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과학과 신학은 항상 대립하는 관계일까. 아니면 상호 보완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성공회대 과학생태신학연구소(소장 김기석 교수)는 16일 서울 구로구 연동로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일반 상대성이론 완성 10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움'을 열고 과학과 신학과의 대화를 모색했다.
'일반상대성이론, 우주를 품다: 과학자와 신학자가 함께 그려보는 우주 이야기'라는 주제의 이번 심포지움에는 장회익 교수(서울대 물리학과), 이석영 교수(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김기석 교수(성공회대)가 발제를 담당했다.
김기석 교수는 개회 인사에서 "일반상대성이론 완성 100주년을 기념해 저명한 과학자를 초청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정립된 현대과학의 우주론에 대한 내용과 그 의미를 듣고, 신학자로부터는 우주론과 신학의 관련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며 이번 심포지움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우주는 그 장구한 역사와 광활함으로 우리를 압도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 한낱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인 인간이 이 엄청난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라며 "하지만 인간은 종종 자신의 한계를 깨닫지 못하고 마치 우주의 주인인 것처럼 오만한 행동을 일삼으며 자연 혹은 창조질서를 파괴해 지구생태계를 신음하게 하고 있다. 오늘 이 대화를 통해 우주론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되새김으로써 우주 앞에 겸허한 태도와 진리탐구에 대한 열정을 지닌 우주적 영성을 일깨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회익 교수는 '우주 이야기에 담길 내용과 의미'라는 제하의 주제 강연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은 이 이론이 발표되고 정확히 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백년감의 끊임없는 반증의 노력을 했음에도 이 이론은 살아남았고 당시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놀라운 예측력과 설명력을 발휘해 현대의 과학적 우주론을 탄생시킬 이론적 바탕을 마련했다"며 이 이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장 교수는 또 "많은 사람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이야말로 인간이 이룩해놓은 가장 아름다운 지적 창조물이라고 평가한다. 이 속에는 자연의 법칙인 임의의 관측 계에서 보더라도 모두 동일한 형태를 취한다고 하는 '일반상대성 원리'가 구현돼 있을 뿐 아니라 이 안에서 일어나는 운동의 형태 역시 가장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형태로 서술되고 있어, 가히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반상대성이론이 가지는 진정으로 큰 의미는 이것을 통해 우리가 이제 '우주 이야기'를 만들어 보게 됐다는 점"이라며 "오늘 우리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우주내의 거의 모든 물리 현상들을 그 기원으로부터 경과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이해 가능한 틀 안에 담아낼 수 있게 됐다. 이것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하나의 신뢰할만한 사실적 체계 안에 묶어낼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김기석 교수는 '우주론과 신학의 대화'라는 발제에서 "인간에게는 두 가지 궁극적 질문이 있다. 그것은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자신의 존재에 관한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세계에 관한 질문"이라며 "과거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설명을 전통 종교를 통해서 들었지만, 몇 차례의 갈등을 겪은 후 우주론, 즉 우주에 대한 질문과 탐구는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종교와 과학의 분리를 통해 양자의 충돌을 막을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우주론으로부터 소외되는 문제도 심화됐다"며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우주론을 점유함으로써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종교권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은 없어졌지만, 우주에 대한 궁극적인 호기심과 그 설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지혜와 통찰력에 대한 관심은 오늘날 과학적 우주론의 연구 목표에서는 제외됐다. 여기서 우리는 과학과 종교가 대화해야 할 필요성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우주에 대해 이해하고 관찰할수록 우주의 광대함과 복잡성에 대해 더 깊이 깨닫게 된다. 이는 동시에 우주를 대하는 인간이 성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우주적 영성'이라 표현할 수 있는 겸허함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특히 무분별한 개발과 자원남용,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한 인류문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에 우리가 품어야 할 우주적 영성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석영 교수는 '우주에 관한 현대 천문학적 이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현대 우주 모델은 '조화 모형'이며 우주는 지금도 가속 팽창 중이라고 말했다. 또 우주에 대한 이해는 사실상 '모른다'이며 하지만 막연하게 모르는 것과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더불어 빅뱅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의 탄생은 극한 저확률의 사건이며 복잡한 은하 가운데 인간을 위한 완벽한 환경은 우리 뿐인가라는 물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