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국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이후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며 불거진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세력의 입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진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현 마테오 렌치 총리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5일(한국시간) 오전 7시에 종료한 헌법 개정 찬반 이탈리아 국민투표는 개헌 반대 59.5% 찬성 40.5%로 부결됐다.
RAI·LA7·미디어세트 등 이탈리아 공영 3개 방송사는 헌법 개정 반대가 확실시되며 렌치 총리가 이날 새벽 기자회견을 통해 “완패했다.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민 투표는 이탈리아 개혁에 나선 렌치 총리를 신임하는 투표로 여겨진 만큼 유럽 발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렌치 정부가 운용한 구조개혁 노선이 좌절되며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중 3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가진 이탈리아의 혼란이 유럽 전체의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렌치 총리의 사의를 전달받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각 정당과 협의 후 새 총리를 지명하고 차기 총선거까지 잠정 내각 출범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으로 예정된 총선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 개헌안은 정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상·하원에 동등한 권한을 부여한 현행 헌법을 고쳐 상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렌치 총리의 개헌안 찬성파들은 개혁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파들은 하원이나 총리 권한이 너무 강해진다며 강력 반발해 왔다.
지난 2014년 최연소 총리에 취임한 렌치 총리는 노동시장 개혁 등을 단행해 온 인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 패배와 사임으로 이탈리아 정세에 혼란이 가중될 경우 개혁 노선이 좌절될 뿐만 아니라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오성운동 등 포퓰리즘 정당이 전면에 부각할 가능성이 커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을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은행이 가진 부실채권 총액은 3600억 유로(약 447조300억원)로 전체 대출 중 부실채권 비율은 약 18%로 5% 미만인 영국·독일·프랑스에 비해 크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부실화된 14개 대형은행들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산할 가능성도 높다며 금융 불안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한편, 렌치 총리는 지난 5월 동성 간 결합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통과시키며 바티칸을 비롯한 기독교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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