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금요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대법관 9명 중 5명의 찬성 표결로 동성간의 결혼이 미국의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미국 전역에서 동성간의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었고 미국은 동성결혼을 제도화한 21번째 국가가 되었다.

▲미국 동성애 깃발   ©http://www.workplaceclassaction.com

■ 스스로 뿌리를 끊어버린 미국

미국에서의 동성결혼 합법화 논의가 주목을 받는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은 프로테스탄트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이 세운 기독교 국가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기독교 신앙은 일남일녀의 결혼을 기초로 올바른 가정과 국가가 형성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기에 이번에 미국에서 동성간의 결혼을 인정하는 결정은 기독교 신앙과 대치되는 결정인 것이다.

이번 대법원 결정 과정에도 동성결혼의 법제화가 종교자유의 제한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주장이 많았다. 합헌결정에 반대한 로버츠 대법관은 이번 결정이 오히려 미국 수정헌법 1조을 위배하는 결정임을 강력히 비판했다.

결국 이번 결정으로 미국은, 지금의 미국을 가능하게 하는 뿌리였던 수많은 가치와 사상으로부터 담대하게 독립을 선언하는 셈이 되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 세력을 미국의 적으로 규정할 정도로 미국은 이미 기독교국가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동안의 국가 정체성을 벗어버리고 전혀 반대되는 새로운 기초 위에서 세워지는, 새로운 국가로 탈바꿈하고자하는 미국의 노력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눈여겨 볼 일이다.

■ 미국의 패권주의 경계

미국은 전세계의 경제, 정치, 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화는 곧 미국화이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도 각 나라가 동등한 주체가 되어 평등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미국이 모든 분야에서 행사하는 그 입김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는 곧바로 여타의 국가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과거 미국이 패권주의를 앞세워 수많은 약소국가를 무력으로 침탈하면서, 강조했던 것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인 미개상태에서의 해방이었다. 하지만 이는 자국 이익을 위해 이루어진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침탈행위었을 뿐이다. 그런데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동성결혼이라는 서구중심의 일개 문화가 보편적 인권이라는 가면을 쓰고 미국이 세계 각 국에 대해 내정간섭을 하는 도구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고유한 문화들을 초토화시키는 일들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서국 중심의 동성결혼 제도화 유행이 미국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점을 찍으며, 동성결혼의 제도화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미국의 문화적 패권주의를 경계하고 미국의 앞 날을 지켜보면서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미국의 불확실한 미래

미연방대법원은 결정문에서 결혼이 법과 사회의 발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제도이기에 이번 결정이 동성결혼에 대해 호의적인 사회상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성결혼의 합헌 찬반 토론 중 동성결혼의 합법화가 또다른 종류의 결혼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즉, 남녀 양성간의 결합을 결혼이라고 규정하는 결혼의 정의를 바꿀 수 있다면, 일남일녀간의 결합이 아닌 다수의 남녀간의 결합도 결혼으로 정의되는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할 수 있는 논리도 없다. 그리고 이미 다자간의 결합과 근친간의 결합 또한 정당한 결혼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주장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결정은 미국의 사회상을 반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국이란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결혼형태를 주장하는 세력들의 도전은 미국의 미래가 어떤 혼란 속에서 전개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단적인 예일 뿐이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결혼의 정의 확장이 아닌 국가의 존립기반을 교체하는 중대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뿌리의 절단, 과거와의 단절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열어놓은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난해한 과제들이 산적하다. 우리는 그런 미국의 사례를 살펴가며 지혜롭게 움직여야 한다. 미국이 패권주의적인 태도로, 동성애를 보편적 인권으로 강요하는 것에 대해 부분별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며, 수 천년을 이어온 결혼의 역사가 미국인 5명의 결정으로 변화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결정을 신봉하며 부화뇌동하는 무리들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글ㅣ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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