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로마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스페인 성전환자와 그 약혼자를 교황청에 초대해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언론 보도들을 인용해 교황이 성전환자인 디에고 네리아 레하라(48)와 그의 약혼녀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앞서 지난 성탄절에 레하라에게 전화를 건 데 이어서 24일 두 사람을 교황청으로 초대했다. 레하라는 스페인 서부 플라센시아에 거주하고 있으며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8개월 전에 성전화 수술을 받아 왔다. 레하라는 12월 교황에게 편지를 써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고, 교구 성직자로부터 "악마의 딸"로 불렸다고도 밝혔다.
레하라는 "교황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라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교황청은 이날 교황과 레하라의 만남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접견 당시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역시 알려져 있지 않다. 가톨릭 교회는 성전환을 금지하고 있으며 교황 역시 성전환에 반대할 뿐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교 교육을 비판해 왔다.
다만 교황은 그동안 자신에게 서한을 보내는 성도들에게 개인적으로 답장하거나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어 왔다. 또한 교황은 즉위 이래로 지속적으로 가톨릭 교회가 신학적 입장과는 별개로 이혼자와 혼전동거 커플, 동성애자들을 비롯한 성소수자들을 더욱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지난 10월 세계주교대의원대회(시노드)에서도 동성애자를 교회에서 환영하고 이혼하거나 재혼한 사람들도 영성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지지했으나 보수 주교들의 항의로 최종 보고서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황은 동성결혼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1월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개최한 가정과 결혼에 관한 콜로키엄에서 연설하며, "한 남성과 한 여성이 결혼과 가족의 근간"임을 믿는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 가톨릭 교회가 그의 포용주의 아래 동성결혼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세간의 추측을 불식시켰다.
그는 "지금은 강력한 가정이 필요한 때이며, 한 남성과 한 여성이 결혼과 가족의 근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며, "남성과 여성의 상호 보완성이야말로 결혼과 가족의 근간이며 우리 인간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는 일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습득하는 일의 출발점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그저 서로를 향한 공적인 약속으로만 여기고 있다"며, "이러한 삶의 양식과 도덕에서의 혁명적 변화는 자유의 성취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가져온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영적이고 물질적인 피폐이며, 특히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어 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