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독일에서 반이슬람화 집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앞서 5일(이하 현지시간) 드레스덴에서 열린 '서방 세계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 유럽인(PEGIDA)'의 집회에는 1만8000 명이 넘는 시위자들이 참가했다. 지난해 10월 집회가 처음 시작될 당시에는 참가자 수가 수백 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독일 각 도시들로 집회가 확산되어 감에 따라 그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독일에서는 이러한 집회에 반대하는 여론도 늘어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무슬림 이민에 반대하는 성격의 이 집회를 '인종주의' 또는 '나치즘'에 빗대기도 한다.
BBC뉴스는 6일 반이슬람 집회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해서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모든 종류의 종교적 광신주의와 극단주의에 반대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시위에는 독일 이민자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300만여 터키계 시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독일 정계와 유명 인사들도 PEGIDA의 반이슬람화 집회를 '인종주의, 극단주의, 나치주의' 운동이라고 비판을 가하고 있으며 종교계에서도 우려 섞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특히 PEGIDA가 이민뿐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으로부터의 망명과 난민 수용까지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쾰른 대성당 노르베르트 펠트호프 주교를 포함해 현지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은 PEGIDA 집회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표하며 시위자들을 향해 "여러분들은 그 뿌리와 연설을 살펴보면 나치주의자나 인종주의자, 극단주의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금 여러분들이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여러분들이 지지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쾰른 대성당은 5일 밤 도시에서 진행된 PEGIDA 집회를 위해서 불빛을 제공하는 것 역시 거부했다. 펠트호프 주교는 집회에 앞서서 "이들의 시위는 성당 조명 아래에서 열리지 못할 것"이라며 대성당이 PEGIDA를 반대하는 의미에서 시위가 진행될 동안 옥외 조명을 끌 것이라고 밝혔다.
반이슬람화 집회에 반대하는 시위의 규모 역시 PEGIDA 집회에 맞먹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쾰른에서 5일 열린 PEGIDA 집회에는 1만7천5백여 명 가량이 참가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규모가 10배 가량이나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코 마스 독일 법무부 장관은 "독일은 난민들이 환영받는 나라"라며 "침묵을 지켜 온 다수의 국민들이 이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PEGIDA 집회에 반대하며 이러한 움직임을 "인종주의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극우파 극단주의와 외국인들에 대한 적개심이 우리 사회 그 어느 곳에서도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