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양자대결'로 좁혀지던 경선구도에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의 급부상이 변수로 등장하면서 당초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샌토럼 전 의원은 7일(현지시간) 동시에 실시된 미네소타주 코커스(당원대회)와 미주리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콜로라도주 코커스에서도 예상을 깨고 접전 끝에 승리했다.
조직ㆍ자금력, 전국 인지도 등에서 사실상 최약체 주자로 평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동시에 3승을 거머쥔 것은 `충격'에 가까운 놀라운 결과다.
샌토럼 전 의원은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 돌풍을 일으킨 뒤 이후 열린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네바다 경선에서 모두 3위 이하로 처지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이날 선전으로 다시한번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날 승리로 샌토럼 전 의원은 깅리치 전 의장 대신 이른바 `반(反) 롬니 진영'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최근 공화당 내 일각의 사퇴 압박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올해 공화당 경선이 시작된 이후 첫 `복수지역 승리'를 이뤄냄으로써 장기전이 예상되는 경선전에 대비하기 위한 선거자금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샌토럼 전 의원은 이날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롬니 전 주지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면서 보수 진영의 진정한 대안은 자신이라고 주장, 최근 자신을 집중 겨냥하고 있는 롬니 진영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전문가들은 샌토럼의 이날 압승에 대해 롬니와 깅리치 진영의 `네거티브 공방'에서 한발짝 비켜나 낙태 반대 등 보수 색채가 강한 공약으로 공화당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한 게 주효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플로리다와 네바다에서 2연승을 거둔 롬니 전 주지사는 이날 경선에서 샌토럼 전 의원에 밀려 `대세론'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승리가 예상되던 콜로라도 마저 내준 것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예고했다.
아울러 최근 보수성향의 유권자단체인 티파티(Tea Party)를 중심으로 롬니 전 주지사가 본선에 진출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할 것이라는 `필패론'이 제기되고 있어 이런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지 주목된다.
그러나 롬니 진영은 이날 경선이 대의원 확보 측면에서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달말 미시간주, 애리조나 프라이머리에 이어 10개 지역에서 경선전이 펼쳐지는 다음달 6일 슈퍼화요일(Super Tuesday)'에 대비한 필승전략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롬니 전 주지사는 이날 콜로라도 덴버에서 한 연설에서 샌토럼 전 의원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인 뒤 오바마 대통령을 누를 후보는 자신 뿐이라며 지지를 거듭 호소했다.
이날 `빅매치'의 또다른 패배자는 깅리치 전 의장이다. 롬니 전 주지사의 대항마 자리를 샌토럼 전 의원에게 뺏길 위기에 놓이면서 지지 기반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다소 때이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는 그러나 이날 3곳에서 열린 경선을 사실상 모두 포기한 채 오하이오주에서 유세를 벌이며 전략적으로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지금까지 열린 경선 가운데 뉴햄프셔 프라이머리(2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3위 이하로 밀려난 론 폴 하원의원의 경우 경선레이스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으나 `당내 비주류'라는 점에서 전체적인 관심도는 점차 떨어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