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평화한국과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국제사랑재단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남서울교회 비전센터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세미나'에 참여한 이들 단체 대표와 실무자들은 잠정적으로 ▲6월 민족 화해와 평화, 통일을 하나님께 간구하는 '세이레평화기도회' ▲8월 평양에서 전 세계 그리스도인이 남북 그리스도인과 함께하는 '평양대성회' ▲10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및 독일 통일 25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진행할 '베를린 평화축제(Peace Festival)' 추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집회를 위한 북한, 독일 당국의 승인과 재정 마련, 인원 동원, 중보기도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통일 운동을 해 온 10여 개 단체, 기관 소속 대표, 실무자 20여 명이 참석해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넘어 복음적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교회의 역할과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행사는 한국기독교통일포럼이 주최, 평화한국이 주관하고 한국중앙교회, 서울신학대학교, 수정성결교회, 춘천나눔교회, 춘천사암교회, 부평제일성결교회가 후원했다.
서울대학교 통일연구소 김병로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평화한국 이사장 임석순 목사(한국중앙교회)는 기조연설을 통해 "성경의 대주제는 평화이고, 복음의 본질은 평화"라며 평화가 인류의 외침 이전에 하나님 통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하나님은 평화를 통치하시고, 그 통치 속에서 평화를 이루는 것이 마땅한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오늘 이 자리 모였다"며 "특별히 광복 70주년이라는 귀한 시간을 맞아 하나님의 통치 속에서 함께 평화를 이뤄가는 일에 우리가 책임을 지고, 이 역사를 이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는 "작년 말부터 교단을 초월해 대부분 한국교회 연합단체들이 연합해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얼마나 감사하고 축하할 일인지 모른다"며 "한국교회는 ▲분단 불행의 원인인 우리들의 죄를 통곡하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며 ▲북한 동포들의 목을 끌어안고 울면서 화해하고 ▲화해와 통일의 제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우순태 사무총장, 한민족복지재단 전 회장 김형석 박사, 평화한국 대표 허문영 박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 각각 발표했다.
'한국교회의 통일을 위한 준비'를 주제로 발표한 우 사무총장은 "기독교의 통일운동도 이제 통전적이고 통합적, 융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기독교만의 자폐적인 모임이 아니라 공공성 측면에서 열어젖히고, 사회와도 소통하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통일 이후 북한교회 재건과 선교를 위해 각 교회, 교파 간 협력을 일원화하고, 통일에 갈증 나 있고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한인 디아스포라도 함께하여 민족 지평 전체로까지 통일운동을 확대, 조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순태 사무총장은 "정치적 통합은 1년, 경제적 통합은 10년, 사회 문화적 통합은 최소 30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땅이 하나 될 뿐 아니라 사람과 마음이 하나 돼야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만큼 진정성 있는 화해를 이루고, 복음적 통합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족적 기독교의 생존과 성패는 교회성장이 아닌 통일운동, 특히 북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여부로 가려질 것"이라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통일운동모임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김형석 박사는 이날 '광복 70주년, 한국교회의 역할-통일을 준비하는 교회'에 대한 발표에서 "오늘날 기독교는 잊혀지고 영향력을 상실해가는 종교"라며 "한국교회가 소생하려면 통일과 북한선교에 매진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동방의 예루살렘인 평양 선교의 두 축은 의료선교와 교육이었다"며 "한국 기독교의 통일 운동은 평화운동(NCCK), 인도지원(NGO), 교류 협력(교육, 경제), 교회재건(한기총), 인권문제 등 5가지 섹션에서 이뤄질 수 있으며, 교회가 적극 참여해야 할 단기과제(인도지원), 범 교회가 함께 접근해야 할 전략적 과제(의료, 교육),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별도 과제(평화, 인권)의 세 가지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이런 일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영역별 지도자, 해외동포 및 탈북자까지 참여하는 한국기독교통일준비위원회 등이 결성되면 좋겠다"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세계 정치, 경제 수장에 한국인이 있는 하나님이 축복하신 시기에 남북 문제를 풀기 위한 한국교회의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문영 박사는 이날 '광복 70주년, 분단 70년 한국교회 통일운동방향'에 대한 주제의 발표에서 "2015년은 민족사적, 세계사적, 선교사적으로 화해와 평화, 영역선교의 원년"이라며 "향후 한반도에 도래할 수 있는 북한, 안보, 경제적 폭풍을 억제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려면 남북통일에 대한 미·일·중·러의 우호적 태도와 협력을 얻는 '국제환경', 한국의 정치·경제·사회·군사적인 '국가능력', 통일에 대한 '국민의지'의 세 가지를 모두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박사는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2015년 한국교회의 실행 계획으로 세이레평화기도회, 평양대성회, 베를린 평화축제를 제안하고, "정보과 패권의 십자군 정신이 아닌 사랑과 섬김의 십자가 정신으로 다시 일어나 북녘 동포들을 섬길 때 복음적 평화통일은 이미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교회 연합체가 약화된 상황에서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한 목소리를 내는 한국기독교통일준비위원회 등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 시간에는 한중문화협회 회장 이영일 의원(전 국회의원),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대표, 성시화운동본부 김철영 사무총장, 한국기독교통일포럼 정종기 사무총장, 북한과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네트워크(PN4N) 오성훈 대표, 유코리아뉴스 김성원 대표 등이 나섰다.
