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6시 서울 기독교회관 2층 에이레네 홀에서 한발연의 주최로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 한국 개신교의 기원 언제로 잡을 것인가?’란 주제의 제6차 연구발표회가 열렸다. ⓒ베리타스

한국 개신교의 기원에 대한 교회사 학자들의 팽팽한 토론이 진행됐다. 22일 오후 한국교회발전연구원(원장 이성희 목사, 이하 한발연)은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 한국 개신교의 기원 언제로 잡을 것인가?'란 주제로 기독교회관에서 '제6차 연구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발표회에서 이종전 교수(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한국 개신교의 기원을'전래'의 입장에서, 연규홍 교수(한신대학교) '수용'의 입장에서 각각 해석했다.

'전래'가 없는 '수용'은 없다.

'한국의 기독교는 전래이다'란 제목으로 발표한 이종전 교수는  "인간이 주체가 되는 역사에 있어서 하나님은 어떤 역할을 하시는가에 대한 입장에 따라서 해석과 서술의 차이를 동반하게 되기에 주제인 '전래'든 '수용'이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역할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자에게 주어진 '전래사'의 입장의 서술은 근본적으로 '전래'가 없는 '수용'은 없다는 전제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수용의 과정에서 동반되는 토착화는 본질에 대한 왜곡이나 변질에 대한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전래'를 중심으로 '수용'을 통한 교회형성과 발전을 살펴보아야만 한국교회의 실체를 성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단적으로 '전래'와 '수용'을 전제한 역사해석과 서술에는 각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고, 해석과 서술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로써 역사의 주체자로써 인간의 상호관계와 처한 환경에 대한 이해, 그리고 모든 피조물을 통해서 창조목적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수용자에 의해서 적용될 수는 있으나 복음의 본질 자체가 바뀔 수 없다란 점도 재차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용의 과정에서 수용자들의 정서나 문화적 의식과 환경에 의해서 한국적인 정서나 문화적 요소가 담긴 신앙의식이나 기독교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경우라고 해도 기독교의 본질을 수용자의 입장에 따라서 바꾸거나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만주 민중층에 의한 개신교 '수용'

반면 연규홍 교수는 "한국의 기독교는 수용이다"란 제목으로 발표하며, 민중신학적인 접근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그 '수용'의 주체가 노비나 빈농, 나아가 중인계층에서 탈락한 수공업, 임노동자, 변방의 무인계급, 소규모 상인 층이라고 봤다.

연규홍 교수는 "민족근대사의 주체로 역사 전면에 드러난 민중층의 봉건적 질곡과 외세의 침략에 대한 해방적 열망을 수렴한 갑오농민전쟁의 이념과 동학으로 기능한 동학민족 종교운동의 좌절은 이를 대체할 새로운 종교 운동을 강력히 요구하게 되었다"며 "바로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개신교는 조정의 정치적 통제가 기능할 수 없는 변경지역인 만주 땅에서 새로운 삶의 가치와 역사의 이상을 추구하였던 한국 민중에 의해 수용되어졌다"고 주장했다. 개신교 전파가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이뤄졌다기 보다 민중들의 주체적 '수용'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만주에서 이뤄진 민중층에 의한 개신교 '수용'을 강조한 연 교수는 "1876년 스코틀랜드의  선교사 존 로스와 맥킨타이어가 중국어로 된 성서를 읽고 결심해 기독교신자가 되고자 하는 이응찬, 백홍준, 이성하, 김진기 등 4명의 한국 청년들에게 세례를 배풀었다"며 이를 "한국 최초의 개신자 신앙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봤다.

연규홍 교수의 발표에 대해 논찬자인 김명구 박사(한국교회사학연구원 상임연구원)는 "동학 농민혁명의 에너지를 흡수한 관서지방의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조직과 세력을 넓혔고, 복음을 매개로 교회 안에 축척 된 민중의 운동역량들이 식민지 민족 모순과 타율적 자본주의 사회발전의 이행단계에서 빚어지는 민중모순에 대해 저항할 수 있었다는 주장은 기존의 역사 해석과 전혀 다른 독특성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 개신교 출발은?

연 교수는 만주의 민중층에 의한 신앙공동체의 형성으로 분석한 반면, 이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선교사들이 입국한 시점을 한국교회의 출발점으로 본다는 것에 대해서 그 이전의 전래(또는 수용)의 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함께 한국교회사를 정리하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선교는 단지 복음을 전달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비록 선교사들이 입국하기 전에 사실상 신앙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그 신앙공동체가 교회로 세워지는 과정은 선교사들의 입국과 그들이 이미 형성되어있는 공동체를 찾아가 세례를 베풀고 교회로 세움으로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주최 측은 "본 연구원의 교회와역사분과위원회는 NCCK 신앙과 직제위원회와 협력해 준비 중에 있는 '한국교회의 역사 100선' 작업의 첫 주제로 이번 발표회를 준비했다"고 밝히고, "이와 같은 논의가 향후 일반 역사학자들과의 교류 그리고 공신력을 얻어냄으로써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교회는 대한민국 근 현대사의 주역으로써 교육과 문화, 의료, 사회사업 등 여러 면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 체계적인 자료의 축척이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한국교회의 역사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국가와 사회공동체의 긍정적 발전을 이끌어 낼 필요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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