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슬람국가(IS)의 테러와 폭력, 살해 범죄로 지난 2014년 1월부터 8개월간 숨지거나 다친 이라크 민간인 수가 2만4천 명을 육박한다고 유엔 보고서가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한 IS가 12세 정도에 불과한 아동들을 병력으로 동원하고 있으며, 어린 소녀들을 포함한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고 있다고도 고발했다.
9일(현지시간)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OHCHR)와 유엔 이라크 지원단(UNAMI)이 공동으로 발표한 이 보고서는 각국 정부 기관과 비정부 단체에서 발표한 자료들과 현지 언론 보도, 이라크 내 난민 500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이들 난민들은 자신들이 목격한 IS 대원들의 살해, 납치, 박해 사건에 대해서 증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IS의 테러로 지난 8개월간 8,493명의 이라크인 민간인들이 사망했으며, 15,78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IS가 모술을 점령하고 북부 지역으로 본격적으로 세를 확장해나가기 시작한 6월 이후인 7월부터 8월까지의 2개월 동안 발생한 사망자 수가 4,692명이었으며, 부상자 수는 11,159명이었다.
보고서는 "실제 희생자 수는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며, "특히 음식과 식수, 약품 등의 부족 등 직접적인 폭력에 의해서가 아닌 IS로 인해 발생한 테러 공격의 2차 피해로 인해 숨진 사람들의 수는 이번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8월 30일을 기준으로 IS가 점령한 지역을 벗어나 난민이 된 이라크인의 수는 1천8백만 명에 달하며, IS가 통제하고 있는 지역 내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수는 최소 1백만 명에서 최대 난민 수의 3분의 2 정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IS 점거지 내의 난민들에게는 특히 국제 구호단체들의 접근조차 어려워 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증언을 토대로 IS가 12세나 13세 정도에 불과한 어린이들을 전쟁에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난민들이 어린 소년들이 정찰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밝혔으며, 이들이 거리에서 사람들을 직접 체포하는 모습 역시 목격했다고 밝혔다.
"모술과 탈아프르의 증언자들은 무장을 하고 IS 대원들과 흡사한 복장을 한 어린이들을 보았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체구보다 더 큰 무기를 짊어지고 있기도 했으며 어떤 증언자는 거리를 정찰하는 IS 대원의 대부분은 어린이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어린이뿐 아니라 여성들 역시 IS에 의해서 "가장 극심한 대우를 받고 있는" 계층이라고 보고서는 고발했다. IS가 어린 소년들부터 시작해서 기독교를 비롯한 소수종교 여성들을 납치해 성노예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8월 5일에는 대부분이 기독교인이거나 야지디족인 여성 150명이 IS 대원들이 시리아로 이동하기 직전에 납치되어 성노예로 주어지거나 인신매매 시장에 팔렸다는 증언이 확보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무슬림 여성 전통의상) 착용을 거부한 소수종교 여성들을 극심하게 구타하거나 살해하는 모습 역시 목격됐다.
보고서는 한편, "개종과 죽음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IS의 극단주의적인 태도가 이처럼 높은 사망자들을 내고 있다며, "많은 사망자들이 IS에 동조하기를 거부했다가 죽음을 맞았다"고 전했다.