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는 [교회로 돌아온 신학]을 제목으로 연중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신학이 사변화되고, 교회나 신앙과 동떨어져 따로 존재한다는 현실인식이 이번 기획을 추진한 배경입니다. 본지는 한국교회 신학의 다양한 면을 살펴, 보다 쉽고 실제적인 신학의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국내 기독교 출판은 ‘스토리’ 위주의 간증과 수필, 신앙, 목회 관련 책들로 이뤄지고 있다. 신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
평신도인 이수진(30·가명) 씨는 새해를 맞아 보다 더 신실한 신앙생황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자면 기독교에 대한 기초부터 바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기독교 사상사를 다룬 신학책을 한 권 구입했다. 평소 책을 자주 읽는 편인 이 씨는, 그러나 해당 신학책을 반쯤 읽다 포기해야 했다.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에 문장 자체도 매끄럽지 않아 도무지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신학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기독교출판협회는 2011년 한 해 독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았던 베스트셀러 도서 50권을 발표했다. 이중 과연 신학 관련 도서는 몇 권이나 될까.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신약과 구약 각 1권, 그리고 박영돈 교수(고신대)의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 이렇게 딱 3권이 전부였다. ‘메시지’가 두 편으로 나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신학책은 2권인 셈이다.
지난 10년간의 성적은 어땠을까. 기독교 포털사이트 ‘갓피플’이 2002년부터 올해까지 집계한 100권의 ‘스테디셀러’에 교회 교재를 제외한 신학 관련 도서는 모두 7권에 불과했다. 이 중 외국 작가의 책 4권과 고전 번역본 1권을 제외하면 순수 국내 작가의 책은 단 2권 뿐이었다.
“신학을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준 책 없었다”
신학책이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신학자들과 신학생들의 전공서적을 제외한, 평신도들을 위한 신학책은 전체 기독교 출판 시장에서 그 존재감이 매우 미미하다. 국내 기독교 출판계는 과거부터 ‘스토리’ 위주의 간증과 수필, 신앙, 목회 관련 책들이 강세를 보여왔다. 그래서 몇몇 대형출판사들은 대부분 이런 종류 중심으로 책을 찍어내고 있다. 신학 관련 책들을 전문으로 다루는 출판사는 그리 많지 않고 규모도 작은 편이다.
한 유명 인터넷서점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년 동안 판매되는 기독교 서적들 중 신학 관련 책은 10% 미만일 것”이라며 “독자들이 신학책을 잘 찾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쉽고 질 좋은 신학책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외국 서적의 경우 번역과 편집만 잘 되면 얼마든지 독자들의 관심을 살 수 있음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쉬운’ 신학책의 필요성은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나타난다. ‘만화 기독교강요’와 ‘1318 창조과학 A to Z’는 비록 어린이라는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지만, 일반 평신도들에게도 사랑받으며 베스트셀러 목록 수위에 올라있다. 이는 평신도들이 ‘어려운’ 신학에 거부감을 가질 뿐, 결코 신학 자체를 멀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화 기독교강요’의 작가 김종두 씨는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읽은 후 받은 감동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만화’를 차용, 책을 집필했다. 김 씨는 “유명 신학자들조차 기독교강요를 읽은 사람이 드물 정도”라고 했다. 그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신학 고서를 만화를 통해 보다 쉽게 전달하려 한 것이다.
영남신학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김동건 교수는 최근 ‘쉬운 신학’을 목적으로 ‘현대인을 위한 신학강의’를 펴냈다. 이 책을 접한 한 독자는 “많은 책들이 저자 자신의 관점에서 글을 풀어 가기에 많이 어려웠는데 이 책의 저자는 독자를 생각하며, 쉽게 신학을 풀어 바른 신학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며 “지금껏 신앙생활을 하며 답답함이 있었다. 그 답답함을 해소하는 것은 바른 신학에 있는데, 그 동안 바른 신학을 너무나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준 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신학에 대한 무관심, 원인은 출판계·독자 모두에게
그러나 쉬운 신학책이 출판되지 않는 건 오히려 독자들이 아예 신학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최승진 사무국장은 “지난 2009년 칼빈 탄생 500주년 당시 칼빈과 관련해 많은 책들이 출판됐지만, 대부분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조금만 어려워도 독자들은 읽기를 꺼린다”고 했다. 한 기독출판사 대표 역시 “신학책이 어렵고 쉽고를 떠나 평신도들은 신학 자체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 출판사들은 애초에 평신도들이 아닌 신학생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책을 펴낸다”고 지적했다.
기독출판계 한 관계자는 “원인은 어느 한 쪽에만 있지 않다. 기독출판계에선 보다 쉬운 신학책이 나와야 하고, 독자들 역시 신학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분명한 건 오늘날 신학이 교회, 그 중에서도 평신도를 떠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