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강화하는 내용의 농업법(Farm Bill) 개정안을 지난 20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2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개정안은 '평화 유지를 위한 식량지원법(Food for Peace act)에 따른 기금의 대(對) 북한 식량 지원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다만, 행정부가 식량 원조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들어맞는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이 타당한 사유를 의회에 보고하고 나서 법 적용의 예외(웨이버·waiver)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식량지원법에 따라 조성된 기금을 대규모 대외 식량 원조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 '거물급 인사'로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민주·매사추세츠) 외교위원장과 리처드 루거(공화·인디애나)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찬성 59표, 반대 40표로 가결됐다.
농업법은 5년 한시법으로 9월 만료된다.
따라서 개정안이 하원까지 통과해 발효되면 2017년까지 적용된다.
공화당 상원의 2인자인 존 카일(애리조나) 의원도 예외조항을 포함하지 않고 식량지원법에 따라 책정된 기금을 북한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같은 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찬성 43표, 반대 56표로 부결됐다.
미국 하원은 지난해 6월 본회의에서 대북 강경파인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이 제출한 `2012회계연도 농업세출법 개정안'을 구두 표결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상원 개정안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예외조항이 없어 법 운용의 융통성이 아예 없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7월 대북 식량 지원 금지 규정이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만큼 하원과 법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삭제해 달라고 상원에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절충안으로 '적절한 모니터링(분배 감시)이 보장되고,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조건에서만 대외 식량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북한을 지목한 2012회계연도 농업세출법안에 서명했다.
한편, 미국은 2009년 모니터링 요원들이 북한에서 추방당한 사건 이후 식량 지원을 중단했다.
또 지난 2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의 성과로 25만t의 식량(영양) 지원과 비핵화 사전 조치를 고리로 한 북미 간 '2.29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무산된 상태다.
외교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 행정부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식량 지원 여부를 결정했지만, 이 법이 대통령의 예외 적용 조항을 둬 내용상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다고 하더라도 북한을 적시해 식량 지원을 제한하는 만큼 통과되면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도 개정안이 무난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고, 논란이 되는 다른 수십개 조항에 섞여 있어 쉽게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 상황이어서 원안대로 통과될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등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