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장신대 영성신학 교수인 소기범 목사가 한국에서 성공한 목회 프로그램을 이민교회에 적용시키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민교회들은 바울의 영성을 닮아 ‘창조적 중간자’의 위치에서 한국교회와 미국교회를 모두 깨우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은다.
소기범 목사는 ‘수도원에서 들려오는 소리’(발행인 김창길 목사) 3월호에서 ‘이민교회와 바울의 영성’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수도원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미주에서 처음으로 수도원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창길 목사가 발행하고 있는 간행물로 이민교회를 바른 방향으로 제언하는 엄선된 글을 게재하고 있다.
소기범 목사는 이 글을 통해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 이민자의 삶을 살았던 바울의 영성은 미국에서 한인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귀한 지혜를 제공한다면서 ‘창조적 중간자’의 위치에서 늘 교회를 깨웠던 사도바울의 사역에 이민교회의 역할을 대입했다.
먼저 소기범 목사는 이민교회는 한국교회의 지교회라는 일부 생각들에 대해 “이민교회는 미국이라는 새로운 땅에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그리스도의 교회”라며 “한국교회가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한국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목회하듯이, 미국의 이민교회는 북아메리카에 위치한 미국에서 이민자들과 1.5세, 2세를 대상으로 목회하는 교회”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기범 목사는 “한국교회와 이민교회는 그 문화적인 상황이나 특수성이 전혀 다른 교회”라며 “이것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한구교회의 목회를 수출하려는 한국의 교회나 혹은 성장이라는 단순한 목표를 위해 한국의 목회전략과 목회자를 직수입하려고 하는 미국의 이민교회는 결국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목회 시스템이 이민교회에 적용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자라온 토양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소기범 목사는 이민교회는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는 ‘창조적 중간인’의 위치에 바르게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민자들의 위치에 대해 “한국으로부터 떠나 삶의 뿌리를 옮겨 오는 경험을 거친 후 이제는 한국의 문화와도 거리가 생긴 생소한 마음의 아림을 안고 살아간다”며 “미국에서는 여전히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주변부에 머무르게 된다. 게다가 때때로 겪게 되는 인종차별은 이 사회에서 이민자의 위치가 주변부에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기범 목사는 “이정용 교수는 이러한 중간인의 삶이 설움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중간인이 받은 축복은 ‘비판적 창소성’이고 두 문화를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한국과 미국사회의 핵심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진 권력과 욕심에 눈이 멀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중간인들이다. 이민자들이 가진 실존적인 정체성에서 나오는 ‘비판적 창조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사도 바울”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기범 목사는 “이민교회의 비전은 바울처럼 ‘세상을 향한 교회’가 돼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중간인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이민교회가 비교적 수월하게 감당할 수 있는 비전”이라며 “왜냐하면 이민교회는 문화와 세상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실존적으로 깨닫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소기범 목사는 “지금의 한국교회는 성장주의의 폐해로 인해 대형화, 물질화, 세속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민교회는 그 작은 규모와 한계로 인해 적어도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조금 더 자유로운 모습을 보인다”며 “이민교회들은 자신들의 영세함과 연약함을 부끄럽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이 연약함을 극복해 대형교회로 성장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를 세워서도 안된다. 오히려 이민교회가 보여 줄 ‘세상을 위한 교회’, ‘약함의 영성’은 한국교회와 미국교회 모두를 건강하게 할 중간인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소기범 목사는 “이민교회는 쉽게 갈라지고 분열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바울은 우리에게 교회 안에서 약한 자나 강한 자나 하나의 예배공동체로 설 것을 촉구한다”며 “정든 교향을 떠나 새로운 삶의 자리에 정착한 이민자들을 위한 이민교회는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마음의 고향, 하나님의 사랑으로 힘을 볻돋아주는 영적인 보금자리가 돼야 한다. 이러한 이민교회가 추구해야 하는 영성은 창조적인 중간인이라는 실존적인 모습에서 드러내는 ‘약함의 영성’, ‘세상을 위한 교회의 사명’, ‘화평의 영성’”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