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 문화혁명을 주도한 실세이고 수많은 정치인, 종교인, 과학자 그리고 예술가들을 낳은 자랑스러운 유럽 최고의 명문 가문입니다. 당시에는 어떤 분야에서든지 메디치 가문의 관심과 인정을 받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었습니다. 인재를 사랑하고, 사람을 양성하는데 최대의 강점을 가지고 있던 메디치 가문이 후원하지 않았다면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마키아벨리 같은 예술의 대가들은 결코 오늘날의 우리들이 알고 있는 모습으로 거대하게 다가서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대를 관통해서 흐르는 메디치 가문의 영향력이 실로 대단합니다.
그런데, 사람을 키워 시대를 선도해 나아가던 위대한 메디치 가문이 뛰어난 실력과 평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들떠 보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이 있습니다. 레오나르드 다 빈치(Leonardo da Vinci)입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그림을 배웠습니다.
어느 날, 다빈치는 스승과 함께 너무도 유명한 작품 “그리스도의 세례”를 그리게 됩니다. 스승은 유능한 어린 제자와의 동반 작업이 가슴 뿌듯한 작은 즐거움이었겠지만, 이 시도는 결국 베로키오로 하여금 붓을 꺽고 다시는 화구를 잡지 못하게 합니다.
십대의 다빈치는 이미 자신이 범접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미 신의 경지에 들어선 화가였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토록 인재를 귀하게 여기던 메디치 가문에서 군계일학의 다빈치를 한 번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다빈치보다 못한 베로키오 공방의 문하생들에게는 엄청난 지원과 일자리 소개를 마다하지 않던 메디치 가의 사람들이 유독 다빈치만큼은 지독하게 박대한 것입니다. 덕분에 배고픈 다빈치는 한 때 인생의 밑바닥을 전전하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가 미혼모의 몸에서 태어난 보잘 것 없는 출신성분을 가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의 당돌하고 건방진 성품 때문이었을까요? 답은 너무도 단순하고 명확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어떠한 결과도 내지 못하는 신동(神童)입니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어떤 작품도 끝까지 완성해 본 적이 없는 무책임한 사람이었습니다. 여기저기에 “미완의 걸작품들”을 분신처럼 남겨 놓았을 뿐입니다.
때문에 메디치 가문의 사람들은 그를 “빛깔 좋은 개살구” 정도로 낮잡아 본 것입니다.
뛰어난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입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부족하지만, 최선의 노력과 헌신으로 아름다운 결과들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하나님의 가문”을 이어가는 주인공들입니다.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생명의 면류관을 너희에게 주리라”(계 2:10)
#김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