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대한성공회(성공회, 의장주교 김근상) 선교 125주년 기념대회가 '자연·사람·하느님과의 화해'(사6:8)라는 주제로 3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주교좌 성당에서 거행됐다.
'자연·사람·하느님과의 화해'라는 주제는 급속한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삶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자연환경 파괴를 참회하고 세대와 세대를 거쳐 극심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의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하느님과 세상이 다시 만나는 교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 '화해'라는 주제로 결정됐다.
이날 행사엔 성공회 선교 125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대한성공회 전체 성직자 및 교우와 국내외 축하인사 등 총 2000여 명이 참석, 서울주교좌 성당 안팎을 가득 메웠다.
축하인사로는 미국성공회 의장주교 캐서린 제퍼츠 쇼리 주교, 미국성공회 첫 한인주교 신 알렌 주교를 포함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홍콩 등 세계성공회 해외 축하사절과 각 교단 수장 및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인평화회의 등 유관기관 인사들이 참석했다.
선교대회는 성공회 한국인 첫 사제인 김희준 마가 신부의 흉상 제막식을 첫 순서로 시작됐다. 유시경 신부(교무원장)의 사회로 유낙준 주교(대전교구 교구장)의 개회기도, 김근상 의장주교(서울교구장)의 인사말, 김진세 신부(김희준 신부 후손 대표)의 감사인사 후 제막식이 이어졌다.
김희준 마가 신부는 1866년 강화출생으로 1897년 11월 7일 성미카엘 성당에서 조마가(트롤로프) 신부에 의해 세례를 받았고 1914년 성미카엘 신학원에 입학, 1915년 12월 21일 조마가 주교로부터 사제서품을 받았다. 이후 같은해 12월 22일 서울 장림성당에서 첫미사를 드렸고 첫 임지로 음성교회 주임사제로 발령 후 1938년 강화읍교회에서 은퇴, 1946년 5월 11일 소천했다.
흉상 제막식 후 감사성찬례가 김근상 의장주교와 유낙준 주교 및 박동신 주교의 공동집전으로 드려졌다.
김근상 주교는 이날 감사성찬례에서 '새 날과 새 시대를 위하여, 주여 나를 보내소서'(사6:8)라는 주제로 설교를 전했다.
김 주교는 "대한성공회는 선교 125년의 역사 동안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 걸었다. 1890년 영국해군 군목이었던 존 코프 신부(한국명: 고요한)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한국 초대주교로 성품되어 십자가 복음을 전하며 대한성공회의 선교는 시작됐다. 그간 성공회는 복음을 이 땅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과정에서 토착화와 사회선교 및 교육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며 3.1운동을 비롯한 항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이 전통은 1980년대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에도 고스란히 이어져 6.10민주화운동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이웃의 삶과 더욱 가깝게 살려는 교회의 다짐이 나눔의집 설립으로 이어져 오늘날 성공회를 대표하는 사회선교기관이 되는 발전의 토대를 이뤘다"고 성공회 선교 125년의 활동을 설명했다.
특히 "125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세상을 소망하며, 하느님과 이웃, 자연에 하느님께서 '화해'를 요청하시는 것에 대해 우리는 응답해야 한다"며 김 주교는 '화해'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김 주교는 "하느님, 우리 자신, 내 곁의 이웃들, 그리고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자연과 멀어졌던 관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우리는 평화통일을 위해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또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가르치며 섬길 것이다. 이웃의 필요에 응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환경문제 등 지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성부, 성자, 성령 하느님이 한 분이듯이 대한 성공회의 세 교구도 하나가 돼 공동의 선교 비전을 갖고 서로 협력하는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설교 후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와 성찬 전례 및 파송식이 이어졌다.
이날 기념대회는 감사성찬례 후 성공회 서울교구 어머니연합성가대의 성공회 선교 125주년 축하 기념공연과 사제중창단 협연을 끝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