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측의 인준신학교인 칼빈대학교가 소속 노회에 이어 소속 교단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급기야는 칼빈대 졸업생들의 총회 강도사 고시 자격이 제한되는 등, 진로에 엄청난 지장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 교단과 노회 무시한 이사회의 독단=이같은 사태를 촉발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동기는 김진웅 이사장(은석교회)을 위시한 이사회의 독단 때문이라는 것이 교단 안팎의 시선이다. 칼빈대 이사회는 그간 소속 교단 및 노회와는 논의 없이 자신을 반대하는 이사들을 차례차례 해임하고, 그 자리에 이사장의 측근들을 임명해왔다. 특히 이사회의 이사 정수 15인 중 4인(이사장 포함)과 감사 중 1인 및 법인과장이 김진웅 이사장 시무 교회 소속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중에는 길자연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8인의 교수 중 2인 해임, 3인 임용무효, 3인 재임용 탈락 조치했다. 이에 이들 교수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소했고, 6월 4일 동 위원회에서는 해임 및 임용무효 처분을 받은 5인에 대해 학교측의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3명에 대한 판결은 오는 25일 내려질 예정이다.
그간 소속 노회와 교단 내 여러 인사들이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으나 소용이 없자, 결국 5월 17일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칼빈대를 포함해) 모든 총회 인준 신학교는 제87회 총회의 결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칼빈대학교 법인 이사는 평양노회, 동평양노회, 남평양노회의 교회 수에 따라 이사 정수를 배분하여 노회에서 선출하여야 한다 ▲‘제87회 총회 결정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금년부터 강도사고사 응시 자격을 잠정적으로 보류한다 등을 결의했다.
◈ 제87회 총회, 인준신학교 이사 선출 권한 해 노회에 부여=칼빈대와 관련한 ‘제87회 총회 결의’의 주요 골자는 ▲총회 인준 모든 신학교의 운영 및 법인 이사는 해 노회로 하여금 선출토록 한다 ▲학교정관이 법적으로 교육부 정관에 교단신학교로 되어 있어야만 총회인준 신학교로 될 수 있다 ▲총회 인준신학교가 되어야 총신 편입과 강도사 고시 자격을 부여한다 등이다. 이는 학교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합동측은 직영신학교인 총신대학교 이외에 3개의 교과부 인가 신학교(칼빈대·대신대·광신대)와 9개의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칼빈대와 대신대가 총회의 승인 없이 M.Div. 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자, 당시 총회에서는 이에 따른 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지방신학교 M.Div 과정 개설 연구위원회’(위원장 조중기 목사)를 구성하여 그 결과를 제87회 총회에서 받아 가결한 것이다. 이어 합동총회 임원회에서는 그 결과를 칼빈대학교에 통보하여 학교가 교단 내의 신학교가 될 수 있도록 촉구했었다.
이 결의에 따르면 칼빈대는 1954년 이를 설립한 동평양노회(현재 동평양·평양·남평양노회로 분리됨)에서 이사를 선출하여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결국 총회의 결의를 준수하고 총회 인준신학교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 이사들은 사퇴하고 노회에서 선출된 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의 결의에 대한 칼빈대학교의 이행이 미흡하자, 2002년 12월 칼빈대학교 M.div 출신 졸업생들의 총신신학원 입학이 잠정적으로 보류된 적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입학이 허락됐으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당시 동평양노회가 3개 노회로 분리하게 되면서 총회에서는 ‘칼빈대학교정상화를위한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 하귀호 목사)를 구성했으며, 동 위원회에서는 칼빈대학교에 최후통첩을 했었다. 그러나 이사장 김진웅 목사 등은 노회가 분리되어 통제가 허술한 틈을 이용하여, 이를 무시하고 임의로 이사를 선임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김진웅 이사장이 소속된 예장 합동 평양노회 관계자는 “만일 김진웅 목사가 노회와 총회의 결의를 계속적으로 거부하거나 무시할 경우, 그에 따른 법적 제제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학생들, 원우회 총회 결의 통해 권익보호 나서=이에 칼빈대 학생들은 이사회의 사유화 문제 때문에 학생들의 장래와 권익에 큰 피해를 입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동교 원우회는 총회 결의에 따라 권익 보호를 위해 나서고 있다. 학생들은 5일(화) 김진웅 이사장이 시무하는 은석교회 앞에서 “이사회는 총회 결의에 따라 해당 노회에서 파송이사를 받으라”고 촉구한 데 이어, 기말고사도 거부하고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시위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칼빈대측은 “칼빈대와 관련된 실행위 결의는 잘못됐으므로 바로잡을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이기창 총회장 명의의 사실확인서를 배포하며 학생들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확인서는 공문 형식도 아닌 데다가, 총회장 직인도 찍혀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정말 이기창 총회장이 이 문서를 작성한 것이 사실이라 해도, 임원회·실행위·총회의 공식 결의를 개인이 뒤집는 것은 불가하다. 본지는 이에 대한 이기창 총회장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그는 현재 해외 출타중이었다.
또한 일각에서는 5월 17일 총회 실행위 결의에 대해 “그 근거가 된 제92회 총회 당시 칼빈대학교정상화특별위원회의 보고는 기각됐다”며 무효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노회 파송 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87회 총회 결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5월 17일 총회실행위원회의 결의는 제87회 총회 결의에 의거해 결정된 것으로, 칼빈대학교가 교단 인준 신학교로서의 정체성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사 선출이 학교를 설립한 노회에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5월 17일 총회실행위원회의 결의는 번복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