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 英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고등법원에서 "태아는 인간이 아니"라고 판결이 나온 가운데, 이 지역 가톨릭 주교들은 이번 일이 "충격적인 일"이라고 반발했다.
북아일랜드 일간 아이리시 타임스(Irish Times)는 주교들이 11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많은 부모들과 만났는데, 그들의 태아는 생명이 위협을 받는 상태였고, 길게는 수년, 짧게는 수 주에서 수 일, 몇 시간 밖에 살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를 통해서도 너무나 큰 행복을 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아이들에 죽음을 선고하는 재판관의 판결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재판관은 태아는 보호받아야 할 인간이 아니다고 말함으로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밝히고, "어떤 법원의 판결으로도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따라 이들 태아들은 분명히 사람이며 우리의 의무는 이들의 생명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이 한 생명을 다른 생명과 비교하며 효율성을 따지고, 어떤 아이들의 생명은 더 보호와 사랑과 돌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우리 사회에 말하는 것에 심히 불안하다"고 했다.
북아일랜드는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 그리고 웨일스에 비해 엄격한 낙태 법안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인권위원회는 그동안 낙태가 태아 기형이나 강간 또는 근친상간의 경우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주교들은 성명에서 "강간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이 범한 범죄로 인해 처벌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생명이 위협 받는 상태에서 고통 당하고 있는 취약하고 무고한 어린이들, 그리고 자신의 책임이 전혀 없지만 성적 범죄의 결과 임신된 어린이들이 더 이상 천부적 인권을 옹호하는 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취하는 것은, 모든 상황에서 심각하게 도덕적인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아일랜드의 존 라킨(John Larkin) 법무장관은 "이번 법원의 판결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항소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인권위원회 레스 올럼비(Les Allamby) 위원장은 "매우 기쁘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BBC 뉴스는 이번 판결과 관련, 법원이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이 위험에 처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북아일랜드의 현 낙태 법안에 인권 침해 요소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