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최근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충렬 목사) 제55회 학술대회가 부평 카리스호텔에서 개최됐다. 지난 13~14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교회의 실천적 현실과 관련된 학제간 대화를 초점으로 진행됐다. 이날 11명의 발표자 가운데 '기독교 상담에서의 성서와 심리상담'을 주제로 발표한 여한구 박사(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 실천신학 / 상담복지학)의 논문을 정리해 소개한다.
■ 일반 심리학, 기독교 상담에 '틀' 제시하지만 '억압 요인'도
여한구 박사는 먼저 "목회현장에서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교회가 상담실을 마련하여 운영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으며, 각 신학대학들도 대부분 상담(전공)학과를 설치하고 있다. 최근 교회의 주요 활동 프로그램들은 대체적으로 상담과 연관된 것들이다.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를 비롯해서 결혼예비학교 등 가정사역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심리나 상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 박사는 "최근 상담은 신학의 실천적 영역에서 다른 주제들에 비해 급격하게 부각되고 있으며, 교회와 사회를 향한 다양한 활동의 주요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에 상담이 소개된 지 수십 년 만에 교육은 물론이고 복지, 보건, 의료, 예술, 법조, 종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교회에서 상담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기독교상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기독교상담의 정체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기독교상담의 정체성에 대한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상담은 일반 상담을 전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법론에는 성서 구절이나 내용을 부분적으로 활용하거나 내담자에게 적절한 성서구절로 권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답에 의해 권면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담은 일반적으로 심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 철학은 물론이고 해석학과 종교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학문적 기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임상적 장면에서 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 그리고 상호관계(역동)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고 전했다.
여 박사는 "특히 내담자의 인지적 문제를 넘어서는 무의식적 요인들은 상담에서 중요한 역동을 만들어 낸다. 특히 철학적 배경과 종교적 배경은 개인이 가지는 세계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다루어 내는 것은 상담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가설을 바탕으로 수많은 심리이론과 상담방법들이 제시되어 왔다"고 소개했다.
또 "학문적 기반의 이론들은 인간에 대한 인식의 틀을 제공하고 있고, 방법들은 경험적이고 실제적인 기법을 중심으로 실천적 틀을 제시한다"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상담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론적이고 경험적 과제들이 종종 지나친 힘을 가지게 되어 오히려 억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 기독교 상담의 핵심은 '성경'...상담에서 성서 활용 학문적 시도는 1930년대
그러면서 여한구 박사는 "목회활동에서의 심리적 접근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학적 오해와 혼돈을 불러왔다. 용어의 혼돈은 물론이고, 철학적이고 신학적 혼돈이 있다. 상담이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가고 있으며, 교인들의 필요를 채울수록 기독교상담의 혼돈은 증폭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갈등의 상황도 언급했다.
여 교수는 "일반적으로 일반상담과 기독교상담의 차이에 대한 가장 큰 구별은 상담의 주체나 방법론에 따라 달라진다. 기독교상담은 '예수님 방식 상담', '성령 상담', '기도 상담', '성경 상담', 그리고 '성경 연구'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며 "이런 구분은 '어떻게'라는 방법론에 기초하여 답을 찾을 수 있다. 방법론의 핵심은 주제, 내용, 그리고 매체와 기법을 중심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기독교상담과 일반상담의 차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핵심은 도구와 실천적 과제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며 "기독교상담의 특징에 대한 논의는 '성경'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성서는 기독교 교리의 핵심을 담고 있으며, 기독교 유일의 경전으로서 기독교상담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에서 성서의 활용이 학문적으로 시도된 것은 1930년대 캐봇(C. R. Cabot)과 딕스(R. L. Dicks)였고, 캡스(D. Capps)는 에릭슨(E. Erikson)의 발달이론을 중심으로 구약성서를 발달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등 여러 학자들이 상담이나 심리에서 성서사용에 대한 연구와 실제적인 해석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 기독교 상담, '성서' 해석에 전문적 지식과 훈련 필요
그러면서 "일반적인 의미에서 '성경적 상담'이란 신학적 주제보다는 '성서 구절'을 중심으로 하는 상담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적 상담' 방법에서 성서구절은 '상황구절'과 '내용구절'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상황구절'은 성서 속 사건을 중심으로 한 상황의 맥락 속에서 문제해결에 대한 답을 찾도록 하며, '내용구절'은 성서구절 자체로 힘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다른 측면에서는 상담이나 심리 이론이나 용어를 성서의 사건이나 맥락과 연결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삶에서 고통을 경험하거나 병리적인 환자들을 보면 성경구절 자체가 주는 위안의 힘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심리학이나 상담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관심을 보인 성서구절중심의 상담은 기독교상담의 방법론에 대한 한계를 보여준다. 경전으로서 성경을 개인의 문제를 다루는 사적 영역에 활용한다는 두려움과 위험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며 "성서를 통해 상담에서 자아성찰과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이견은 없지만, 해석하는데 전문적 지식과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믿음과 성서해석의 오류가 혼란을 일으켜 제한을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성서는 해석에 따라 왜곡될 수 있는데, 종교적 신념인 신앙은 합리적인 근거나 과학적인 증거로도 검증되거나 철회되지 않기 때문이다"며 "이를 위해 일방적인 해석이나 신학적 고집이 배제되고, 기독교상담에서의 성서자원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성서 속 인물이나 이야기 심리학 내용과 병행해 이해
