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민간요법 등 예방·치료법이 난무하고 있어 의학적 근거를 놓고 논란이다.
10일 현재까지 메르스에 대한 치료약은 없다. 양·한방 의료계 모두 대증요법으로 접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터넷상에는 메르스 예방책으로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며 각종 근거없는 건강기능식품 및 민간요법에 대한 홍보가 극성이다. 이를 두고 국민적 불안감을 이용해 상업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이침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타미 메르스는 소금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메르스를 비롯한 각종 바이러스의 근본 대책으로 '좋은 소금 섭취와 활용'을 제시하고 있다.
공지 글에는 "수년간 국민들에게 소금이 나쁘다고 홍보하며 소금을 외면한 나머지 우리들의 세포들이 너무나 싱겁게 만들어져 세포의 방어막이 바이러스로부터 너무나 쉽게 뚫려버렸다"며 "이럴때일수록 소금으로 양치질, 손 닦기, 목욕을 하고 음식을 먹을 때도 어느정도 짜게 먹어서 우리 세포를 짜디짜게 만들어 바이러스로부터 방어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짜디 짠 방어선 구축에 대안을 갖고 있으시길 알린다"고 적혀있다.
또 메르스 예방법으로 '소금을 휴대하면서 복용할 것', '세수대야에 소금 한주먹 넣고 충분히 저어 10분 후 온몸에 적셔주고 다시 깨끗한물로 행구어 주기' 등을 명시했다.
특히 "메르스에는 한국이침협회장이 직접 개발한 이침사혈이 특효"라며 "독감,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노출이 됐다고 판단이 되시면 무조건 사혈을 시행해 주시기 간곡히 바란다"고 쓰였다.
해당 이침협회 협회장은 "옛부터 역병이 돌면 주변에 소금을 뿌렸다. 당시에는 김치와 된장 등 짜게 많이 먹어서 바이러스 이기는 체력이 있었다. 사스 때도 된장이랑 소금 많이 먹어서 이겨냈다는 것이 다 알려졌는데 최근 10년간 짜게 먹는 것이 안 좋다고 홍보하니까 이 사태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뿐만 아니다. 한 체질개선연구회는 메르스 치료법으로 진동음을 제시하며 진동 에너지가 메르스를 정화하고 면역력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회 홈페이지에는 에너지를 증폭시킨다는 모형이나 메달 등이 최대 수백만원까지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게시판에는 효과를 봤다는 증언들도 적지 않다.
이 연구회 관계자는 "'옴 나마하 시바이'라는 단어를 외치는 것만으로 메르스 등 각종 질병이 치유된다"며 "진언에서 나오는 소리 파장이 메르스의 탁한 에너지를 몰아낸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아직 메르스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해본 적은 없지만 그 동안 수천명의 사람들이 체험을 통해 몸의 변화를 느꼈다"며 진동 수련과 진동 에너지가 들어있는 물을 마실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이들의 주장을 "과학적 근거가 없는 터무니 없는 얘기"로 규정했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이침이나 소금을 치료에 쓴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논문과 치료 사례를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며 "이들은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르스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의료인의 비과학적인 얘기에 불과하다"며 "국민들이 이런 얘기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현대의학으로 인정받으려면 세포 실험, 동물 실험, 임상 실험(일반인·환자)을 거쳐야 한다"며 "실험을 통해 전과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근거없이 주장만 한다면 현대의학이 아닌 사이비 종교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타민이나 홍삼 등 건강보조식품에 대해서도 "백수오 사태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의 허와 실이 많이 보도됐다"며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도 증명되지 않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메르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명확한 근거없이 메르스라는 이름을 무분별하게 갖다 붙이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상술이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 등에 악용되고 있으니 현혹돼선 안 된다"고 전했다.
한편 식품의약안전중점청인 서울서부지법은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수사 여부나 계획은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혐의가 드러날 경우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