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격변하는 국제 정세와 사건·사고들로 선교현장은 예측 불가능한 위기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연말 단순한 항공기 사고로 보였던 에어아시아기 추락사고가 자칫 인도네시아의 한국인 선교사들에게 불이익이나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제2, 3차 위기의 가능성을 말하는 겁니다."
한국위기관리재단(KCMS) 사무총장 김진대 목사는 1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가산동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과 사전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KCMS는 한국 선교사 위기관리 방안, 위기 시 악플러 대처 방안, '단기선교' 대신 '단기봉사' 용어의 사용 등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는 김 사무총장을 비롯해 기독교 싱크탱크 대표 안 모 목사, 위기관리연구소 소장 도문갑 목사가 참여했다.
■ 에어아시아機 추락사고, '여전히 미흡한' 한국 선교계의 위기관리 상황 방증
KCMS 김진대 사무총장은 먼저 지난달 발생한 에어아시아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미흡한 초기대응과 보안의식의 부재를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특히 사고기에 탑승한 한국인이 선교사였다는 사실이 파송교회 혹은 인도네시아 거주 한국인 동료 중 누군가에 의해 모든 대중 매체에 여과 없이 방영되고, 월스트리트저널(WSJ), CNN에까지 보도된 점을 비롯해 선교사 비자를 허락하지 않는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해당 선교사가 단기방문 비자 연장을 위해 정기적으로 주변국에 비자여행을 다녀야 했다고 다수 미디어에서 보도된 점을 그 예로 꼽았다. 김 목사는 "마치 한국 선교사들이 이런 편법으로 선교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인 것 같은 인상을 전 세계에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WSJ이 KWMA 통계를 인용해 인도네시아의 한국 선교사 수를 소개한 점은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해당 선교단체와 지역교회의 초기 위기대응 태세가 2007년 아프간 사태의 경우와 크게 차이가 없을 만큼 무방비 상태인 것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하고 "창의적 접근지역인 인도네시아 사역에 미칠 여파를 감지하지 못한 한국 교계의 이 같은 초기 상황대처와 한국 사역자들의 보안의식 부재가 한국교회의 장기적인 인도네시아 선교, 더 나아가 다른 제한지역 선교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김진대 사무총장은 "위기발생 시, 해당 선교단체와 파송교회가 일차 협력하여 이해 당사자들을 관리하고, 동시에 현장과 국내 미디어를 관리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기본적인 초동대응 원칙"이라며 "하지만 위기관리 교육과 훈련의 사각지대에 놓인 일부 선교단체들이 적절한 초동대응을 감당할 것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고도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런 위기대처의 실패는 한 단체, 혹은 한 교회의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교회, 선교계 전반으로 증폭되거나 확산돼 장기적인 선교사역의 역기능과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2007년 아프간 사태의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고, 사소하게 보이는 위기 앞에서도 하나의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공동체의 연대와 책무를 감당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KCMS는 이번 사고 후 KWMA 소속 회원단체와 신규 회원단체 허입 시 보다 강화된 위기관리 평가기준을 적용하도록 하고, 훈련 사각지대의 일부 소속단체 관계자들의 위기관리 역량강화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2012년에 이어 제2차 선교단체 위기관리 현황 설문조사를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 위기관리는 성격적으로 생명존중 정신 실천·하나님 사랑의 발현
김진대 사무총장은 위기관리의 기본 개념에 대해 "성경적으로 보면 위기관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생명을 어떤 것보다 우선시하는 생명존중 정신을 실천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보통신 기술, SNS의 발전과 함께 접근제한지역에 파송된 선교사들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며 "선교사 정보 보안에 정말 신경 써야 할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비자 발급과 생활을 하고, 어느 지역에 가든 전문인과 신앙인으로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80년대 교계, 선교계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경우 반기독교 세력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오늘날 시대 정신과 패러다임으로 위기관리에 접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위기관리는 기독교적 가치와 정신을 지키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위기관리연구소 도문갑 소장은 "위기관리에 대한 사전 이해와 훈련이 없으면 가장 중요한 초동대응은 불가능하다"며 "위기가 터지지 않으면 위기관리가 필요 없다는 생각, 또 위기관리를 잘해 사고 없이 그냥 지나가면 역시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인식 부족은 위기관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합리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해외 한국 선교사와 기독교 NGO의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이 일을 위한 단체 책임자들과 선교사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를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기독교 싱크탱크 안 모 대표는 위기 상황 시 악플에 대처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사건 초기 반기독교적 댓글과 기사에 대한 신속한 대응, 초기에 흐름을 형성한 후 정확한 정보를 준비하는 일, 왜곡된 기사 보도나 정보, 악의적 댓글에 대한 정정 및 삭제 요청, 경우에 따라서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악플은 엄연히 범법인데도 일일이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부분 사람은 뚜렷한 소신과 의식을 가지고 댓글을 달지 않고 흐름이 더 큰 쪽에 참여하는데, 이러한 특성을 알고 초기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문갑 목사는 아프간 사건 이후 1~2주 내 선교지를 방문하여 봉사하는 일을 '단기선교'가 아닌 '단기봉사'라는 용어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단기선교의 체질 개선과 단기봉사로의 용어 전환은 아프간 사태 이후 한국교계, 선교계가 결의한 내용이나,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예전처럼 단기선교라는 용어가 한국교회 내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 목사는 "실제 위기상황이 벌어졌을 때 용어 하나가 사후 위기관리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단기선교는 1~3년 내 사역할 경우 사용하고, 단기봉사는 1~2주 내 선교사를 격려하고 문화 체험을 하며 봉사를 할 경우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또 교회가 거품 현상에 휩쓸리지 말고, 정직하고 겸손해져 사회 신뢰를 되찾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CMS는 단기선교의 용어의 재정비를 위해 각 교단과 선교단체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KWMA 총무 서정호 목사는 "아프간 사태 이후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느끼고 KWMA가 시작한 KCMS가 4년 전 독립했다"며 "그 동안 큰 사건이 없던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KCMS가 알게 모르게 뛴 결과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위기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발생했더라도 KCMS가 잘 대처하여 좋은 결과가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위기관리 측면에서 언론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며 "KCMS와 특별히 잘 협력해서 선교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독 언론이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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