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KMQ 포럼
한국선교KMQ 포럼이 열리고 있는 삼광교회에 관심자들이 가득 모였다. ©이지희 기자

[선교신문·기독일보 이지희 기자] 21세기를 맞아 세계선교의 중심축이 서구권에서 비서구권으로 이동하고 ‘모든 나라에서 모든 나라로의 선교’로 전환되었지만, 한국선교 패러다임은 여전히 1세기 전 서구선교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 선교 패러다임을 진단하고, 복음의 수요자 중심의 선교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과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20일 삼광교회(성남용 목사)에서 ‘한국교회의 선교 패러다임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주제로 한국선교KMQ 포럼을 개최했다. 한국선교KMQ는 KWMA가 1년에 4회 발행하는 계간지로, 한국교회 선교 활성화를 위해 국내외 교회와 선교현장, 신학계의 다양하고 실용적인 글을 소개하는 선교전문지다. 특히 한국선교KMQ를 준비하면서 1년에 한 차례는 한국 선교계가 공동의 주제로 논의하는 포럼을 개최해 왔다. 국내 선교단체 대표와 선교사를 비롯해 목회자, 선교학 교수, 대학원생 등 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포럼에서 발제하고 토론한 내용도 정리하여 한국선교KMQ 55호(가을호)에 게재한다.

포럼에 앞서 예배를 인도한 한국선교KMQ 이사장 조영래 진주칠암교회 목사는 “하나님이 축복하셔서 우리가 선교를 열심히 해왔지만 거품이 심한 부분이 있고,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 목사나 현지에 있는 선교사도 진실해야 하는데 물량주의와 과시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선교KMQ가 그동안의 한국선교를 재점검하고 어떻게 선교를 바람직하게 할 수 있을지 정립하여 한국교회 선교의 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교회 선교의 미래를 앞두고 마련한 이 포럼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교, 한국교회 선교의 방향을 제시하는 뜻깊은 포럼이 되기 바란다”고 기대를 전했다.

한인세계선교사회(KWMF) 대표회장 김종국 선교사는 “이제는 한국교회가 선교 현장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현장에 제시해줄 책임이 있다”며 “현장 중심의 구체적인 선교 열매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선교KMQ 포럼이 선교 소프트웨어 개발 및 R&D(연구개발)를 계속하고, 이를 현장 선교사와도 공유하여 도전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선교KMQ 편집인인 성남용 목사는 “삼위 하나님이 선교를 명하셨고(마28:18~20, 막16:15, 요20:21, 행1:8) 교회는 열방을 위한 선교공동체이며(엡1:23)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죽게 하실 정도로 세상과 사람들을 사랑하시고(요3:16) 구원의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는 것(요14:6, 행4:12, 계5:5)이 선교에 관한 불변의 진리”라며 “선교 패러다임은 존재론적 사실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해석적 시각, 인식론적 영역을 다루는 것”이라고 포럼 주제를 소개했다.

그는 “지금 세상은 현대 선교의 문을 연 윌리암 캐리 시대의 세상과는 전혀 다르다”며 “일방적 관계가 가능한 식민지 개척 시대였던 그때와 다르게 상호 호혜적 관계의 시대가 되었고, 교회와 그리스도인도 세계에 골고루 퍼져있으며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선교적 역량도 많이 자랐다”며 “당연히 새롭고 효과적인 선교방법들을 찾아내야 하고, 사람들이 새로운 패러다임, 모델을 열망하는데 이를 찾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게으름과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선교 패러다임은 ‘왜’의 영역이 아닌 ‘어떻게’의 영역, 곧 선교를 바라보는 방식을 다룬다”며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제시할 만한 선교 패러다임을 함께 그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선교KMQ 포럼
한국선교KMQ 포럼 오전 세션 발제 후 김연수 선교사(뒷쪽)의 인도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오전 세션에서 발제한 최형근 교수, 임종표 선교사, 조용중 선교사, 이수구 선교사. ©이지희 기자

 

 

포럼은 오전 세션에 최형근 서울신대 교수(한국로잔위원회 총무)가 ‘선교의 정의: 하나님의 선교와 선교적 교회’, 임종표 동부아프리카 선교사가 ‘한국선교의 활성화를 위한 선교지 이해’, 조용중 GP 선교사가 ‘선교사 역할과 사역의 변화’, 이수구 일본 선교사가 ‘선교사와 현지 교회와의 협력방안’을 발표했다.

