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당명 변경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일부 쇄신파와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당 해산 후 재창당론은 단호히 일축하면서도 당명 변경 문제에서는 유연성을 보인 것이다.
다만 "여러분이 원하면 바꿀 것이고, 원하지 않으면 안하는 것"이라며 의원들의 합의를 따르겠다 조건을 들었다.
그동안 박 비대위원장의 언행을 볼 때 당명 개정 자체에 대한 반대는 없었다.
지난해 12월14일 재창당을 요구하는 쇄신파 의원들을 만났을 때에도 "국민신뢰를 얻어내면 당명을 바꾸는 것 또한 국민이 이해할 것이라고 보고, 그런 상황에 가면 당명을 바꾸는 것도 논의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쇄신파와의 갈등해소가 목적인듯한 제스쳐에 불과한 듯 했지만 이번에는 무게가 다르다. 특히 "여러분이 그렇게 원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준비도 시키고 있다"는 언급에서 이미 실행의 수순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그가 비록 재창당론에는 선을 그었지만 쇄신파 의원들의 절박한 요구까지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 스스로 더욱 쇄신의 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당명 변경을 '액션플랜'에 넣었을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으로 총선 민심의 분수령이 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코너에 몰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4월 총선 공천기준안을 제시한 비대위가 앞으로 정강정책 변경 등 쇄신의 내용을 완성하는대로 박 비대위원장이 당명 변경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1996년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재창당 후 이듬해 출범했던 한나라당이 '벼랑끝 위기' 속에서 외형적 대변신을 이룰 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