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를 순방 후 결정키로 한 가운데 청와대는 17일 숨을 죽인 채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나서기 직전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독대하고 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당 내외 목소리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12일 간의 순방 기간 동안 극적인 상황반전이 없다면 박 대통령이 귀국 후 모종의 중대 조치를 취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진실 규명과는 별개로 이 총리가 '말 바꾸기' 논란을 자초하면서 국정 2인자로서는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정 공백을 우려해 잠시 유예 기간을 줬을 뿐 이 총리의 결백을 증명할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이 총리 교체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이 갈수록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의미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며 "다녀와서 결정하겠다, 그 말 자체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을 아꼈다.
대통령이 순방 중에 국내 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남은 직원들은 빈틈없이 국정 수행에 임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 총리의 거취와 이를 둘러싼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를 임명하기까지 안대희·문창국 총리 후보자의 낙마와 정홍원 전 총리의 유임이라는 전대미문의 과정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이 총리마저 불명예 퇴진하게 될 경우 국정 파행 속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느냐는 위기감도 존재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이 총리가 금품수수 의혹을 씻어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길 바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순방 직전 이례적으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차질 없는 국정운영을 당부한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간의 전례에 비춰봤을 때 박 대통령이 출국 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그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총리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을 넘어서 국정 2인자의 공백 사태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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