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부모들이 예수 안 믿어도, 애들 교회 나가는 건 반대하지 않았잖아요. 저희는 RPS를 통해 교육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주 5일제가 시행되면 맞벌이 부부들은 애들을 학원으로 떠미는데, 교회가 이들을 맡아야 합니다.”
청소년 사역 ‘아웃소싱’을 시작한 오륜교회(담임 김은호 목사)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새학기를 앞두고 오는 27-29일 열리는 ‘올인(All-in) RPS 컨퍼런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라이즈업과 오륜교회의 협력과 관련해 이제까지는 주로 오륜교회의 ‘희생과 결단’이 부각됐지만, 교회를 접수(?)한 라이즈업무브먼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동현 대표의 동생으로 라이즈업 안살림을 도맡아 하던 이동호 선교사를 교회로 파송했고, 소속 간사들 10여명도 함께하고 있다.
“제가 오륜교회로 가면서 저희 단체에도 상당한 무리가 왔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CEO가 가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제가 가면서 전임간사를 두 명 더 써야 하는 상황이 왔어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기도하면서 교회 사역에 대해 기도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교회에서 열어주겠다는데, 우리 손해 때문에 안 해서야 되겠냐는 것이었죠. 그래서 ‘하려면 제대로 하자’고 역제안을 했는데, 평신도 사역자인 제게 전임 이상의 대우를 해 주셨어요. 초유의 일이죠. 저희 입장에서도 모험이지만, 하나님께서 저희를 20-30년 더 쓰실 근거가 되리라 믿습니다.”
이동호 선교사의 말은 빨랐고, 전화벨은 쉴새없이 울렸다. “평소 관계를 맺어오던 여러 다른 교회들의 겸연쩍은 눈길도 느껴져요. (오륜교회에) 한 발 늦었다는 생각도 하는 거 같고…. 오해를 풀자면, 저희도 사역이 안정화되고 있었어요. 후원자들도 계시고, 이대로 안주하면 10년은 지속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중·고등학교에 1백개 넘는 동아리가 조직돼 있고, 집회도 전문화됐고…. 하지만 한국교회의 연합을 위해 계속 기도해 왔는데, 진짜 교회를 섬길 통로가 뚫린 거잖아요. 하던 사역만 하면 하나님 앞에 직무유기 같아요. 사실 다른 교회에도 많이 제안했지만, 용기가 없었고 반대를 무릅쓰고 다 바꿀 수 있는 체질이 아니었죠.”
오륜교회가 손을 내밀 즈음, 라이즈업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교회를 섬겨야 하는데, 방법에서 한계에 부딪혔어요. 와서 도전받는 정도에 그치는 거죠. 많은 아이들이 집회에 오면 뛰는데, 교회로 돌아가면 졸고 있어요. 교회는 ‘선교단체니까 되는 거야’ 라고 하시고…. 해답이 필요했습니다. 작년 대회 준비하면서 교회 청소년 사역자분들이 ‘좀 어떻게 해달라’고 많이들 말씀하셨어요.”
“교회에 들어가서 배우는 게 참 많습니다. RPS를 실천할 멘토들과 이끌어갈 리더와 함께 팀으로 교회를 섬기면 좋겠다는 방법론도 새롭게 생겼어요. 효과가 몇십 배는 되니까요. 사랑의교회에서 제자훈련 세미나를 하듯 오륜교회와 RPS로 한국교회와 세계를 섬겨야죠. 프로그램을 모두 공개할 거에요. 김은호 목사님도 ‘더 이상 세상의 교육에 아이들을 내어줄 수 없다. 우리는 속아왔고, 강력한 영성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세요.”
하지만 예배를 토요일로 옮겼고, 예배 2시간 30분, 공과공부 1시간 등의 프로그램에 출석 학생 수는 다소 줄었다. “중학생만 (사람이) 조금 빠졌어요. 하지만 희망이 있어요. 열심있는 아이들 60-70%가 함께 예배드리면서 벌써 열매가 나타나고 있거든요. 이들만 5백명 이상이에요. 이번 컨퍼런스가 잘 되면 눈치 보던 부모님들도 아이들을 보내실 거라 생각합니다. 컨퍼런스 후 3월부터는 주 5일제가 되니 토요일 오전에 동아리활동, 토론·논술·학습·독서·운동 등 다양한 활동도 마련할 겁니다. 1천명 넘는 예배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어요. 30% 이상은 안 믿는 아이들로 채워 건강하고 역동적인 중·고등부 체제를 만들겠습니다.”
-게임중독이던 아이들이 새벽기도 드리려고 게임을 끊었다던데….