이영일 전 의원은 "통일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가장 긴급한 것은 목숨을 걸고 자유를 선택한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고 성공하는 것"이라며 "또 이 일이 전파되는 것이 북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보다 통일을 앞당기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2만 7천여 명의 국내 탈북자를 방치하거나 난민 취급하지 말고,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성공해서 자유와 인권의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앞장서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통일 준비"라고 말했다.
김병로 교수도 "북한 사람의 중국 선호도는 84%이지만, 한국 선호도는 15%에 불과하다"며 "실제탈북자들을 만나면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서 잘 사는지 가장 궁금해한다"며 탈북자 과제가 통일과정의 핵심사안이라는 데 동의했다.
정베드로 대표는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한 북한 인권결의안이 작년 통과되는 등 북한 인권문제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교회는 추상적이고 낭만적인 계획만 세워놓고 있다는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분단 70주년을 맞아 성명서만 발표하고 좌우 골이 깊어가는 비방만 할 것이 아니라, 기존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함께 인권문제를 비롯한 구체적이고 통합적, 통전적 이슈를 제안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교회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에 앞서 반인도적 박해를 받는 북한 지하교인들을 위한 제안을 하고, 전 세계 교회와 기도제목을 공유할 때 균형 잡힌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병로 교수도 "통일 과정에서 국가보다 정의와 사랑, 평화를 추구하는 교회가 인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더 구체적으로는 깅정욱 선교사를 반드시 데리고 올 수 있는 시위와 운동, 캠페인에 앞장서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영 목사는 이날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서 통일과 북한선교에 대한 전략적 선교가 필요하다"며 "외형적, 가시적 성과주의 선교와 중복투자, 건물 위주의 선교 등 한국교회 선교의 문제를 북한선교에서 이식해서는 안 되며, 그 대안으로 북한의 마을, 동과 한국의 6만 교회, 7천 해외 한인교회가 영친결연을 맺는 북한의 성시화 전략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종기 목사는 "10여 년 목회현장에 있으면서 작은 교회는 어떻게든 먹고, 살고 성장하는 데 관심이 있기 때문에 북한선교 현장에 들어올 능력과 길이 없다고 느꼈다"며 "하나님 나라의 회복이라는 영적인 문제로 깨우치지 않으면, 통일 문제는 한국교회에 요원한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통일운동에 좀 더 앞서가는 단체들이 통일에 관심 없는 작은교회 목회자부터 일깨우는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오성훈 대표는 "개신교회가 하나의 통로를 가지고, 통일운동의 흐름을 통일하고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일을 위한 풀뿌리 단체들이 어떻게 함께 할지 고민하며 충분한 의견 조율을 하고, 통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한 사람도 배제되지 않는 실질적인 조직과 단체, 구조가 이뤄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대표는 "한국교회 공기구를 만들려면 중장기적으로 보고, 밑바닥에서부터 통일 준비를 하는 기독교 통일단체들의 목소리를 듣고 결집해야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한국교회의 잃어버린 공교회성을 회복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