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61) 경남도지사가 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서 거론된 친박 핵심 인사 8명 중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특히 검찰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 등을 통해 성완종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 등을 이미 확보한데다,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까지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사전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에 따르면 홍 지사는 이날 오전 9시5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도착해 12층 조사실에서 손영배 부장검사로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조사에는 손 부장 외에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이 참여하고 있다.
홍 지사는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기에 앞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런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며 "검찰에 오늘 소명하러 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윤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고 대답한 뒤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지난 2011년 6월께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부터 나흘 연속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관련 진술을 구체적으로 확보했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2011년 6월께 아내가 운전한 차량을 타고 국회 의원회관에 가서 홍 지사를 만나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고, 당시 동석했던 홍 지사의 보좌관이 이를 들고 나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당시 쇼핑백을 챙겨간 인물로 지목된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과 홍 지사의 또 다른 최측근인 강모 전 보좌관을 참고인으로 조사해 검증 작업을 벌였다.
검찰은 또 홍 지사의 소환에 앞서 금품이 제공된 상황을 최대한 완벽하게 복원하기 위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2011년 당시 홍준표 의원실 배치도와 등록 차량번호,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 캠프의 후원금 내역과 경선자금 처리 내역 등의 회계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성 전 회장 및 측근들의 동선과 행적을 복원한 검찰은 홍 지사의 동선과 행적, 홍 지사 측의 자금 분석 결과 등에 비춰볼 때 윤 전 부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홍 지사가 측근들을 시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바꾸도록 지시했고, 이 때문에 측근들이 윤 전 부사장 회유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 회유를 지시했다면 증거인멸 교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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