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 양상이 나타났다.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가별 정책연설'에서 러시아는 미국 등이 주도해온 '인터넷 거버넌스(인터넷의 발전과 활용을 위한 원칙·규범 등을 개발해 적용하는 체계)' 체계를 ITU 등 국제기구가 관리하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ITU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이번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ITU회원국들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정책을 논의하기도 전 러시아가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ITU 내부에서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미국 등을 상대로 인터넷 거버넌스 패권을 둘러싼 기싸움을 벌여왔다.
러시아, 중국 등은 인터넷의 상업적 활용을 견제하려면 인터넷 주소관리 권한 등이 유엔 산하기구인 ITU로 이양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미국, 유럽 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기존 아이칸 체제를 확대 재편해야 한다며 맞서왔다. 인터넷 거버넌스가 국제기구의 관리 아래 놓이게 되면 개별 국가의 인터넷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다.
인터넷 거버넌스 주도권 싸움은 지난 3월 미국 상무부가 인터넷 주소 관리 권한을 다자간 협력할 수 있는 국제기구로 이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격화됐다. 미국 상무부는 46년간 국제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인 아이칸(ICANN)을 통해 인터넷 이용자가 주소창에 인터넷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
한편, 이상학 ITU 준비기획단 부단장은 브리핑을 열고 "러시아는 국민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국가가 인터넷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부단장은 이어 "(러시아는)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국제조약 채택의 필요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