양심으로 인정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재차 비판했다.
나아가 그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여호와의 증인만을 객관적 양심으로 인정하는 건 차별적 판시”라며 “종교와 정치 분리를 명시한 헌법 10조를 위배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그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여호와의 증인=양심’이라고 보고, 다른 건 양심이 아니라는 판시는 매우 차별적”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그는 “독일 헌법재판소도 양심을 주관적이라고 봐서, 함부로 병역 거부를 판단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대체 복무에 있어서는 종교적 신념에 의한 거부를 이유로 함부로 허락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그는 “여호와의 증인 무죄 판결에 조국 민정 수석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2001년도 서울대학교 법대 교수 시절, 조국 교수는 ‘사상과 양심을 위하여’라는 책을 통해,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대학원생을 통해서 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한 모의재판도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오경택씨는 재판 직후 취재진 인터뷰를 통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결정과 달리 하급심 재판부는 양심을 가혹하게 ‘검증’하고 있다”면서 “사법부의 판단에 크게 실망했으며, 항소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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