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한국기독교구라회(구라회·회장 이광섭 목사, 이사장 박경진 장로)가 창립 45주년을 맞이해 명칭을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로 바꾸고, 한국의 한센병 퇴치 사례를 전세계로 나누며 지구촌 한센인들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구라회' 명칭은 '구제할 구'(求)와 나병(癩病)의 '나'를 합친 단어다. 구라회는 20일 서울 중구 정동길 정동제일교회에서 창립45주년 기념 감사예배를 통해, 명칭 개명과 앞으로의 비전을 발표했다.
구라회는 이날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 선교 선언문' 발표에서 "한국기독교구라회는 지난 45년간 하나님의 은혜와 헌신하는 사역자들이 이 땅의 가장 연약한 한센인들의 친구가 돼 그들의 치료와 자활에 일조해왔다"며 "그 결과 이 땅에는 더이상 한센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부가 1991년에 공식적으로 선언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지구촌에는 표면적으로 밝혀진 숫자로만 하더라도 1천6백만 명이라는 한센인들이 여전히 존쟁하고 있다. 잠시나마 구라회 사업의 존폐를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 창립 45주년을 맞이하며 명칭을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로 개명하고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말씀을 새롭게 받아들여 선교적 지평을 전세계로 넓히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하고 오늘 새로운 출발의 선상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구라회는 ▲연약한 친구들인 한센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섬기기로 한다 ▲이 일을 통해 한국의 교회들에게 다시 한 번 선교의 불씨를 지피는 사명을 감당한다 ▲한국의 한센병 퇴치 사례를 전세계로 나눠 지구상에 한센병이 종식되는 날까지 이 일을 사명으로 감당한다 ▲현지의 상황과 형평에 맞는 치료시설과 자활훈련 및 기관 설립에 힘쓴다 ▲이 일을 위해 선교 협력자들을 더욱 발굴하고 광범위한 선교 네트워크를 구성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기념 감사예배에는 전용재 목사(기감 감독회장)가 '내 이웃 살리기'라는 제하로 설교를 전했다. 전 목사는 "성경에 보면 나환자를 고치신 얘기가 상당히 많이 나와 있다. 60년대에는 문둥병으로 놀리기도 했다. 옛날에는 그렇게 했다. 구라회는 나환자들을 구하자는 취지로, 나환자들을 육적·영적으로 돕기 위해 설립됐다. 성경에 선한 사마리안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갈 때 구원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구원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영생을 얻을 수 있는가. 먼저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한센인들도 우리의 이웃이다. 소외받고 아파하는 이들은 진정 우리의 이웃이다. 그동안 교회에서 믿고 단지 구원받고 축복을 받는다는 것만 강조해 복음을 싸구려처럼 천박하게 만들었다. 선한 이웃으로 살아가는지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신앙으로 살았는지 우리의 구원관과 영생론을 돌아가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권면했다.
이후 '필리핀 딸라 선한사마리아인교회 건축봉헌식' 영상보고에 이어 박경진 이사장이 환영인사를 전했다.
박 이사장은 "날씨가 좋은 가운데 45주년 기념 감사예배를 드릴 수 있어,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내일부터는 한센인선교회로 명칭을 변경해 부르게 될 것"이라며 "이제 '나병'이라고 쓰지 않고 '한센'으로 쓰도록 법으로 정해졌다. 한국은 한센병이 완치됐다. 한센병을 치료한 한국의 저력을 바탕으로 전세계로 나가 한센병에 시달리는 이들을 도울 계획이다. 앞으로도 한센인 선교사업을 위해 많은 도움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후 이광섭 회장이 최종혁 목사(역대회장)·이정일 목사(전임회장)에게 공로상을, 정상권 회장(국제IDEA협회)에 감사장을 대신기업·대주산업·성신여중에 감사패를 전했다.
이어 조성근 목사(천성교회)가 격려사를, 김춘진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김연규 목사(기감 서울남연회 감독)·이길용 회장(한국한센총연합회)·한국일 교수(장신대)가 축사를 전했다.
이길용 회장은 "차별과 편견으로 힘들어 해온 한센인들을 돌봐온 분들께 감사드린다. 저는 한센인 1세대다. 한센인 역사는 백년이 넘었다. 그동안 구라회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돌봐 주시고 아픈 상처를 치료해주셨다. 집과 복지관을 짓고 정신적,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셨다. 한센인들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이 있었기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늘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2만여 한센인들을 대표해 감사함을 전한다. 지금 2만여 명의 한센인이 자립해 살아가고 있으며, 복음의 씨앗으로 인해 90%가 기독교인이 됐다. 기독교 정신으로 봉사와 희생으로 한센인들을 돕는 일을 해온 구라회와 모든 분들에게 거듭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후 현옥철 이사의 비전제시와 최효석 목사의 선교 선언문 낭독 후, 전용재 목사의 축도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