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신앙·국제] 지난 2014년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계이자 그것도 기독교(개신교) 신자로 사상 처음 수도 자카르타의 수장이 되면서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바수끼 짜하야 뿌르나마(49·Basuki Tjahaja Purnama·이하 아혹) 주지사.
하지만 아혹 주지사는 지난해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지 말라'는 이슬람 경전 '꾸란'의 구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속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이 인터넷을 통해 조작·유표 되면서 '신성모독' 논란에 휘말리며 오는 15일로 예정된 주지사 선거에서의 후보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혹 주지사가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왜냐면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며 공식석상에서 전한 담대한 신앙고백을 담은 영상이 한 기독교 단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영상은 지난달 22일 기독교박해감시단체인 국제기독연대(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한 것으로,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기도와 응원을 받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기독교 커뮤니티 '갓톡'을 통해 춘천한마음교회(담임목사 김성로)가 번역한 영상이 소개되면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영상에서 아혹 주지사는 “자리를 잃게 되더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저는 제 삶에서 한 번도 두려워한 적이 없다"면서 "왜냐하면 제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것이 바로 믿음이다. 단순히 믿는다고 말로만하거나 기도할 때만 믿는다고 하는게 아니다"면서 "제가 뭘 믿어야 할지를 여러분에게 말씀 드리겠다"고 말을 이어갔다.
아혹 주지사는 "여러분들은 내가 이 자리를 잃을 것을 왜 두려워하지 않는지 아는가? 이 자리는 하나님이 주신 자리이기 때이다. 왜 내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아는가? 나는 천국으로 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고 소리 높이면서 "내가 가야할 처소가 예비 되어 있고, 먹을 것도 걱정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사(Isa·예수님)’의 약속이며 그것이 내 믿음의 확증들이다. 그것이 내가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만약 여러분들의 믿음이 반쪽자리 믿음이라면, 내게 믿음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 이것은 선을 넘는 행위다"라고 경고한 후 "사람들은 내 활동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경찰들을 불러들이고, 내가 '탄핵되지 않도록 내 지지자들을 몰아세운다'라고 말하고 있다"며 "나는 굉장히 심각하다. 이 나라를 고치기 위해, 나는 아주 비장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한편, 아혹 주지사의 이른바 알라에 대한 '신성모독' 논란은 지난해 9월 말 자카르타 인근의 쁠라우 스리브(Pulau Seribu)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던 도중 아혹 주지사가 꾸란을 인용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아혹 주지사는 가벼운 마음으로 ‘유대인과 기독교인을 지도자로 삼지 말라’라는 내용이 담긴 “꾸란 5장 51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속았다면, 내게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당신들의 권리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꾸란 5장 51절에 속지 말라’고 말한 것처럼 조작된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유포되면서 강성 이슬람 단체와 무슬림(이슬람교도) 신자들의 공분을 샀다.
아혹 주지사가 언급했던 문제의 꾸란 구절(꾸란 5장 51절)은 실제로 “(알라를) 믿는 자들이여, 유대인이나 기독교인을 너의 지도자로 삼지 말라. 그들은 서로가 친구들이라 그들에게로 향하는 너희가 있다면 그는 그 무리의 일원이거늘 알라는 이 우매한 백성들을 인도하지 아니하시니라"고 돼 있다.
아혹 주지사는 즉시 '모든 무슬림과 자신의 말에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을 사람들에게 사과한다'며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자신의 말은 전혀 이슬람과 꾸란을 모독하려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일부 사람들이 몹시 불쾌했을 수도 있음을 이해한다"며 "신앙이라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대중 연설에서 종교를 언급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혹 주지사의 이같은 공식적인 사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인도네시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이슬람 신학자 협의체인 '인도네시아 울라마협의회'(MUI)가 모임을 갖고 아혹 주지사가 '실제로 신성모독을 했다'며 '기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들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근거로 ▲꾸란의 5장은 분명하게 비무슬림이 지도자가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 ▲(꾸란 5장을 근거로)울라마(신학자·법학자)는 무슬림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 의무임을 모든 무슬림에게 가르칠 의무가 있다는 것 ▲모든 무슬림은 지도자를 선택할 때 가이드라인으로서 이 구절의 진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것 ▲비무슬림 지도자 선출을 금지하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꾸란에 대한 모독에 해당된다는 것 ▲비무슬림이 지도자가 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꾸란의 구절을 인용해 울라마를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울라마와 이슬람 사회에 대한 모독에 해당된다는 것 등을 들었다.