최형근 교수는 지난 2~3년 동안 국내 신학대학원 입시 지원율의 급격한 하락과 더불어 해외선교의 인적자원 고갈현상, 지역교회를 통한 해외 선교사 후원금 감소현상 심화 등 위기의 이유와 원인의 기저에 “선교에 대한 축소되고 왜곡된 이해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적했다. 그는 “선교에 대한 명백한 정의가 필요한 것은 초대교회 존재 이유와 삶의 방식과는 지나치게 괴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선교가 무엇인가’,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두 질문을 통해 삼위일체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실마리를 찾고, 우리 안에 내재된 탐욕과 권력의지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하나님 나라의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데이비드 보쉬는 선교하는 교회의 모습을 ‘성육신, 십자가, 부활, 승천, 오순절, 재림’으로 규정한다”며 “하나님의 선교는 하나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정결케 하고, 온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생태계 등 공적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것들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의해 이 세상으로부터 부름 받고 세상으로 보냄 받은 선교사이며 선교적 공동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는 로잔운동의 슬로건은 하나님의 선교의 총체적 특성을 보여준다”며 “하나님의 선교의 목표인 ‘온 세상’은 온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이 보냄 받은 선교의 현장이자 하나님의 선교의 무대이고, 하나님의 백성이 가지고 가야 할 것은 ‘온전한 복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온전한 복음은 하나님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온 세상을 향한 사랑이며, 그것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 부활”이라며 “이를 통해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통치를 말과 행위를 통해 드러내는 거룩한 백성이 된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가 교회 본질이자 궁극적인 목적인 선교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교회 삶의 근본적인 현실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즉 선교와 교회에 대한 목적전치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교의 정의를 파악하고 교회의 본질적인 목적과 목표를 깨닫는다고 할지라도 교회가 자동적으로 선교적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어떤 개념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본질을 안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지식 차원이 아니라 헌신과 소명과 연관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우리가 복음을 살아내고 복음의 메시지가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열방 가운데 드러나도록 만드는 능력은 ‘십자가의 능력’이며 ‘성령의 능력’”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선교KMQ 포럼
한국선교KMQ 포럼을 마치고 참석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지희 기자


 

임종표 선교사는 한국선교 위기의 근본 원인을 선교 및 선교지의 이해가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근대 한국선교 운동을 1970년대 중반 이후 ‘자선교사 운동’과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익명의 선교사 운동’으로 나눠 소개한 그는 “1960년대 존 가투의 ‘선교유예’ 이후 복음주의, 진보주의로 양분돼 혼동과 진공상태로 남은 공간을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 선교사들이 차지하며 자선교사 운동이 시작했지만, 대부분 한국 선교사가 지극히 제한된 선교이해와 선교지 이해를 안고 선교현장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미 타문화권에 정착하고 삶을 꾸려나가고 있던 같은 문화, 같은 언어, 같은 민족 사이에서 애착관계를 구축하여 현지 언어와 현지 문화 습득의 한계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등 제한적 선교이해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선교사는 이러한 자선교사 운동이 “디아스포라와 타문화권 선교사 세력간의 이분법적 관계 형성의 문제를 낳았다”며 “이 시기 필드로 나간 선교사들을 디아스포라 대상 선교사, 현지인 위한 타문화권 선교사로 구분하고 계층화해 종국에 디아스포라 선교세력과 타문화권 선교세력 간 경쟁관계를 만들고, 선교적 시너지 효과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선교를 가시적인 형태로 현장에 남기기 시작해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경쟁관계를 잉태한 점’, ‘가시적이고 경쟁적인 선교형태가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긴 것은 물론이고 한국 선교사는 언어, 문화 습득을 소홀히 하고 누구를 위해 선교지에 존재하느냐는 비평을 현지인들로부터 받는 점’ 등 두 가지 선교적 과오를 남겼다고 말했다.

