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한국과 미국이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 시기를 2020년대 중반 이후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작권 반환 공약 방침과 대비되는 것이어서 날로 증대외는 증대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안보실리를 추구했다는 평가와 함께 공약파기라는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참석한 SCM 직후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15개 항의 전작권 재연기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두 나라는 2015년으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 재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양국은 이날 합의 이전에 여러 차례 고위급회담과 실무협의를 열어 전작권 전환 목표시기를 조율해 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 박지 않았지만,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와 킬 체인이 구축되고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는 시기가 2020년 중반 이후로 계산된 만큼 이 시기에 맞춰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 조건은 ▲한반도와 역내의 안정적인 안보 환경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미국은 보완 및 지속 제공 능력) ▲전면전 초기단계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필수 대응능력 구비(미국은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 제공 및 운용)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러한 조건을 토대로 본다면 전환 목표 시기가 대략 2022~2027년대로 추정된다. 2020년대 중반이라는 것은 우리가 개발하는 사업(무기체계)이 있기 때문이다"며 "계획대로 가면 2022년께 M-SAM, 패트리어트, 군사정찰 위성인 글로벌호크와 타우러스(공대지미사일)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국이 2015년 12월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시기를 재연기하기로 하면서 그 시기를 못박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3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화 기술을 거의 확보한 것으로 한미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사거리 1만㎞ 이상의 장거리 로켓 개발 기술을 보유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까지 갖게 되면 미국 본토까지 핵무기 위협권에 들어갈 것으로 미측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공중에서 핵무기를 터뜨려 전자기파를 방출, 지상의 지휘통신시설과 국가기간 설비망을 무력화시키는 EMP(전자기파)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군이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를 2020년대 중반으로 고려한 것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한국군의 전력 확보 시기를 고려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는 또 한미연합사령부의 잔류 부지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하고 현재 용산기지의 10%가량(26만5000㎡)을 그대로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이곳에는 한미연합사 지휘부(화이트하우스)와 CC서울 지휘부가 지하에 위치하게 된다. 미8군사령부도 남는다. 이것들을 연결하는 보안시설까지 포함하면 잔류하는 건물이 최소 3~4동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잔류 기한에 대해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라며 무한정 연장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와 함께 경기도 동두천 캠프케이시의 210화력여단을 현재의 위치에 주둔하기로 양국 장관은 합의했다. 이는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이유로 이 또한 한국군 대화력전 능력이 개전 초기 임무 수행능력이 검증될 때까지로 명시하고 이를 위한 한국군 전력증강 방안에 합의했다. 210화력여단은 다연장포를 주력으로 한 대화력전 부대다. 다만 캠프 케이시의 2사단 1여단 예하부대들은 예정대로 2016년에 평택으로 이전한다.
특히 양국 국방장관은 2016년으로 예정된 용산기지 이전계획(YRP)과 미2사단 이전계획(LPP)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다만 최근 문제가 된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해 이번 회의에서는 일절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차 미국이 판단해서 할 일이다"며 이번 협의 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전시작전권 전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현저히 감소하면 전작권 전환 절차가 개시될 수 있도록 여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더라도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되거나 통일이 되면 전작권 전환을 위한 협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전작권 전환 방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대비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당시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따른 전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미 동맹 체제를 더욱 굳건히 정비하겠다"며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점을 약속한 바 있다. 청와대는 24일 오전까지도 미국 워싱턴 합의 이후 불어지는 전작권 환수 공약 파기 논란에 대해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