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예전의 TV 광고 중에 옆 집 아줌마와 통화할 때는 한없이 상냥하다가 남편과 아이를 향해서는 소리를 지르는 엄마의 모습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 광고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박장대소하며 공감하는 것은 자신들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무렵 교회에서는 교회에 오면 친절하고 점잖은 모습이면서 집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비슷한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는 상대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 정신분석학에서는 페르조나(Persona)로 설명하며 어떤 사회에서든 관계를 맺는 데는 개인적, 사회적 가면을 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페르조나는 고대에서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삶이 무대이고 인생을 살아가는 배우로서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 쓰는 사회적 가면이라는 것입니다. 이 가면은 관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개를 쓰기도 합니다.
배우들 중에 심한 우울증으로 공황장애에 이르고 급기야 자살에까지 이르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무대의 인생과 실제 자신의 삶 가운데의 간격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 여러 개의 페르조나로 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천들 가운데도 교회에서의 모습과 실제 가정에서의 모습에 차이가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주님이 주시는 참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자신의 의로 신앙생활 하는 가운데 힘들어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녀들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관계 맺는 데 가면은 필요하지만 그 가면과 실제 나와의 간격이 넓고 클수록 그 삶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힘겨울 수 있습니다.
처음 배우가 된 분들은 연예인의 생활과 실제 생활과의 차이가 크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배우로서의 삶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삶을 살게 됩니다. 새로운 가면을 얻게 되었고 그 가면이 실제 얼굴과 흡사해지는 것입니다. 모태신앙이 아닌 이상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하면 그 이전의 삶과 다른 삶의 양식들을 얻게 됩니다. 주일을 지키게 되고 성경을 보게 되고 기도를 하게 되는 등 궁극적으로 세상의 행복이 아닌 하늘의 행복을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많은 변화들이 처음에는 남의 옷을 입은 듯 불편하고 낯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일의 모습이나 교회에서의 모습과 실제 삶의 모습에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일과 주중의 모습이 다르지 않고, 교회와 가정에서의 모습이 일치되어 가며 진정한 크리스천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구습을 따라 썩어져가는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이 되는 것은 물론 새 사람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 편해지는 것입니다.
더 이상 세상의 가치들에 의해 지배 받지 않습니다. 오로지 주님의 법을 따르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명문 대학, 좋은 직장, 부와 명예보다 하나님과의 친밀함, 하나님과의 동행이 더 귀하고 진정한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이 가면 저 가면이 필요치 않습니다. 크리스천 이라는 가면 하나면 충분합니다. 아직도 크리스천의 가면이 어색하거나 무겁다면 나의 삶과 크리스천으로서의 삶 사이에 간격이 있는 것입니다. 간격은 비어 있는 공간을 만들어 불안을 초래하며 허물어지게 하는 요소입니다. 이 간격을 좁힘으로 우울증이 아닌 기쁨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삶의 전 영역에서 크리스천의 모습으로 사는 것은 나를 살리고, 가정을 세우고 나라를 사랑하는 첫걸음이자 전부입니다.
글ㅣ곽영구 목사(미국 조지아주 빌립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