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안전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위험한 분쟁지역뿐 아니라 관광지나 개방지역에서도 범죄나 안전사고 같은 또 다른 위기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위기 하나라도 발생하면 굉장한 후유증을 겪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꼭 필요한 겁니다."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한국위기관리재단(KCMS) 부설 위기관리연구소 소장 도문갑 목사는 18일 서울침례교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위기가 터지기 전에는 잘 실감을 못하지만,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며 선교사와 단기봉사팀에 대한 사전 위기관리와 사고 예방에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CMS가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침례교회에서 진행 중인 '지역교회 선교단체 실무자 위기관리교육 심화과정'에서 주 강사로 나선 도 목사는 "그래도 최근 선교사, 교회 단기봉사팀에서 별다른 사고가 없다는 것은 선교단체와 교회가 위기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 믿는다"며 "하나님께서 물론 은혜로 지켜주시지만, 우리가 사전에 대비하고 훈련도 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위기들이 예방된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동안 위기관리에 관심이 많지 않던 목회자들이 아프간 사건 이후 단기봉사팀의 위기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KCMS도 지역별로 교회들을 위한 위기관리 기초과정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문갑 목사는 이날 위기상황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선교사나 기독교인이라고 위험이 면제되지는 않는다"며 "성경의 원리도 믿는 자들이 악한 세상 속에서 함께 고통받는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은 우리에게 뱀같이 지혜롭게 행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주님께서도 자신의 때가 올 때까지 때로는 위험에서 피하면서 자기 자신을 잘 컨트롤하셨다"며 "믿음 없이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인도하심과 뜻을 잘 분별하되 우리에게 주어진 신앙과 직분을 청지기로서 잘 관리하여 위기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도 목사는 "따라서 문제가 일어났을 때 우연히 일어났다거나 어쩔 수 없는 운명, 또는 하나님의 뜻이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며 "애매하게 당하는 사고는 특히 우리가 청지기 직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선교현장의 사건사고 예방과 대처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번 위기관리교육 심화과정에는 기초과정을 이수한 교단 선교부, 선교단체 위기관리담당자, 교회 선교담당 실무자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KCMS가 주관,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구체적인 강의는 선교사 위기관리시스템 개관, 위기관리 이해 당사자 분석, 위기관리정책, 위기관리팀·위기관리절차, 위기예측의 기법과 도구, 비상계획의 중요성과 작성원리, 정보관리·미디어팀 운영방안, 위기의 초동대응, 인질·납치·긴급철수에 대한 대처와 생존방안, 자기방어·생존기술, 위기관리와 기독교 윤리 등이다. 강사로는 김진대 목사, 도문갑 목사, 전영근 위기관리 전문가 등이 나섰다. 특히 매일 진행된 조별 워크숍에서는 위기관리팀 구성, 비상계획 작성, 사례별 실습·평가를 하면서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KCMS 사무총장 김진대 목사는 "위기관리의 이론은 배웠지만 실제 상황에서 바로 활용하려면 지식을 체험하고 내면화하여 적용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심화과정에서는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체험하지만, 위기관리 의식을 개발하는 데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한국교회와 선교단체가 위기관리팀을 구성해 위기 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배운 지식을 실제적으로 적용하는 동기를 얻어 위기관리 전문가 과정 등 다음 과정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문갑 목사는 "기초과정은 위기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다루고, 심화과정은 각자 단체에서 위기관리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구체적인 실행 방법과 실제 상황에서의 적용 방법을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GMS 전문사역국장 민병윤 목사는 "선교사 위기관리와 멤버케어는 동전의 양면 같다"며 "평소 멤버케어가 안 되면 위험지역에서의 사고뿐 아니라 동역자 간 갈등, 가족 문제 등 다양한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멤버케어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CMS 노성경 연구원은 "효과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파송본부뿐 아니라 파송교회도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라며 "교회 선교위원장, 선교담당 실무자, 목회자가 함께 위기관리를 인식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세대 멤버케어 지도자들을 위한 돌봄과 지원, 차세대 멤버케어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