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에서 한 부부가 3명의 자녀에게 가혹 행위를 한 끝에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단이나 사이비에 속한 이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초기에는 목사 부부가 병에 걸린 자녀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기도로 치유하려 하다가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장하는 동시에, 마치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기독교 신앙인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낳게 했다.
하지만 교계와 의학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의학’ 자체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도 의학 또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들 중 하나라는 의견을 보였다. 즉 의학의 힘을 빌린다는 것이 결코 믿음이 없다거나 비신앙적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창조과학자로 신학과 과학에 정통한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는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라며 “하나님께서 믿는 자들에게 베푸시는 특별은총이 있지만, 믿는 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자들 모두에게 주어지는 일반은총 역시 엄연히 존재한다. 의학은 그런 일반은총의 하나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군가 병에 걸렸을 때, 그를 현대 의학의 도움으로 치료받게 하고 동시에 기도함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량진교회 박창두 목사도 “인간의 병을 낫게 하는 건 의술이 아니다. 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분은 오직 하나님과 그 분의 말씀”이라며 “그러나 하나님은 의학, 혹은 의술을 도구로 사용하신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무시한 채 기도만 하는 건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현직 의사인 박재형 교수(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는 “의학을 포함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과학적 산물들은 인간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라며 “의학의 발전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들이 전염병으로부터 해방돼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게 아닌가. 의학은 하나님의 간전접인 축복”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므로 교회 등에서 의학을 마귀적인 것으로 가르치며 병원에 가는 것을 믿음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그러나 분명한 건 의술 자체만으론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병을 이기는 것은 인간의 몸이고 이를 위해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며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 보성경찰서는 문제의 부부가 감기에 걸린 자녀를 치료하지 않고 폭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 부부는 자녀들이 숨진 후에도 “기도로 살려내겠다”며 금식기도를 하다가 친척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