이같이 논리로 MUI까지 아혹 주지사를 '신성모독'으로 몰고 가면서 이를 빌미삼아 이슬람수호전선(FPI) 등 강경 이슬람 단체들은 그해 11월 4일 자카르타 도심에서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고, 이날 일부 참가자들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면서 경찰과 충돌해 시위대 1명이 숨지고 1백여 명이 다치는 사태를 초래했다.
급기야 인도네시아 경찰청은 이례적으로 선거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신성모독' 혐의로 아혹 주지사를 불구속 입건하면서 출국금지 조치까지 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법당국의 조치가 약하다며 12월 2일 이슬람수호전선(FPI) 등 강경 이슬람 단체들은 또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아혹 주지사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기에 이른다.
■ 다음은 사건일지.
▷2016년 9월 21일: 아혹 주지사가 2017년 2월 15일로 예정된 자카르타 주지사 직접선거에 후보로 공식 등록.
▷9월 27일: 아혹 주지사가 뿔라우스리브 군 주민들과 간담회에서 쿠란 구절 인용하며, '이슬람 지도자들이 유권자에게 기독교도 후보에 투표하지 못하게 한다'며, '쿠란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발언을 함.
▷10월 6일: 부니 야니 교수가 아혹의 발언을 편집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 동영상이 공유되면서 빠르게 확산돼 무슬림들의 공분을 일으킴. 이슬람수호자전선(FPI) 사무총장 카이디르 하산이 아혹을 신성모독 혐의로 경찰에 고소함. 부디 야니는 런던홍보대학교(LSPR) 자카르타 분교 교수로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 동남아시아학 석사, 네덜란드 레이든대학에서 문화인류학 박사를 취득함.
▷10월 10일: 아혹 주지사가 무슬림들에게 사과.
▷10월 11일: 인도네시아 최고의결기구인 울라마협의회(MUI)가 아혹의 쿠란 인용이 신성모독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이를 TV ONE이 방송함. 한편 부니 야니 교수는 온라인에 게시한 동영상에 아혹의 발언을 잘못 썼다고 인정함.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아혹의 발언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설명함.
▷10월 14일: 자카르타, 수라바야, 반둥 등지에서 반아혹 시위이어짐. 시위대는 아혹을 신성모독죄로 구속하라고 요구함.
▷10월 25일: 아혹이 조꼬 위도도(일명 조꼬위) 대통령을 만난 후, 해명을 위해 경찰청 조사과를 방문함.
▷10월 28일: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유세 공식 시작.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지자체장 선거 유세는 내년 2월 11일에 종료됨. 내년 2월 15일 투표실시.
▷10월 31일: 조꼬위 대통령이 쁘라보워 그린드라당 총재 방문. 쁘라보워 총재는 무슬림들에게 11월 4일 평화적인 시위를 촉구하고, 아혹에 대한 법적 처벌 요구.
▷11월 1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대통령 기자회견, 정보당국이 4일 시위 배후에 유도요노와 그 가족이 있다는 보고서를 올렸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함. 조꼬위 대통령은 이슬람지도자들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 초대해서 4일 평화적 시위를 촉구함.
▷11월 3일: 경찰청 조사관이 FPI 리직 시합 대표(원고 측)를 조사함.
▷11월 4일: 대규모 무슬림 전국적인 시위 열림. 오후 6시 이후 폭력시위로 변질. 조꼬위 대통령은 이번 시위 배후에 정치세력이 있다며 정보당국이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힘.
▷11월 16일 : 인도네시아 경찰청, 아혹 주지사를 '신성모독'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
▷12월 2일 : 이슬람수호전선(FPI) 등 강경 이슬람 단체들이 이날 오전 자카르타 시내 모나스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아혹 주지사에 대한 구속수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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