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동부 메릴랜드(Maryland) 주(州)의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이 공식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해 상정됐다 하원 표결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바 있는 이 법안이 올해는 종교지도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대거 용어 수정을 실시하는 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앞서 지난 23일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는 20명의 지지 의원을 확보한 채 주의회에 수정 법안을 소개했다. 오말리 주지사는 공화당 중 유일한 지지자로 알란 키틀맨 상원의원(하워드 카운티)이 이름을 올렸고, 이날 하원 본의회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상태로 지지 의원들을 모으는 등 본격적인 법안 상정 작업에 들어갔다.
동성결혼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말리 주지사는 다음날인 24일 종교지도자들과 동성커플 및 지지자들을 초청해 조찬을 여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종교지도자들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지지 모임에서 오말리 주지사는 “주의회에 종교 자유를 보호하는 수정 법안을 어제 제안했다”고 밝혔다.
수정된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Civil Marriage Protection Act)에는 ‘동성애자들을 종교지도자나 단체들은 고소나 고발로부터 보호한다’, ‘주정부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종교 단체에 대한 추징금을 물을 수 없다’, ‘주 정부는 종교 단체의 교리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특정 단체가 이끄는 종교 프로그램에는 동성커플들이 배제되도록 하는 세부 정관을 추가로 넣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예로, 동일한 교회가 운영하는 홈리스 쉘터와 결혼 상담 코너가 있다면 쉘터에서는 동성 커플을 거절하면 안되지만, 결혼 상담 프로그램 제공은 거부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이번 법안 수정은 지난해 동성결혼 합법화를 통과시킨 뉴욕주에서 종교단체 권리 보호에 대한 법안 용어를 수정한 것이 통과에 주원인이었다고 평가한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날 법안 지지 모임에 참석한 델맨 코츠 목사(프린스 조지 카운티, 마운트에논침례교회 담임)는 볼티모어 선 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신앙에 반하는 것을 사회가 요구하지 않는다면, 전통 결혼의 개념과 동성 결혼은 함께 공존할 수 있다”며 “이번 법안은 모두가 보호받는 것이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 수정은 이같은 반응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메리 엘렌 러셀 총디렉터(메릴랜드 카톨릭 회의)는 “이 법안이 사회에 가져올 변화로 인한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지지할 수 없다”며 “어떤 변화를 줘도 법안이 바꾸려는 본질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돈 듀이어 의원(공화, 앤 아룬델 카운티)도 “지금부터 매분 매초를 동성결혼합법화 법안 부결을 위해 일하겠다”며 “내 남은 임기의 가장 중요한 법안 주제가 될 것”이라고 선언하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펼치고 있다.
법안이 주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메릴랜드 주민투표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에 대한 메릴랜드 내 유권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팽팽한 대결을 보이고 있지만 23일 수정한 새 법안이 주민들의 찬반 양론을 어떻게 갈라놓을지가 주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버몬트, 뉴햄프셔, 아이오와, 뉴욕 주 총 6개주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으며 특별지역으로 워싱턴 D.C.가 동성결혼을 합법화 했다.
올해 메릴랜드 주 외에도 워싱턴 주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제안, 표결에 부칠 예정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