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는 [교회건축, 패러다임을 바꾸다]를 제목으로 한국교회 건축을 새롭게 논합니다. 오늘날 교회들의 ‘건물 짓기’가 본질에서 벗어나 교회 확장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기사는 출발합니다. 과연 교회에서 ‘건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돌아보고, 교회건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건설사 부도로 예산 10억 초과, 이자 부담에 ‘헉헉’
경기도의 A 교회는 수 년 전 새 예배당을 건축했다. 이 교회 담임 B 목사는 건축 전 예산을 약 20여억원으로 정했었고, 완공 후 부채 상환 계획도 미리 세워놨다. 당시 교회 재산은 땅값을 포함해 약 2~3억원 정도, 교인은 2백여명이었다.
그러나 건축이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 건설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선수금을 떼였고, 설상가상으로 하청업체 대금마저 교회가 대신 물어냈다. 이미 보다 아름다운 ‘외관’을 위해 설계를 변경, 건축 대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완공에 총 30여억원이 들었다. 예산보다 10억원 이상 더 든 셈이다. 대부분 은행 대출로 메웠다.
그래도 B 목사는 새 예배당이 생겨 마냥 좋았다. 서울의 모 교회가 교인 100여명으로 건축을 시작해 완공 1년 만에 교인이 1천여명으로 늘었다는 소문도 들은 터였다. A 교회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B 목사는 확신했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매월 거의 2천만에 달하는 이자를 감당하기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급기야 제2 금융권에까지 손을 댔고, 빚은 어느새 40억 원 가까이 불어났다. 악순환이었다. 누가 봐도 멋진 A 교회, 그러나 B 목사는 그런 교회를 보고도 웃음이 나지 않는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가 기존 예배당 바로 옆에 새 예배당을 건축하던 때의 모습. 이 교회는 최근 건물을 완공하고 입당예배를 드렸다(상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계가 없음). ⓒ크리스천투데이 DB |
건축 이면에는 ‘교인 증가’ 기대심리
한국교회가 ‘건물 신드롬’에 빠졌다. 예배당 크기가 곧 교세를 상징하면서, 교회들마다 건축에 열을 올린다. 수많은 교회들이 건축 중에 있거나 그것을 꿈꾸고 있다. 이런 교회 신축의 이면에는 ‘확장을 통한 교인수 증가’라는 기대심리가 깔려있다. 건물만 지으면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다. 기존 교인들을 다 수용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교회를 새로 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문제는 ‘성장만을 위한 건축’이다. 많은 교회들이 특별한 철학이나 목표 없이 그저 ‘교세 확장’을 위해 건물을 짓다가 얘기치 못한 상황에 되레 낭패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사례로 든 A 교회와 같은 경우다. 이런 교회들은 새 예배당에 대한 장밋빛 환상에서 건축을 결정하는데, 그러다보니 건축 과정에서 미숙한 점들을 많이 노출한다. 좀 더 근사한 건물을 지으려다 예산을 초과하는가 하면, 교회의 약점을 노린 건설사들의 감언이설에 무리한 확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지 않고 그저 크게만 지어 지역주민들의 원성을 사는 경우도 있다.
교회건축선교회 대표 전병철 목사는 “교회들이 대개 교인수 100명을 넘어서면 새 예배당 건축을 꿈꾼다”며 “그러나 대부분 건축 전문가들이 아니다 보니 신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완공 후에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목회자가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교회들이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에서 건물을 새로 짓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십자가 놓일 자리에 대형 스크린… 교회, 왜 짓나
교회건축을 두고 교계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교회건축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는 교회들이 ‘사람 모으기’라는 획일적 목표에서 벗어나, 예배당이라는 하나의 ‘건물’이 갖는 의미와 그것이 신자들의 신앙과 삶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다. 전 목사 역시 “예수님께서는 성도가 곧 성전이라 하셨다. 교회건축을 진행함에 있어 건물 자체보다 진짜 성전인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한다. 건물이 크다고 믿음까지 큰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경동교회(담임 박종화 목사)를 지은 건축가 승효상 씨도 과거 한 세미나에서 “한국교회 건축이 지극히 세속적이고 탐욕적”이라며 “왜 교회를 짓는지 알지 못한 채 건축을 하는 것 같다. 이런 건축이 교회일지는 몰라도 ‘교회적’이진 않다. 우리는 ‘교회건축’을 ‘교회적 건축’과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교회마다 십자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형 스크린을 걸고 있다”며 뚜렷한 철학 없이 그저 ‘교인 편의주의’에만 빠진 건축 실태를 비판했다.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경동교회는 여느 교회들과 그 내외부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박종화 목사는 “예배당은 하나님과 인간의 수직적 만남을 상징하도록 디자인 되었으며, 설교대와 성찬대 및 세례대를 나란히 설치해 말씀과 성례전의 조화를 이루게 했다”며 “교회를 향해 들어오는 길목으로부터 좌우 양면의 수많은 계단은 예수께서 골고다로 향해 걸으셨던 그 길을 상징하도록 디자인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가 ‘왜 교회를 짓는지’ 고민해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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