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미국의 유명 복음주의 교회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 창립자인 로버트 슐러(Robert H. Schuller) 목사가 88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AP는 슐러 목사의 가족이 그의 사망을 발표한 직후인 2일 오전 10시경(현지시간) 이 소식을 가장 먼저 매체 트위터를 통해서 알렸다.
슐러 목사의 손자이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수정교회 담임 목회자직을 맡고 있는 바비 슐러 목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할아버지인 로버트 슐러 목사께서 오늘 그리스도와 영원한 삶을 시작하셨다"고 알렸다.
슐러 목사 가족들은 그의 사망에 앞서 몇 시간 전 그의 건강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슐러 목사는 2013년부터 식도암을 앓아 왔지만 화학 요법이나 방사선 요법을 거부해 왔다. 그는 2014년 아내인 아벨라 슐러 여사의 사망 이후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온 그는 이날 로스앤젤레스의 요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술러 목사는 1970년 시작한 TV 설교 방송 '능력의 시간(Hour of Powers)'을 통해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복음 설교가로 알려졌으며, 그가 1955년 창립한 수정교회는 1980년대에 대형 오르간과 아름다운 유리 벽면으로 널리 알려진 예배당을 완공하면서 당시 미국 최대의 개신교회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수정교회는 슐러 목사의 은퇴 이후 자녀들 간의 교회 목회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교세 감소와 재정 악화에 직면, 결국 지난 2010년 파산 신청을 했으며 2013년 가톨릭 교구에 예배당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수정교회는 셰퍼즈그로브(Shepherd's Grove)로 교회 이름을 바꾸고 가든그로브의 새로운 예배당에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파산 당시 폐지 위기에 처했던 '능력의 시간' 방송도 손자인 바비 슐러 목사에 의해 계속해서 세계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슐러 목사의 2006년 은퇴 이후 수정교회는 아들인 로버트 A. 슐러 목사가 담임해 왔으며, 그가 아버지와 사역에 대한 견해차로 사임한 이후에는 딸인 쉴라 슐러 콜맨 목사가 담임목회자직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그 역시 아버지와 자주 교회 운영 문제로 충돌해 왔으며 여기에 각 사역을 맡아 온 남매들 간의 갈등도 불거지면서 수정교회는 점점 하락의 길을 걸어 왔다.
교회 원로들은 2011년 교단인 미국개혁교회(RCA)에 중재를 요청하면서 "슐러 목사의 자녀들이 그들의 아버지가 쌓아 온 것들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로버트 슐러 목사의 소천을 알리는 성명에서 바비 슐러 목사는 "할아버지는 손자들 모두에게 따뜻하셨고 우리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느끼게 해 주셨다"며 그에게 받은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또한 "할아버지는 '내가 오럴 로버츠 박사에게서 선지자로 부름받았듯 너 역시 나와 너희 아버지에 이어서 그 자리에 부름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목회자로서의 비전을 심어 주었던 할아버지를 회고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유산을 이어가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며, "복음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