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수장(首長)이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 대표는 '경제살리기'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야당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화합과 협력'이라는 통큰 정치를 실현할 것을 밝혔다. 아래는 김무성 대표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 70년을 맞는 희망찬 2015년 새해에 국민 여러분의 가정에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해 우리 사회는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미처 따라잡지 못한 후진적인 제도와 의식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고위험사회'가 되었고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나마 큰 흔들림 없이 청양의 해를 맞은 것은 어려울 때마다 더욱 힘을 내는 우리 국민의 강력한 '위기극복 유전자(DNA)' 덕분이었습니다. 이 점,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5년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세계경제 미래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국가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투자 부진과 내수 침체로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70년 동안 선배들이 쌓아 올린 자산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할 것인지, 열정과 패기를 잃고 주저앉을 것인지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2015년은 경제활력을 되찾고 국가혁신을 위해 국력을 집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씀했습니다. 올해가'경제살리기의 골든타임'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지금 우리는 경제살리기 외에 다른 곳으로 한 눈을 팔 겨를이 없습니다. 이번 골든타임을 놓치면 앞으로 우리에게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의 각종 경제-사회 지표가 '일본식 장기불황'이 시작됐던 20여년 전 시점, 즉 1990년대 초 일본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일본 모델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정부 조직이나 금융-산업-사회의 구조가 일본과 비슷합니다. 그런 만큼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사례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992년부터 1~2%대의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습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부터 2~3%대에 머물면서, 잠재성장률 4%대 회복이 절실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내수침체에 따라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이에 따른 엔고(高)는 고비용 구조를 정착시켜 제조업의 붕괴를 가져왔습니다. 한국도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로 인해 원고(高)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는 가운데'저성장-저물가'가 고착화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의 최대 취약점은 국내총생산(GDP)의 245%에 해당하는 막대한 국가부채입니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는 1991년 당시 국가부채가 GDP의 68% 수준이었으나, 재정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 20여년 만에 통제를 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국은 정부와 공공부문을 합친 국가부채가 65% (2012년 기준)로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각종 연금의 적자는 국가부채로 연결되고 초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어 조만간 국가부채가 급격하게 나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일본의 63.4%보다 훨씬 높은 GDP의 92.4%, 1060조원으로 나날이 크게 늘어나는 더 나쁜 상황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디플레이션 늪에 빠진 20년'으로 자산가격 하락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이었습니다. 아베 총리도 급기야 2%대 소비자물가상승률 달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0%대 물가상승률까지 예상되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는 일본보다 더 늦게 나타났으나 속도는 더욱 빨라 대한민국의 최대 고민이 되어 버렸습니다. 합계출산률의 경우 한국은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1.19명에 불과해 14년 연속 초저출산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일본의 합계출산률 1.37명보다 훨씬 낮습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노인과 아동을 부양하는 지표인 총부양률이 저점을 통과해 올라가게 되면 경제는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일하는 계층에 비해 먹여 살려야할 국민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1992년 총부양률이 43.3%로 저점을 통과했고, 한국은 20년이 지난 2012년 36.8%를 기록한 이후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장기불황이 시작될 당시 이를 단순한 경기하강으로 오해했고, 부적절한 정책을 남발하면서 대응시기까지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공공개혁의 경우 정치 리더십 실종으로 인한 정관유착으로 과잉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에만 집착한 결과 나라 빚만 늘어났습니다.
