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여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출근길에 대기중이던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15.04.21.   ©뉴시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61) 경남도지사가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은 사실일까.

홍 지사는 "윤씨하고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이 내 주변에도 좀 있다. 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진상을 알아보려 한 것을 회유라고 하는 것은 과하다"라며 회유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홍 지사가 이 과정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홍 지사의 측근들을 상대로 회유 의혹에 대해 강도 높게 조사 중이다.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회유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홍 지사가 측근들에게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할 것을 지시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구속 수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전날 회유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해수(57)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장시간 조사했다.

김 전 비서관은 윤 전 부사장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 "홍 지사가 아닌 홍 지사의 보좌관(나경범(50)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유' 의혹의 전면에 등장한 인물이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부사장과는 정치권 활동을 하며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사이"라면서도 "회유를 하려는 의도가 없었으며 이번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진술하며 의혹을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단순히 윤 전 부사장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접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당시 현장에 동석했던 인물로 지목된 나 전 보좌관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점에 비춰볼 때 김 전 비서관이 홍 지사의 1억원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나 전 보좌관 뿐만 아니라 홍 지사의 일정을 담당했던 강모 전 보좌관 등 홍 지사의 측근들이 검찰 조사에서 하나같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던 점도 주목하고 있다. 홍 지사 측이 검찰 수사에 대비, 조직적으로 말을 맞춘 뒤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 전 비서관과 홍 지사의 또 다른 측근 엄모(59)씨가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려 한 발언이 들어있는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파일에는 "리스트 당사자 등 여러 사람들이 대책회의를 열어 입을 맞췄는데 당신(윤 전 부사장)이 수사에 협조한다고 해서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당신이 입을 놀리면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취지의 경고성 발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녹음파일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홍 지사를 포함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당사자들이 검찰 수사에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주요 참고인들을 '입 막음' 하려 했다는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이 '회유' 의혹을 파헤치면서 리스트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의 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체크하려는 이들이 많다"며 "비협조를 넘어선 수사 방해 행위는 반드시 찾아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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