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영국의 오래된 명문 가문의 한 부자가 자녀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방정부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그 집의 재산을 정리하여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고택의 모든 물건들을 경매에 붙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택의 물건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어떠한 물건이 있는지 선을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제각기 갖고 싶은 귀한 물건들을 마음속으로 점찍어 놓았습니다. 일반인들이 구할 수 없는 귀중한 물건이 있는가 하면 보편적인 물건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경매가 시작되었습니다. 경매 진행자는 우선적으로 값싼 물건부터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맨 먼저 먼지가 뽀얗게 묻어 있는 낡은 바이올린을 들어 올렸습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최저가격인 1파운드로 입찰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낡은 바이올린을 응찰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낡은 바이올린은 유찰될 때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때 뒤쪽에서 점잖은 노신사가 말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곤 낡은 바이올린을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 정성스레 먼지를 닦았습니다. 이리저리 조율을 한 후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경매장은 순식간에 음악회장이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숨소리조차도 낼 수 없이 낡은 바이올린에서 울려오는 맑은 소리에 영혼을 빼앗기는 듯 했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연주회는 계속되었습니다. 드디어 연주가 끝이 났습니다. 노신사는 낡은 바이올린을 내려놓고는 뚜벅뚜벅 자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경매진행자는 이 낡은 바이올린을 응찰할 사람이 없는가를 물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손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단돈 1파운드에도 응찰하지 않았던 낡은 바이올린은 5천 파운드에 낙찰이 되면서 그날 경매물 중에서 최고로 가치 있는 물건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바이올린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사람의 손에 의해 연주되느냐에 따라서 바이올린의 가치는 달라집니다.
내 인생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 일 없이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이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의 나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입니다. 과연 나는... 저 노신사처럼... 조율하여 좋은 소리를 내게 할 수 있는...그러한 존재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되 가고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엉뚱한 길을 가고 있지는 않는지... 이 복잡한 세상에서... 내 자신의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그 앞에 등불 같은 존재가 되어주기를... 그러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글ㅣ김병규 목사(시애틀영광장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