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도지사인 원희룡 지사가 '한라산신제'에서 초헌관(初獻官) 역할을 하지 않았다 하여,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언론들은 '지사의무 방기'는 물론, 개인종교와 공인의 의무 충돌로 몰아붙이며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신제'는 오래 전부터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비는 것으로 시행된 제례였으나, 일제시대로터 오랜 동안 중지된 상태였다. 그러다가 2009년부터 주민들에 의해 복원되었고, 2012년부터 제주도가 주관하는 것으로 격상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주도지사가 초헌관을 집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 지사는 이를 거부한 것이다.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를 비난하는 것은 상식의 문제이다.
우선, 과거에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지 못하고 '고등종교'를 갖지 못하여, 미신을 숭상하던 시절의 제례를, 현대에 복원하여 이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부터 억지이다. 국가의 태평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이를 제사를 통해야 한다는 것은 미신적 행위이다.
또 초헌관이란 '나라의 제사 때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일을 맡은 임시 벼슬'을 말하는 것으로, 굳이 도지사가 맡아야 한다는 것도 맞지 않는 일이다.
무엇보다 기독교 신자인 원희룡 지사를 압박하여, 개인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만약에 원 지사가 국태민안을 위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찌 나올 것인가?
국태민안을 위해 기원하는 방법은 각 종교의 양식과 개인의 신앙양심에 따라 다양하다. 그런데 산신제에 참예하여 초헌을 해야만 공인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본다면, 이것이야말로 편견일 뿐이다.
그러므로 원칙도 아니며 확실한 보장성의 행사도 아닌 일로 인하여 불필요한 불란(不亂)을 조장하고, 개인의 신앙까지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상호간에 종교적 신념과 자유가 존중받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