그러면서 "전통적으로 성경심리의 모델은 기본적으로 심리학과 기독교의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성경적 상담은 심리학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성경적 권위 아래 있어야 하고 상담사는 성경의 권면에 따라 상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심리학의 원리들이 교회에서 성경적 믿음과 사역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성서적 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거부하고, 성서적 귄위를 받아들이는 경우에만 인정하는 것이 믿음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 흐름을 넘어선 방법은 교육적 차원에서 심리학적 내용이나 개념이 성서를 통해 이해되고 적용되는 것이므로, 성서 속 인물이나 이야기를 심리학의 내용이나 개념들과 병행하여 이해하는 것이다"며 "슈바츠와 카플란(M. B. Schwartz & K. J. Kaplan)은 성서 메시지를 가지고 설교나 상담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상황이나 사례들을 잘 정리하였다. 라콕(A. Lacocque)은 심리학 방법론을 적용한 성서해석을 하였고, 리쾨르(P. Ricoeur)의 철학적 해석학을 적용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한구 박사는 "국내에서 전요섭은 성서내용을 상담과 심리학적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상담설교를 주요 방법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이관직은 성서인물의 심리를 분석하여 성서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비추어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심리학이 성서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권위가 있다고 전제하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논란을 피하고 있다. 이후 '성경과 분노심리'를 통해서는 상담의 주제인 분노를 성서를 통해 다루는 방법을 제시하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처럼 성서를 심리학적 이론이나 경험적 상황으로 연계하여 이해하려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맥락은 심리학과 상담을 성서와 연계하여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성서를 통해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상담적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또 "오우성은 성서해석방법론에 문학비평을 중심으로 한 서사적 방법을 적용한 방법을 제시하면서 '성경이야기상담'을 개발하였다. 성경이야기상담은 성서이야기를 상담에 사용해서 상담효과를 얻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적용문제의 위험성을 간파하여 성서사용원리와 방식을 정리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우성은 서사비평을 중심으로 8단계 상담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상담기법은 '성령과 성경 이야기 상담 간의 상호관련성'을 도식화하여 '성령의 임재', '성경이야기사용', '예수의 형상 구현'의 도식을 제시한다. 첫번째 '성령의 임재' 차원에서는 1단계인 '문제파악'을 하고, 두번째 '성경 이야기 사용'의 차원에서는 2-6단계로 각각 '성경 이야기 선정', '서사적 읽기', '안력탐구', '조명자료 발견', '조명자료 강화'이다. 세번째 차원은 '예수의 형상 구현'으로 7-8단계로 '재저작'과 '지지적 신앙 소그룹 형성'으로 연결된 상담기법을 제안하고 있다.195) 구체적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경적 상담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박종수는 융의 분석심리학을 중심으로 성서이야기 해석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동서양을 넘어 널리 알려진 성서 이야기와 관련된 심리학을 공부하면 빨리 친숙해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정 신학의 관점이나 교리적 관점보다는 성서의 통찰력이 심리치료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종수의 접근은 성서주석방법론에 기초하여 심층심리학적 해석을 추구하며, '분석심리학적 이야기 해석과정'을 3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이야기의 결핍요소 규명하기, 둘째,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고려하면서 집단의식과 보편적 원리를 추구하는 집단적 차원에서 검토, 셋째, 이야기 속의 모든 대상과 사건들을 인격적 요소로 본다는 전제하에서 인물이나 이미지들을 개인적 차원에서 검토한다"며 "그는 동화분석이나 성서이야기를 통해 적극적 상상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특히 구약학을 전공하여 성서해석에 정통하기 때문에 심층적인 해석의 위험성에 대한 검증을 하며 새로운 해석적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우성의 방법이 해석학적 관점에서 문학비평적이고, 상담학적 관점에서는 의식적 수준에서 인지적 접근인 반면, 박종수의 방법은 해석학적 관점에서 심리학적비평이며, 정신역동적 측면에서 무의식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심층심리와 영성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두 학자의 행보는 기독교상담에서 성서를 통한 심리상담적 접근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고 있다. 두 흐름은 상당히 다른 맥락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성서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그는 "오우성의 접근은 기존의 성경적 상담의 방법론을 구조화하여 보편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박종수는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집단무의식을 다루며 정신역동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방법론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의식적 차원과 무의식적 차원의 두 방향성에서 전개되고 있는데, 이 연구들은 최근 한국에서 전개되는 성서와 상담의 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성서와 심리학의 통합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성서연구학회인 SBL(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의 분과로 'Psychology and Biblical Studies'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고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