서울올림픽 이후 선교 부흥의 시대에 일어난 익명의 선교사 운동에 대해 그는 “한국교회의 세계선교 물꼬를 튼 세력은 다름 아닌 무명의 선교세력의 헌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70년대 중반 자선교사 운동을 통해 선교지로 진출한 선교 1세대와 90년대 이후 새로운 선교세력과의 만남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선교지 이해를 가진 한국교회 타문화권 선교운동에 혼란을 선물했다”며 “무정책, 무전략, 무훈련의 ‘선교의 3무’는 한국선교의 취약점”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의 한국교회 선교 패러다임은 크게 ‘선교이해의 부족’,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뿌리 박혀 있는 독특한 ‘우리주의’, 앞서 두 패러다임으로 지나친 경쟁이 촉발한 ‘성과주의’의 세 가지로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대안으로 “선교사 계속교육, 현장 진입 전 선교사 교육,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현장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용중 선교사는 “현대 선교는 모두가 선교사적 삶을 살아가기를 요구하며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가야 하는 글로벌선교지역의 시대지만, 아직도 개척적 선교를 요구하는 선교지와 선교영역이 있다”면서 “선교의 전방위적 필요와 영육을 아우르는 융합적 선교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선교사는 전통적으로 나타난 ‘성경적, 직접적 복음 전파선교사’의 역할뿐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적 선교사’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21세기의 선교사는 ‘변화의 중개자, 촉매자, 격려자, 멘토, 개척적 복음전파자, 기업가, 자연보호자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OMF 국제 선교사로 일본 북해도 지역에서 OMF와 현지 선교사, 현지교회 및 지도자와 실제적인 협력사역 모델을 일궈냈던 이수구 선교사는 “협력관계를 맺고 유지시키기 위해 선교사는 하나님 앞에서 성숙된 자세로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며 하나됨을 이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현지교회와 현지인을 깊이 사랑하고, 그들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현지인에게 과감히 맡겨 스스로 배워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특히 선교사는 자신의 왕국이 아닌 하나님의 왕국을 선교지 안에서 아름답게 세워야 하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선교적 삶과 사역을 통해 자신의 업적이나 유산을 남기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교회가 든든히 세워지기 위해 그 분의 나라와 현지교회에 무엇이 유익한지 생각하며 진실하고 충성되게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세션에는 박경남 선교사(한국WEC국제선교회 대표)가 ‘21세기 선교에 있어 선교단체의 역할’, 김활영 선교사(한국선교학연구소)가 ‘한국선교는 돈선교인가’, 한정국 선교사(KWMA 사무총장)가 ‘목사선교사에서 글로벌크리스천으로의 전환’, 김연수 선교사(한국세계선교협의회 국제총무, 스토리텔링사역연구소 대표)가 ‘수용자 중심의 선교에 다시 눈을 돌려야’, 윤수길 GP 선교사가 ‘시니어 선교의 은퇴 후 사역’에 대해 각각 발표하고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선교KMQ는 3월, 6월, 9월, 12월 말에 발행하며 권당 5,000원에 판매한다. PDF 파일은 1~50호까지 50,000원, 51호부터 권당 3,000원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인쇄물 정기 구독은 국내는 1년 18,000원, 해외는 지역별로 다르고 이메일(PDF 파일) 정기 구독 시 1년에 10,000원이다.(문의 070-4268-7972, kmqdes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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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Q #한국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