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요즘은 먹방이 대세입니다. 온통 먹방, 쿡방 일색입니다. 아무리 먹어야 산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침 저녁 어느 때고 맨 먹방 쿡방이고, 공중파도 종편도 오직 먹는 방송만 내보냅니다. <한국인의 밥상>, <식사하셨어요>, <집밥 백선생>, <삼시세끼>, <한식대첩>, <오늘은 뭐 먹지> ... 다 셀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심지어는 어느 연예인 집에 있는 냉장고를 통째 옮겨다가 그 안에 있는 재료만으로 요리를 하는 경연도 있고, 남자 연예인들만 출연하여 음식 솜씨를 겨루는 쿡방 예능도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무인도에 가서 재료를 스스로 구해 음식을 만든다든가 군부대의 취사장을 무대로 펼치는 이색 먹방도 있습니다. 온라인상의 먹방 중계는 더욱 요지경입니다. 덕분에 요즘은 셰프들이 CF 모델로 활약하고 강레오, 레이먼드 킴, 백종원 등이 여성 연예인들과 결혼하면서 요리사들이 최고의 인기 신랑감으로 급부상하기도 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이 허기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먹는 거 말고는 도무지 즐거운 구석이 없는 이 서글픈 현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먹는 낙 외에는 없다는 뜻일까요? 한 사회학자는 <우리 사회의 먹방 열풍의 핵심에는 불안이 존재한다. 흔히 불안하면 먹는 것을 찾지 않는가? 먹방 열풍은 불안한 사회가 만든 결과다>라고 했습니다. 외신들도 우리나라의 이 기이한 먹방 열풍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소개했는데 영국의 BBC는 <혼자 식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이 발달한 정보기술을 이용 남과 함께 밥을 먹는 가상현실을 구현한 것이 바로 먹방이라는 문화를 낳았다>고 분석했고, 최근 미국의 ABC 방송도 우리의 먹방 열풍을 참 <특이한 문화현상>이고 <낯선 풍경>이라며, 역시 <1인 가구의 확대로 전통적인 식사문화에 대한 향수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먹방을 택하게 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28일 <푸드쇼 대열풍>(The food-show craze)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먹방을 집중 조명하며 <냉장고를 부탁해>, <삼시세끼>, <집밥 백선생> 등을 소개했는데 이런 것들이 다 간편 요리라는 점에서 <혼자 밥해 먹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와 최근 다이어트에 관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그들의 눈요기 수요까지 겹쳐 먹방 과잉현상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지금 우리 사회가 뭔가 많이 허전하고 크게 허기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우리의 먹방 현상 기저에는 분명 <배고픔과 목마름, 불안과 외로움>등의 부정적인 정서가 짙게 드리워져있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 4:4)고 하셨고, 또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고도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허기와 갈증의 주범은 바로 영적인 기근과 기갈입니다. 영적인 빈곤과 결핍이 결국 먹방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게 한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생수를> 제공하지도 않고, 하늘에서 내려온 떡이신 주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않는 마당에 세상 사람들이 저렇게 목말라 하고 배고파하며 먹방 쿡방에 매달리는 현상이야말로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닙니까?

추석을 앞두고 더욱 극성일 먹방에 치 떨기보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마 14:16)고 하신 주님 말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새겨 볼 일입니다./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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