특히 '골치 아프면 뒤로 미룬다'는 관행으로 인해 공무원연금 개혁은 30년이 걸렸고, 지난해말 예정됐던 의료보험 개혁안 공표는 연기됐습니다. 노동개혁의 경우 정규직 과보호의 철옹성을 깨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일자리 늘리기에만 집착하다가 근로자의 37%가 비정규직이 되는 '일자리 양극화'를 초래했습니다. 소득도 낮고 희망을 잃은 비정규직 양산은 내수가 침체되고 불황이 계속되는 원인이 됐습니다. 금융의 경우 과도한 규제와 낙하산으로 대표되는 관치금융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해졌습니다. 1990년 당시 세계 10대 은행중 6곳이 일본계 은행이었으나, 20년이 지난 현재 10위 안에 1곳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일본 대학의 경우 젊은 층은 줄어드는 데 대학 숫자는 늘어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전체 대학 가운데 30% 가량이 적자 속에 허덕이며,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학부문 구조개혁은 정부의 의지부족과 대학재단 및 교수단체 등 이해집단의 저항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한국의 현 국면은 사회 각 분야에서 20여년 전 일본과 매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각해야 합니다. 저는 이 같은 사실을 두려움과 전율을 느끼며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여기에 이념, 지역, 계층, 세대별로 갈등의 골이 깊고 진영논리가 횡행해 반목과 대립이 일본보다 더 극심한 게 우리 사회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사회 전반적인 개혁을 늦추게 된다면 나라와 국민은 일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수렁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단기적인 재정-금융정책과 함께 어렵고 힘들더라도 구조적인 개혁을 과감하고 신속히 추진함으로써 근본적인 처방을 해야합니다. 정책적 대응을 잘하고 온 국민이 힘을 합친다면 지금의 위기는 거뜬히 넘길 수 있는 저력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10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복지, 연금, 노사, 산업, 정치부문에 걸쳐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했습니다. 나라 발전을 위해 정치 관료 기업 노조는 물론 일반 시민의 참여와 헌신이 절실한 때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강조했는데, 이 같은 개혁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올 상반기에 꼭 해야 할 공무원연금개혁의 경우 나라 재정을 생각해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습니다. 올해 3조원, 10년 후 10조원으로 불어나는 적자를 우리의 아들딸, 손자손녀에게 넘길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대외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제위기에 매우 취약합니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나라 곳간이 비어있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가 오고 있을 때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 그게 대한민국을 살리고 우리 국민을 살릴 수 있습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2015년 한 해 동안 모든 당력을 경제살리기에 쏟겠습니다. 공무원연금개혁처럼 당장 인기는 없지만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한다면 아무리 무거운 짐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그 짐을 지겠습니다. 온갖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피하지 않고 용기있게 나서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는 정치의 뒷받침이 절실합니다. 국회의 뒷받침이 있어야 경제살리기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당 대표로 나서면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저부터 혁신하고, 새누리당과 대한민국을 혁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치 본연의 제 역할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새누리당의 혁신을 위해 당내에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보수혁신특위는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를 위해 불체포 특권 포기, 출판기념회 금지, 불출석-무세비 원칙 확립, 국회의원의 겸직 제한을 의결했습니다.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민주주의 확립안도 마련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보수혁신방안은 갈 길이 멉니다. 아직 큰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미흡한 것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결코 혁신을 포기하거나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혁신의 요체는 실천임을 인식하고 국민들이 마음에 들 때까지 중단없이 혁신 작업에 매진하겠습니다.
저는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새누리당 내에 계파는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는 장려하되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불협화음은 최소화하도록 제가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을 함께 이끌어가는 파트너입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께서는 어제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야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잘 살 수 있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정치가 가야할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해주신 문희상 위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야당의 목소리에 항상 열린 마음으로 화답하겠습니다. 야당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화합과 협력'이라는 통큰 정치를 실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새누리당은 '국민의 마음이 역사를 만든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정당은 국민의 마음을 얻을 때에만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2015년 저희 새누리당의 목표는 어려운 사람을 보듬고 지원하는 '가슴이 따뜻한 정당'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없이 낮은 자세로 국민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행보를 펼치겠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자세로 어둡고 그늘진 곳의 국민들을 먼저 찾아 가겠습니다. 당 버스를 민생버스로 명명하고 지역을 찾아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생활에 지친 국민들을 만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안전취약지대 해소에 노력함으로써 국민의 걱정을 줄이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국민의 쓴 소리를 들어 정부에 가감 없이 전달함으로써, 정부와 국민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새누리당은 올해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국정의 동반자로서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적극 동참해 국민 삶에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도록 뛰겠습니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겠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국민 속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저희 새누리당이 잘못한 일이 있을 경우 국민의 따가운 채찍질을 기꺼이 맞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올해 새누리당의 변화를 지켜봐 주시고, 아낌없는 격려와 질책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