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러시아정교회 최고 지도자가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기독교를 조롱하는 만평들을 게재해 온 것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25일(이하 현지시간) 설교에서 샤를리 엡도가 테러를 당한 원인이 된 마호메트 만평들과 그 동안 이 주간지가 기독교를 풍자하며 실어 온 만평들을 비교하며 "마호메트 만평은 이 주간지가 기독교인들을 조롱해 온 방식에 비하면 아이들 장난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이어 "오늘 테러리즘과 살해, 폭력에 '아니오'를 선언하면서 또한 종교인들을 놀림거리로 삼는 일부 사람들에게도 '아니오'를 선언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로마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세계적 종교 지도자로서는 두 번째로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동시에 종교 모독 행위 역시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15일 "많은 사람들이 종교나 다른 이들의 종교를 조롱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누구에게나 자유는 보장되는 것이지만 의무도 따른다"며 "공동의 선을 위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황은 표현의 자유가 한계를 넘어선다고 해도 그것을 이유로 상대를 공격해서는 안된다고도 선을 그었다. 그는 "종교를 이유로 타인을 살해하거나 전쟁을 벌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은 정도에서 크게 벗어난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는 교황의 발언은 반대를 낳기도 했다. 특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공개적으로 교황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기독교인으로서 누군가 예수 그리스도를 모독한다면 반감을 느끼겠지만 자유 사회에서는 그러한 표현도 법으로 보호된다. 내가 그들에게 복수를 가할 권리는 이런 자유 사회에서는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어떤 신문이든 잡지든 일부에게 모욕적인 표현을 담은 것일지라도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라면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키릴 총대주교는 이번 설교에서 샤를리 엡도가 어떤 내용의 기독교 풍자 만평을 실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샤를리 엡도를 비판해 온 미국 가톨릭연대(Catholic League)의 빌 도너휴 회장은 샤를리 엡도가 가톨릭 수녀들과 신부들, 교황들을 성적으로 묘사하는 등의 도를 넘어선 풍자를 해 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