“저희는 게임끊기 프로젝트를 한 게 아니에요. 새벽기도 참석하기 프로젝트를 했는데, 새벽기도 드리려면 일찍 자야 하니 게임을 끊은 거에요. 저희는 ‘먼저 인사하기 프로젝트’ 같은 습관 변화가 중점이에요. 이렇게 태도를 바꾸니 부모님들이 고맙다고 전화 오시고…. 정말 바른 길을 제시하고 달려가니 되는 것 같습니다. 기존 교사분들께도 한번에 멘토가 되기 힘드니 플래너를 만들어 드리고 있는데, 간증하면 교사분들이 박수를 치세요.
인근 중학교 교사분들도 RPS로 학습부진아 대상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효과를 거뒀어요. 영적인 얘기들 대신 인류애를 얘기하면서…. 잘 되니 학교 예산으로 RPS를 하는 기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도 이들 수십 명이 참석합니다. ‘내 삶의 동기부여는 예수님인데, 너희도 알면 좋을텐데’ 하는 방식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왜 교회에서 공부를 가르치나.
“공부는 안 가르칩니다. 성적이 올라갔을 뿐이에요(웃음). 그래서 주목을 받은 거죠. 지학사에서 리서치를 했는데, 고1 때 성적에서 고3 때 2등급 이상 오른 학생이 1.8%에 불과했어요. 그렇게 학원 다니고 족집게 과외를 하는데도 말이죠. 저희가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보니, 결국 공부는 티칭(teaching)이 아닌 코칭(coaching), 습관을 바꿔줘야 해요. 그러다 자기주도학습 중에서도 습관을 잡아주는 TMD 고봉익 대표님을 만나게 됐어요. 그런데 그 분도 고민이 있었죠. 결국 아이들의 동기가 ‘엄마의 꿈’이었던 거에요.
습관 변화를 오게 하는 열쇠는 ‘사명’입니다. 돈도 아니고, 일류대학도 아니고, 엄마의 기대도 아니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으시고 구원하신 자로서의 사명. 공부를 가르치지 않지만, 구원의 확신을 주고 영원한 천국에서 상급 받기 위해 우리는 주를 위해 죽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보화를 사기 위해 가진 모든 걸 파는 것, 아이들이 듣고 결단합니다. 습관 변화가 되니 해낼 힘이 생겨요. 저희는 매주 도전을 주고 강력한 영성훈련으로 1주일을 버틸 힘을 공급하죠. 그리고 플래닝 세우는 걸 도우면서, 자신들의 계획이 단순한 야망인지 복음 안에 있는 것인지 조언합니다.
멘토들이 제일 많이 하는 얘기는 ‘새벽기도 나오라’는 거에요. 공부는 알아서 하는 거지만, 나중에 하나님 앞에서 떳떳하게 서기 위해 공부에도 최선을 다하라는 거죠. 그렇게 했는데 47% 정도가 성적이 대폭 상승했어요.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데려오기 시작했죠. ‘선생님 앞에 태도를 바르게 하라’고 했더니 교실에서 자던 아이들이 바로 앉았고,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었죠. 단, 완전히 중독됐거나 깡패 출신 등 선생님 말씀을 들을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애들은 ‘퀀텀 점프 프로젝트’를 실시합니다. 그것도 공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주말에 모아서 사명을 크게 외치게 하고 공부하도록 옆에 있어주는 거에요.”
오륜교회의 ‘결단’을 접하고 라이즈업과 관계를 맺던 10여곳 이상 교회들도 오륜교회처럼 RPS 시스템 도입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한다. “기독교 교육이 언제부터인가 주일 예배시간으로만 국한됐어요. 이는 성경적이지도 않고, 능력도 나타나지 않고, 하나님이 기뻐하시지도 않아요. 1주일간 왕따와 폭력, 쌍욕이 난무하는 학교에서 버텨내야 하는데, 어떻게 1시간 예배드리는 걸로 되겠습니까? 강력한 영적 도전 뿐 아니라, 학교에서의 6일을 책임져줘야죠, 예수님도 삶으로 제자들에게 보여주셨듯이.
RPS 개념이 그것입니다. 복음은 삶의 모든 부분에서도 역사한다, 복음은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 교사들이 신이 났어요. 보람도 생겨나고. 학교 교사들이 찾아와요. 이 프로그램을 학교 예산으로 실시하는 기적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꾸 전도하기 어렵다는데, 연구하고 기도하면 방법이 생깁니다. 주 5일제 시대, RPS가 전도의 대안이 될 겁니다.
물론 큰 도전이에요. 코피 나고, 혈변 나오고 몸은 너무 힘들지만, 오랜만에 불타오르는 기분이에요. 사역 초기 같아요. 목숨 건다고 선포했어요. 매일 새벽기도에 오는 아이들 70-80명 모두 붙잡고 안수기도해요. 모두 반대했지만 분당에서 나왔고, 상상도 못했을 때 세계로 나가 2배 성장한 것처럼, 라이즈업의 3번째 발전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오륜교회가 바뀌면 정말 한국교회 패러다임이 확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