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탈북민과 해외 북한 노동자, 북한 출신 난민,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이 북한어와 영어로 창세기와 신약을 쉽고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조선어/쉬운 영어 대조 스터디 성경'이 최초로 발간됐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Voice of the Martyers Korea)는 22일 서울 마포동 사무실에서 출간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사역을 하면서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성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창세기와 신약성경에 성경 각 권의 설명과 각 장의 주석, 단어를 소개한 '조선어/쉬운 영어 대조 스터디 성경'을 제작했다"며 "북한 사람들의 성경 이해를 도울 뿐 영어 학습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 북한의 지식인, 부유층, 탈북민 등에게도 훌륭한 복음 전도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어/쉬운 영어 대조 스터디 성경'은 북한 조선기독교연맹(현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발간한 북한 공식 성경인 '성경전서'(공동번역 평양교정본)와 위클리프 미션 어시스트(Wycliffe Mssion Assist)의 '쉬운 영어 스터디 성경'(Easy English Bible)을 사용했다. '쉬운 영어 스터디 성경'은 성경 본문과 주석, 단어 해설(단어장)을 1,200여 개의 영어 단어로만 기록해, 영어와 성경이 생소한 사람들도 쉽고 바르게 성경 말씀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영어권 및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 '성경전서'와 함께 실린 주석, 단어장도 '쉬운 영어 스터디 성경'의 주석, 단어장을 북한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 성경책은 1쇄 5,000권을 인쇄했으며, 네덜란드 순교자의 소리(SDOK), 미국 순교자의 소리(VOM US)가 후원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이 외에도 '조선어/쉬운 영어 스터디 성경'에서 북한어 부분만 모은 요약본 '조선어 스터디 성경'도 같이 발간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공동대표 에릭 폴리 목사는 "잘 알려지다시피 북한에서 성경을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며, 성경을 지니고 있다가 잡히면 심한 처벌을 받는다"며 "단순히 성경을 지닌 사람만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3대 가족 모두가 처벌을 받기 때문에 예전부터 가족이 기독교인이어서 신앙을 물려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북한 사람이 성경을 보거나 읽어본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겐 성경에 쓰인 '아멘', '할렐루야', '예루살렘', '회개'와 같은 단순한 개념과 단어의 뜻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며 "새롭게 기독교인이 된 북한 탈북민이나 북한 내부 사람, 다른 나라의 북한 노동자나 난민들이 매우 쉬우면서도 교리적으로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성경 주석과 단어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10년 전부터 북한 사람들이 북한어로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조선어 성경책들을 발간해 배포하고 있다. 북한 내부와 중국 등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조선어 신약성경 '지혜, 사랑, 정의, 평화'(2005), 성경전서를 연대기적 순서로 배열해 중국에서 출판한 '세기의 력사'(2006), 남한 탈북민과 중국의 북한 동포를 위한 '조선어 성경: 연대기 성경'(2008), 이를 재출간한 '조선어 성경'(2008)을 발간했으며 작년에는 남북한 사람들이 하나의 성경으로 예배하고 성경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남북대조성경'(2014)을 출판해 특히 탈북민의 호응을 얻었다. 또 매년 평균 5만 권의 성경을 풍선에 실어 북한에 날려 보냈으며, 올해는 3만5천 권을 보낼 계획이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이자 에릭 폴리 목사의 사모인 현숙 폴리 박사도 "북한 사람들은 영적인 세계나 죄, 용서, 기도, 인간의 생각을 초월하시는 영원한 하나님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다"며 "김일성을 섬기기도 했지만, 그를 초월적이고 영원한 하나님이라기보다는 유교적인 차원에서 위대한 조상 정도로 숭배하고 인식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숙 폴리 박사는 "그래서 매번 북한어 성경을 출간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북한 사람들이 성경을 더 잘 이해할지 고민했다"며 "이 고민에 더하여 성경 본문 외 어떤 것이 필요할지를 생각하다 이번 성경책을 발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 정권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위 보좌관들조차 영어를 배울 것을 요구하면서, 북한 지식인과 대학생, 일반 시민도 영어 학습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느는 추세다. 여기에 자유를 찾아 중국, 태국을 거쳐 한국에 온 탈북민들 사이에서도 영어 학습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영어학습을 계기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성경 발간 프로젝트에서 신학적 자문을 맡은 허주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대학원 교수는 성경 주석의 기본 의미를 북한어로 바꾼 1차 번역본을 편집, 감수했다. 허주 교수는 "'쉬운 영어 스터디 성경' 자체가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가 공유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해설로 되어 있어, 실제 신학적 자문보다는 큰 테두리 안에서 번역이 잘 되었는지 전체적으로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이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선어 성경에 영어성경이 있고, 해설까지 함께 있어 북한의 지식인, 차세대 복음화에 매우 큰 공헌을 하고, 북한 복음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허주 교수의 2차 검토 후에는 한국 순교자의 소리가 운영하는 탈북민 양육학교인 유유선교학교, 유티학교 학생들, 한국 순교자의 소리 간사들,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조선어 고유명사, 어법 등의 3차 교정 및 편집으로 섬겼다.
성인 남성 탈북자만 있는 강원도 화천 제2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내 하나교회에 작년 12월에 부임한 노현민 목사는 "북한에서 오는 많은 분이 남한성경의 고어, 높임말뿐만 아니라 문장 표현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며 "며칠 전 한 탈북자 청년은 '악에서 구하소서'를 '악에게 구해서 우리를 빼달라'는 식으로 이해하고 무슨 뜻이냐며 물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 목사는 "탈북민들이 기도와 말씀 생활을 하는데 '남북대조성경'만한 것이 없고, 북한 사역을 위해 이번에 발간한 '조선어/쉬운 영어 스터디 성경'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존심이 강해 쉽게 묻지 못하는 탈북민들이 혼자서 성경을 묵상하고 신앙생활을 할 때, 이번 성경이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순교자의 소리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위해 사역하고, 그들의 소식을 자유세계에 알려온 국제적인 초교파 선교단체다. 러시아 공산 치하에서 14년간 감옥 생활을 한 루마니아의 리차드 범브란트 목사가 1950년대부터 활동하다 1965년 정식 설립되었다. 에릭 폴리 목사와 현숙 폴리 목사는 미국에서 순교자의 소리 사역을 섬기다, 2003년 북한에 대한 비전을 받고 2008년부터 한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로 본격적인 활동을 해왔다.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순교자의 소리의 북한 사역들은 모두 한국 순교자의 소리를 통해 구체적으로 진행되며, 특히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라디오 단파방송 사역, 북한어 성경과 전도용 전단을 풍선에 넣어 북한에 보내는 풍선사역, 탈북민 교육 사역, 성경 출간 및 배포 사역 등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에릭 폴리 목사와 현숙 폴리 박사는 사역이 커지자 올해 초 아예 미국 사무실을 정리하고, 한국을 근거지로 사역하고 있다.
한편, 작년 10월 에릭 폴리 목사는 전 세계 순교자의 소리가 연합한 ICA(International Christian Association)의 실질적인 대표(Ambassador)로 선출돼, 2017년 10월까지 3년간 각국 본부를 순회하고 매년 한 차례 회의를 주관하는 역할을 섬긴다.
'조선어/쉬운 영어 대조 스터디 성경'은 북한 사람을 위해 성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원하는 국내외 교회, 단체, 대안학교, 사역자 등이 원할 경우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문의 한국 순교자의 소리 02-2065-0703·info@vo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