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사회] 1,000만 건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가 폭로됐다. 이 자료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전·현직 정상들은 물론 리오넬 메시나 성룡 등 유명인들이 대거 포함됐는데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 이름도 200명 가까이 확인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4일 중미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내부자료를 입수 분석해 공개했다.
모색 폰세카의 내부자료는 지난 1977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40년간의 비밀 거래 내역이 망라돼 있어, 자료의 양만 무려 1,150만 건으로 파일 용량이 2.6TB(테라바이트)에 달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기자들이 처음 입수한 뒤 ICIJ와 함께 분석한 이 자료로, 영국 BBC와 프랑스 르몽드 등 전 세계 100여 개 언론사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탐사보도 전문 독립언론 매체인 '뉴스타파'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조세회피처 관련 문서에는 'korea'로 검색된 파일이 모두 1만5,000여 건 있었고, 이 가운데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 이름은 195명이 확인됐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또 각국의 전·현직 정상 등 주요 정치인과 유명 영화배우, 스포츠 선수들의 이름도 들어있었다.
특히 뉴스타파는 유출된 조세회피처 자료에 노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 이름과 동일한 영문명 ‘Ro Jae Hun’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 사람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면서 제출한 홍콩 거주민신분증을 찾아낸 결과 재헌씨가 맞았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 씨는 지난 2012년 5월 18일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3곳을 만들었다.
회사 이름은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과 'GCI 아시아' 그리고 '럭스 인터내셔널'이었고요, 모두 노재헌 씨가 이사이자 주주인 동시에 실소유주로 등재돼 있고, 1달러짜리 주식 한 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로 밝혀졌다.
노 씨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지 1년쯤 뒤에 이사직에서 물러났는데,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과 'GCI 아시아'의 경우 첸 카이라는 중국인에게 이사직과 주식을 양도했고, '럭스 인터내셔널'은 김정환이라는 사람에게 이사직을 넘겼는데 이 두 사람이 누구인지, 노재헌 씨와는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뉴스타파는 밝혓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서 지난 2013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울러 이번 ICIJ에서 공개한 자료는 가히 충격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친구인 유명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의 명의를 이용해 20억 달러, 우리 돈 2조 3천4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비밀리에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처남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2개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고요, 탈세 방지를 외쳤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경우, 부친이 탈세를 위해 이 로펌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아이슬란드 총리,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등 현직 국가 정상들은 직접 이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가 부친과 함께 파나마에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홍콩 출신 영화배우 성룡도 페이퍼컴퍼니를 최소 6개 이상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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