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효 목사. ⓒ김진영 기자
그는 지팡이를 짚었다. 70이 넘은 노구는 스스로를 지탱할 힘이 없어보였다. 순간, 휘청하길래 얼른 몸을 받쳤다. 그런데 손을 뿌리친다. “혼자 걸을 수 있다”면서. 이윽고 한참이나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휴~” 긴 한 숨을 내쉬더니 기자를 향해 웃어 보이는 장재효 목사(성은교회). “아직 쌩쌩해, 허허”

 

외유내강이라는 말은 장 목사를 두고 한 말 같다. 겉으로 보이는 그는 연약하기 이를 데 없다. 말을 뱉어내는 것도 힘겨워 보였던 그다. 그래서 처음 그와 마주했을 땐, 과연 이 사람이 지구를 17번이나 돈 사람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지고 가슴이 열리니 그 안에 숨은 열정이 비로소 고개를 든다. 연약하고 핏기 없던 얼굴은 사라지고 붉고 기백에 찬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장 목사는 그렇게 지나온 목회인생을, 그리고 한국교회를 말했다.

-국내외에 100여 교회를 개척하고 세계를 17번 돌았다고 들었다.

“나도 그 정도인 줄은 몰랐다. 그저 주님 따라 살았는데, 돌아보니 그렇더라. 다른 이유는 없었다. 한 영혼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달렸던 것 뿐이다.”

-이젠 은퇴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때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실제 교회에 사표도 냈다. 그런데 교인들이 날 놔주지 않았다. 당황했지만 아직 더 일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데…, 사도 바울처럼 이미 이룬 것은 잊어버리고 부지런히 앞으로 달려갈거다.”

-평택에 기도원 ‘성은동산’을 세웠다. 상당한 규모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기도원 세우는 데 무슨 이유가 있겠나. 영혼의 가슴에, 이 나라 교회에, 그리고 이 땅에 성령의 불을 지피기 위함이지. 지금 교회가 많이 식었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무엇보다 세속화됐다. 잘 살게 되니까, 눈을 하나님이 아닌 다른 데로 돌리게 된 거다. 마치 하나님이 없어도 될 것처럼. 목회자들도 경건의 모양만 있지 능력이 없다. 믿음과 사랑, 십자가를 말하지만 돈과 명예 등 세속적 가치를 따라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갈수록 더한 것 같다. 요즘엔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이러다 한국교회가 정말 망하는 건 아닌가 하고.”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까.

“하나님은 결코 교회를 포기치 않으시니 반드시 다시 세우실 것이다. 두려운 마음 안에 그런 확신과 소망도 분명 있다. 그러니 여전히 나도 목회를 하는 것이고…. 과거에도 하나님의 심판은 있었다. 일제시대 한국교회는 마치 풀뿌리와 같았다. 밖으로 드러날 수 없으니 땅 속 깊은 곳에 그 신앙을 내렸던 거다. 그렇게 깊어지고 또 깊어지면서 교회는 성숙했다. 그런데 해방이 되고 기독교인이 정권을 잡은 후 교회도 밖으로 드러났다. 이제 마음껏 햇빛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러면서 나태해지기도 했다. 땅을 파헤치며 뿌리를 내렸던 그 치열함이 사라졌다. 본질이 희석됐고 교회가 정권을 잡았다는 착각도 했을 테다. 이후 터진 한국전쟁에 나는 분명 하나님의 뜻이 있었으리라 믿는다. 교회를 다시 일으키시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

-그럼 지금도 전쟁을 일으키실까.

“글쎄. 알 수 없지만 이미 하나님께서 전쟁을 일으키셨다고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 곧 이념 전쟁이다. 지금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가 이 좌우 이념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전쟁은 남북 갈등이었고 지금은 이것에 남남갈등까지 더해졌다. 그야말로 파국이다. 지금 교회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자칫 교회도 이념논쟁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 하늘의 이념이 무엇인지 철저히 되새겨야 한다.”

-하늘의 이념이란 무엇인가.

“교회의 역할은 타락한 이 세상을 바꾸어 하늘소망, 즉 하늘이념을 갖게 하는 것이다. 하늘소망이란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마음인데, 교회는 늘 이 영적인 것을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 그런데 교회가 자꾸만 육적인 것을 찾고 또 그것을 교인들로 하여금 욕망하게 한다. 큰 건물을 짓고 그것으로 사람을 모으려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영적인 하늘의 이념이 아닌 육적인 세상의 이념에 붙들렸다는 증거다.”

-무엇이 영적인가.

“예수님과 니고데모와의 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니고데모는 당시 바리새인이었고 또 유대인의 관원이었다. 오늘로치면 정부 관리쯤 된다. 한 마디로 배운 게 많은 사람 아닌가. 그런 그가 예수님을 찾아왔다. 왜 왔겠나. 부족한 게 뭐 있다고. 그런데 알고 싶었던 거다. 율법으로, 세상 것으로 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 그 마음 채울 수 있는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하고. 그에게 예수님은 거듭나야 한다는, 영적인 것을 말하셨다. 이를 니고데모는 그저 육적으로 이해했다. 어떻게 엄마 뱃속에 다시 들어갈 수 있느냐는. 영과 육의 차이다.”

-결국 니고데모는 변하지 않았나.

“변했다. 후에 그는 예수님을 변호했고 그 분의 시체를 장사지내기도 했다. 비록 처음엔 영적인 것을 알아듣지 못했으나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점점 변해갔던 것이다. 이게 목회다. 교회는 늘 영적인 것을 통해 사람들을 변화시켜 가야 한다.”

-남은 인생, 어떻게 살아갈 계획인가.

“계획이라는 게 뭐 있겠나. 그저 예수의 종으로, 이제껏 해왔던대로 살아갈 뿐이다.”

장재효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보수) 총회장, 국제신학대학원 초대 총장, 바른목회연구원장, 전국기도원총연합회 총재, 성령세계복음화협의회 총재, 선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일보 2009 대한민국 국민감동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그가 직접 개척한 성은교회를 40년 넘게 목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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